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지 쟈쿠라이, 그의 어린 삶에 대하여

 

Y A G I

 

 

01 발목

 

진구지 쟈쿠라이는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주변의 다른 아이들과 키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도리어 그는 남들보다 아주 약간, 손가락 한 마디가 조금 안 될 정도로 작았다. 그 나잇대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그 역시 여자아이들보다 키가 작았다. 그 주위의 누군가는 그 사실에 약간의 괴로움을 느끼곤 했지만, 진구지 쟈쿠라이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린 그에게 자신의 키란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진구지 쟈쿠라이라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데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는 매년 신체검사 때마다 키를 재며 자신의 키가 그어진 빗금보다 그 빗금을 기록표에 받아 적는 사람에 더욱 관심이 있었다.

저 사람은 순전히 일이기 때문에 이런 낯선 곳에 와서 키를 잰다는 지루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가.

진구지 쟈쿠라이는 그 사람들은 아주 조금 동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전혀 티 내지 않았고 대신에 차분하게 실내화에 발을 집어넣고 검지 끝으로 실내화의 뒤축을 반듯하게 폈다. 다만 그는 다음 검사로 이동하기 직전에 톤을 높여 말하는, 아마도 병원의 직원일 그 사람을 한 번 흘긋 바라볼 뿐이었다. 이 사소하고 별 것 없는 사건은 진구지 쟈쿠라이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았다. 어쩌면 그가 이후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아주 약간의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튼. 남들과 비등비등했던 그의 키가 부쩍 자란 것은 그가 중학교에 진학하고 난 이후에서였다. 그는 주위 사람들과 비슷한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 중학교는 가쿠란을 입는 학교였는데, 그의 양친은 그가 키가 클 것을 대비해 그의 사이즈 보다 한 치수 큰 옷을 그에게 입혔다. 양친의 선택은 올바르기도 했고, 올바르지 않기도 했다. 그가 이차 성징을 겪으며 평균을 웃도는 비율로 자랐기 때문이었다.

그의 키는 일 년에 거의 십오 센티미터 가까이 자랐다. 그 나잇대면 으레 키가 자라곤 한다지만, 그의 성장은 이례적일 정도로 폭이 컸다. 고작 한 치수 크게 산 옷이 그의 성장 폭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그는 직접 바짓단과 소맷단을 뜯어 옷의 길이를 늘여보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단정하고 검은 단화 위로 그의 매끈하고 하얀 발목이 보였다. 마른 체구인 탓에 겨울이면 발갛게 트는 그의 복사뼈는 남들의 그것보다 훨씬 도드라져 보였다. 그의 발목은 손가락 두 마디를 조금 넘는 정도로 보였는데, 검은 가쿠란에 대비되는 하얗고 얇은 피부가 보드랍게 그의 뼈와 살을 감싸고 있었다.

진구지 쟈쿠라이는 그 상태로 졸업 사진까지 찍었는데, 어차피 새로 교복을 사봤자 금방 교복이 맞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종종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드러난 발목을 곤란하다는 듯이 쓰다듬곤 했다. 아무래도 발목을 드러내고 다니는 것이 신경 쓰이는 탓이리라.

 

그의 발목이 가려진 것은 그가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후였다. 물론 고등학생 때도 그는 중학생 때와 비슷한 수치로 자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자신의 사이즈보다 한참 큰 교복을 준비해 두었기에, 더는 그의 섬세한 발목이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

 

진구지 쟈쿠라이, 그의 어린 삶에 대하여

 

Y A G I

 

 

00. 진구지 쟈쿠라이

 

진구지 쟈쿠라이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타인의 몸을 대하는 의사가 된 것에 어쩌면 조금의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를 대신 해서 진구지 쟈쿠라이의 신체를 탐구하는 책이다. 오직 그가 보고 있지 않았던, 어쩌면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을 파헤치는 것에 집중한 책이다. 마치 그가 남의 몸을 진찰하기 위해 바라보듯이, 우리는 마치 그와 비슷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않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그의 몸을 탐구하게 되는 것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흥미롭기때문이 아닐까. 진구지 쟈쿠라이라는 한 인간이 이 책을 쓰고 읽는 인간에게 흥미로운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진구지 쟈쿠라이의 신체와 함께 그의 어린 삶을 살핀다. 타인의 신체를 대한다는 것은 그의 역사를 읽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를 읽으며 그에게 더욱 가까워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진구지 쟈쿠라이를 더욱 사랑하기 위해 이 책을 쓰고 읽는다. 어째서 그를 사랑해야만 하는가, 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문을 표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그런 의문이 드는 사람이라면 일단 이 책을 덮고 진구지 쟈쿠라이에 대해 생각해보라. 당신에게 그는 흥미로운 인물인가? 자꾸 신경이 쓰이는 인물인가? 조금 더 알고 싶은 인물인가? 그렇다면 다시 책을 펼쳐라. 당신은 이미 진구지 쟈쿠라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은 잠시 덮어두고 당신이 사랑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라. 그리고 언젠가 다시 그에게 관심이 갈 때, 이 책을 펼쳐보라.

 

그렇다면 이미 진구지 쟈쿠라이를 사랑하는 당신.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친다. 그럼 이제부터 진구지 쟈쿠라이의 삶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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