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가벼운 섹스 언급이 있음
沙
Y A G I
우이 코오리는 지난 밤, 자신의 첫 섹스를 후회하고 있었다. 글자들이 흰 종이 위에서 정신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전날 밤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날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아마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전 섹스 상대이자 현 상사인 후루타 니무라가 자신의 앞에 앉아있기 때문이었을 터였다.
구울들의 구축 소식과 그들의 새로운 거점들에 대한 정보가 속속히 들어오고 있었다. 넓은 회의실에는 후루타와 우이 단 두 사람밖에 없었다. 후루타는 능숙하게 서류들을 정리하며, 우이 자신은 어떻게 집계되는지 알 수 없는 구울 섬멸률을 뜻 모를 리듬에 맞춰 흥얼거리고 있었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니……. 아무것도.”
시선을 느낀 후루타가 우이를 바라보며 예의 눈웃음을 지었다. 우이는 후루타가 아무렇지도 않아 보여서 더욱 속이 쓰렸다. 마치 지난 밤을 기억하는 것은 오직 자신뿐인 것 같아서. 그런 것을 신경 쓴다는 것도 솔직히 말하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오늘도 후루타는 제 몸에 꼭 맞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우이는 탁, 소리가 나도록 서류 뭉치를 회의실의 커다란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우이는 후루타의 시선이 자신에게 옮겨오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담배 피워도 괜찮지?”
“우이 씨. 담배를 그렇게 많이 피우면 일찍 죽어요.”
“네가 언제부터 나를 걱정했다고.”
“어라, 저는 항상 우이 씨를 걱정했답니다.”
“걱정은. 이용해 먹을 생각밖에 없으면서.”
“이런 들켰나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아서, 우이는 창문을 열지도 않고 자리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필이면 담배도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우이는 반쯤은 신경질적으로 빈 담뱃갑을 구겼다. 희미한 연기 냄새가 그의 코끝을 스쳤다. 모든 호흡 기관이 담배 연기로 가득 차는 느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것이 좋은 느낌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이는 생각했지만 어쨌든 우이는 이것이 없으면 삶을 견디기가 힘든 인간이었다.
우이는 하얀 연기를 뱉으며 몸을 의자에 완전히 기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후루타가 서류를 넘기는지 종이끼리 스치며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어제 침대에서 들었던 그의 셔츠가 구겨지는 소리랑 비슷한 것만 같아 제 손끝에 걸려있는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무심코 움찔, 몸을 멈추었다.
지난밤 자신은 완벽히 제정신이었다. 술에 취해 있지도, 자신을 괴롭히는 다른 감정에 취해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반쯤 흘리듯 후루타에게 먼저 섹스를 권했고, 후루타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냥, 그러고 싶었다. 어쩌면 살아있는 것의 체온이 필요한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그때 자신의 옆에 있던 것이 후루타였을 뿐이었을지도. 단지 자신의 곁에서 살아있는 것 중 가장 따뜻하지 않을 것 같은 후루타가 옆에 있었을 뿐이었을지도.
두 사람은 태연하게 무인 모텔의 좁고 차가운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하얗고 버석거리는 침구가 씌워진 퀸사이즈 침대와, 속이 반쯤 들여다보이는 욕실, 키가 작고 낡은 테이블 위에는 검은색 재떨이와 그가 알지 못하는 가게의 이름이 프린팅된 라이터가 하나 놓여있었다.
후루타는 태연하게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고, 우이에게 손을 내밀어 그의 겉옷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평소의 우이라면 그 손길을 거절했겠지만, 그날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언어로도 정제할 수 없는 감정이 흐르고 있어서, 둘 중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 고요 사이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셔츠 단추를 풀었고, 서로의 몸에 몇 개인가의 잇자국을 남겼으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모든 일이 끝나고 우이는 자신이 후루타의 마른 등을 껴안으며 아주 약간의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이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우이는 담배의 필터 부분을 앞니로 가볍게 깨물었다. 위로 솟구치는 담배 연기가 우이의 코를 따갑게 때렸다.
“우이 씨.”
후루타의 목소리에, 우이는 젖혔던 고개를 들어 후루타를 바라보았다. 후루타는 우이를 바라보며 몇 번 눈을 깜빡였다.
“어제의 일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후루타.”
“네?”
“오해할까 봐 말하는 건데.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우이의 말에 후루타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우이는 그것이 조금 불안했다. 후루타라면 바로 무언가 답을 할 줄 알았는데. 우이의 손에서 담배 연기가 쉼 없이 흐르고 있었고 우이는 쌓어 가는 담뱃재를 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후루타를 마주 보았다.
“제가 오해 같은 걸 왜 하죠?”
그 말을 하는 후루타의 표정은 의문스러움 그 자체였다. 우이는 바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해 얼떨떨한 기분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이 씨는 혹시, 사랑 같은 건 없는 섹스를 한 게 겁이라도 나나요?”
우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겁이 나는가. 자신은 왜 지난 섹스를 후회하는가. 어떠한 감정도 없는 섹스여서? 아니면 그 상대가 후루타여서? 우이는 그 이유조차 찾을 수 없었다. 수많은 의문들이 그의 속에서 쌓이고 있었다.
차곡차곡 쌓이다 곧 터져나갈 것 같은 의문들. 후루타는 그런 우이의 속은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로맨티스트군요. 우이 씨는.”
우이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후루타는 한 번 숨을 길게 내쉬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저 태연하고, 또 나긋한 목소리였다.
“또 밤이 그리우면 찾아오세요. 부하의 실수를 눈감아 주는 것도 좋은 상사의 일 중 하나니까.”
“…일이나 마저 하지.”
“저는 계속 일하고 있었거든요. 농땡이를 피운 것은 우이 씨 쪽이지요.”
어쩌면 후루타는 우이 자신도 모르는 우이의 모든 감정을 꿰뚫어 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싫은 녀석. 우이는 거의 다 타버린 담배를 그냥 꺼버렸다. 마지막 담배였는데. 우이는 폐 깊숙이에 들어있던 숨을 담배 연기 대신에 내뱉었다.
우이는 자신이 후회할 걸 알면서도, 어느 날 밤 후루타를 또 찾을 것이란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와 자신의 관계는 항상 그러했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결코 그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우이는 자신이 평생 금연을 할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후루타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자신은,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무언가를 애써 쫓는 운명일지도. 우이는 긴 속눈썹을 깜빡였다. 자신이 쫓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지. 우이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읽던 서류를 마저 넘겼다.
***
후루우이는 맨날 썰로만 풀었지 막상 써보는 건 첨이라 잘 모르겟네요 .. .. 머 처음이 다 그렇죠 이러다 보면 익숙해지지 안으까..... 하지만 여전히 후루타의 대사를 쓰는 건 재밌다 후루타 너무 좋은 캐리터인 것 같다구 한 번 더 생각하는 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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