여름의 햇살
Y A G I
For. 시온 님
키리시마 토우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에어컨을 켰다. 어느덧 여름이 가까워져 있었다. 토우카는 에어컨 리모컨을 손에서 놓고 테이블을 닦았다. ‘그 녀석’이 온다고 하면 괜히 마음이 미묘해졌다. 신경 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신경이 쓰인다고 하면 좋을까. 차라리 자신이 왜 그를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지 모른다면 차라리 나을 텐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아서 기분이 더욱 묘했다.
토우카는 천천히 커피를 내렸다. 뜨거운 물과 원두가 만나며 커피 특유의 향기가 온 카페에 퍼졌다. 차라리 연락을 하지 않고 불쑥 찾아오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는데. 토우카는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그쪽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생각했다. 평소처럼 불쑥 찾아오면, 기다리지도 않고 얼마나 좋아.
토우카는 그런 생각을 했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화들짝 놀라며 원두에 물을 붓던 것을 멈추었다. 내가 왜 그 녀석을 기다리고 있지? 토우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기다린 적 없는데. 토우카는 그러면서도 들어오는 손님에게 평소보다 오래 시선을 두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녀석은 어째서 언제쯤 온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을까. 토우카는 어쩌면 시온이 자신을 기다리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녀석 생각대로 움직여 줄 내가 아니지. 토우카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필이면 오늘따라 더 자주 열리는 것 같은 문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녀의 몸이 그녀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또 아니었다. 토우카는 무심결에 또다시 열리는 문을 흘긋 바라보았다가 문을 밀고 들어오는 시온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시온은 토우카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나 기다렸어?”
“아니거든.”
토우카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며 답했다. 도저히 시온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토우카는 그가 자신의 달아오른 얼굴을 눈치챌까 봐 걱정이었다. 토우카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온은 바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토우카를 바라보았다. 어쩜 저 눈빛은 단 한 순간도 변하지 않을까. 토우카는 시야 끝에 걸려 있는 시온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기다린 것 같은데.”
“됐고. 주문이나 해.”
“네에, 네. 그러면 맨날 마시던 거로 부탁할게.”
시온의 대답에 토우카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몸을 돌렸다. 여름의 햇살 같은 그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항상 토우카의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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