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요모

 

연기

 

   섹스를 하고나면 우타는 꼭 담배를 한 대씩 태웠다. 꼭 한 대였다. 그동안 요모는 천장을 보고 누워 새된 숨을 쉬었다. 가끔씩 우타는 렌지, 하고 공연히 요모를 불러보기도 했다. 부르는데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냥 부르고 싶었기 때문에 불렀다고, 항상 그렇게 우타는 답했다. 담배를 끄고 나면 그들을 한 차례 더 관계를 가졌다. 평균적으로 그들은 두세 번의 섹스를 했다. 주로 요모 쪽이 지쳐 떨어졌다. 마지막 섹스를 하고난 뒤엔 우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에프터는 딱히 없는 관계였고, 둘 다 그것에 별다른 불만을 갖지 않았다. 가끔 둘 중 하나가 껴안기를 요구하면 다른 쪽이 땀으로 미끈해진 그의 어깨를 힘을 주어 안기도 했다. 잠을 잘 때는 각자 편한 자세로 잤다. 우타는 왼쪽으로 돌아눕는 것을 선호했고 요모는 천장을 보고 자는 것을 선호했다. 결국엔 우타가 요모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이 되는데, 그럼에도 그 둘은 서로의 위치를 바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런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하고 있었다. 퍽퍽한 동거 생활이었다.

   그 두 남자는 편리성 때문에 집을 합쳤다. 실제로 그들의 삶의 질은 그들이 각자 생활을 하며 가끔 만나 섹스를 할 때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그들은 서로의 삶에 그다지 간섭하지 않으며 지냈고 이전보다 더 많은 섹스를 했다. 굳이 달라진 것을 찾자면 이제는 그들이 함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뿐이었다.

   우타는 자신과 식사 패턴을 맞추기 위해 이 주간 식사를 미룬 요모를 바라보며, 구울에게 있어서 식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구울에게 있어서 식사란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들에게 식욕이란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였다. 그러고 보니 요모는 더는 인간 사냥을 하지 않는다던가? 하지만 요모는 사냥을 하는 우타를 딱히 탓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식탁 식탁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인간들이 사용하는 식탁이라는 기물보다는 단순히 인간을 먹기 위한 공간에 더 가까웠다. 에 각자가 준비해온 인간을 두고는 자기의 식사 속도에 맞춰 인간을 먹었다.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는 그곳에 없었다.

   식사 속도는 우타 쪽이 더 빨랐다. 제 몫의 식사를 마치고도 우타는 요모를 기다렸다. 자리에 앉아 요모가 인간의 살을 뜯어 삼키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요모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우타는 요모의 식사 모습을 상상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 결과물이 우타의 작업대 바로 위의 가면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식후 감사 인사를 빼먹지 않는 구울은 드물지 않을까 하고, 우타는 항상 생각했다.

 

   요모는 집에 붙어 있기 보다는 외출하는 일이 더 많은 편이었다. 낮 시간에 우타는 주로 가게에 가 있었고 때문에 그들은 같이 살면서도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적었다. 어차피 섹스 프렌드니까. 요모는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 우타의 뒤통수를 바라보곤 했다. 자신은 우타를 사랑하는가? 확실히 우타와의 섹스는 좋았다. 우타와 자신은 합이 잘 맞는 관계였고 요모는 그런 쾌락이 이제는 즐거웠다. 그러나 그것 외에 그들의 관계에 무언가 다른 것이 존재하는가?

   그런 생각을 한 이후부터 요모는 커플들을 유심히 관찰하곤 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즐거워 보이는지, 그들 사이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요모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인간과 구울의 차이일 것이라고, 요모는 자신을 달랬다.

   동거 이후 요모의 첫 휴일에 요모는 처음으로 침대에 혼자 누워본 적이 있었다. 한낮의 햇볕이 불투명한 창문을 통해 조각나 떨어졌다. 요모는 이불에서 우타의 냄새를 찾았다. 몇 번이나 크게 숨을 들이쉬어 봤지만 요모는 우타 냄새랄 것을 찾지 못했다. 소설이란 것은 너무도 쉽게 거짓말을 한다고, 요모는 생각했다.

   요모의 이사 후 첫 번째 자위는 건조하게 이어졌다.

 

   요모는 언젠가 처음으로 우타를 바라보고 잠에 든 적이 있었다. 우타 쪽으로 몸을 틀어 누워선 가볍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우타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입이라도 살짝 맞춰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던 날이었다. 우리가 애인도 아닌데 무슨. 그렇지만 요모는 자세를 고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자신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우타를 보았을 때 요모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바로 그 침대에서 혼자 처음 자위를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구울의 체취에는 철분 냄새가 미묘하게 섞여있기 마련이었다. 죽음과 가까이 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라고, 요모는 늘 생각했다. 그 냄새는 인간의 피 냄새와는 조금 달랐다. 인간 쪽이 달착지근한 느낌을 준다면, 구울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거무튀튀한 느낌에 더 가까웠다.

   요모는 자신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우타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우타의 냄새는 거무튀튀하다기 보다는 달착지근한 것에 더 가까웠다. 식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요모는 자신을 달랬다. 어쩌면 섹스라는 자극 때문에 잠시 코가 비뚤어져 버린 것일지도. 어느 쪽이던, 요모 자신과 우타가 섹스의 쾌감이라는 얄팍한 것으로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우타는 담배를 한 대 더 태웠다. 자신은 아직 두 번 정도는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렌지는? 우타는 흘긋 요모를 바라보았다. 웬일로 몸을 일으켜 우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모가 손을 내밀었다. 담배? 우타의 물음에 요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웬일이람. 우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선선히 담배를 건넸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는 요모의 손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우타는 요모에게 직접 불을 붙여주었다. 담배 연기가 요모에게 훅 끼쳤다. 두 사람은 조용히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우타.”

   우타가 필터 부근까지 담배를 태우며 한 대 더 태울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차였다. 우타는 대답 없이 요모를 바라보았다. 요모의 손에 들린 담배에 재가 아슬아슬하게 붙어있었다.

   “한 번 더 할까.”

   “오늘 무슨 날이야?”

   요모는 고개를 저었다. 우타가 내민 재떨이에 재를 털어버리고 고작 반 밖에 피우지 않은 담배를 꺼버렸다. 그냥. 그 말을 하고 요모는 길게 숨을 뱉어냈다.

   마침 담배나 섹스가 고프던 차였다고, 우타는 생각하며 요모를 안았다. 우타의 혀에선 아직 연기맛이 났다. 요모는 살짝 눈을 떠 우타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쿵, 심장이 뛰었지만 요모는 다시 눈을 감았다. 우타의 허리를 껴안으며 그에게 좀 더 달라붙었다. 두 명 분의 연기맛은 생각보다 금방 사라졌다. 요모는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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