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구울 전력 60분_ 섞여서 만들어진 것 # 약간의 섹스 암시가 있음
Jelly Lover
Y A G I
너를 사랑할지도 몰라.
우이 코오리의 입에서 단단히 정제되어 나온 말이었다. 우이는 그 말을 하고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후루타 니무라는 국장실에 앉아 그 반듯한 입술을 떠올리고 있었다. 달도 없는 밤이 도쿄의 거리에 내려앉아 있었다. 후루타는 거대한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퍽 나쁘지 않아 보였다. 후루타는 테이블 위의 젤리 봉지에 손을 넣었다. 그는 이번 젤리는 씹어 삼키는 대신 입속에서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인공적인 과일의 맛이 입안 여기저기에 달라붙었다. 아직 봉지 속에 젤리는 많이 남아있었지만 후루타는 유난히 그 젤리를 아꼈다.
그것은 우이 코오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랑한다’도 아니고 ‘사랑할지도 몰라’라니. 후루타는 그 두 가지 말 사이의 깊은 간극을 느끼고 있었다. 참담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우이답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이는 여러 의미로 아름다운 존재였다. 후루타는 CCG에서 볼 수 있는 그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쉽게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 곧은 사람이었다. 그런 모습이 생각보다 쉽게 부러졌을 때는 어떤 쾌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후루타는 입술을 비틀어 소리 없이 웃었다. 그 쾌감이 후루타가 우이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그의 내면을 잔뜩 휘두르고 그를 내 아래에 두었을 때의 그 쾌감.
우이 코오리와 후루타 니무라는 결코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든 섞이고 있었다. 주로 후루타가 우이의 빈틈을 벌리고 그 사이로 자신의 존재감을 끼워 넣는 방식이었다. 연기맛이 나는 몇 번의 입맞춤 이후에 두 사람은 자연스레 몸을 섞었다. 바로 이 국장실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후루타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독점욕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후루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흐트러진 우이의 표정. 후루타는 혀를 굴리며 그 뜨겁고 질척한 감각을 떠올렸다. 그런 관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이는 국장실에서 일을 벌이는 걸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후루타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그런 우이의 입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후루타는 우이가 사랑 같은 걸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그가 사랑이란 걸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아, 그래서 ‘사랑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걸까.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관계가 생각보다 그에겐 복잡한 것이었을까.
후루타는 입안에서 아주 천천히 마모되고 있던 젤리를 씹어 반으로 갈랐다. 처음에는 형태를 유지하려던 젤리가 후루타의 입에서 형태를 잃고 사라져갔다. 젤리의 단맛은 금방 그의 혀를 그 맛으로 마비시켰다.
섞일 수 없는 것이 섞이면 과연 무엇이 나올까.
“…재미있겠네요.”
후루타는 입안을 가득 채운 진득한 단맛을 핥으며 휴대전화를 손에 들었다. 우이의 번호는 진작 즐겨찾기로 설정되어 있었다. 후루타는 그 번호를 눌렀다. 신호 대기음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여보세요, 하고 말하는 우이의 목소리는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우이 씨. 그때의 답을 해드리려고 하는데, 만날 수 있을까요?”
후루타는 조금의 여유도 없이 바로 하려던 말을 뱉었다. 그러며 후루타는 다시 젤리 봉지에 손을 넣어 젤리 하나를 꺼냈다. 달이 없어도 도쿄의 밤은 밝았다. 후루타는 그 희미한 불빛에 젤리를 비춰보았다. 아무리 어두워도 어딘가 몸을 맡길 곳은 있었다.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어중간한 사랑이 존재할 곳은 얼마든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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