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완전
Y A G I
요모는 자신이 어떻게 흡혈 욕구를 참았고, 또 어떻게 그것을 발산해 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도 오랜 시간 공복을 참은 탓이었다. 기억의 소실. 요모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을 우타라고 소개한 남자를 먹지 않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요모는 자신이 먹은 사람 대신 그 남자의 이름을 외웠다. 우타. 너무나도 쉽고 간단해서 현실감이 없는 이름이었다.
우타는 식사 시간 내내 요모가 식사를 하는 걸 지켜보았다.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넣고, 뼈와 거죽이 닿을 정도로 피를 빨아먹고, 마침내 작은 뼈 하나하나까지 아득아득 씹어먹는 그 모습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바라보았다.
요모는 손날에 묻은 피를 핥아먹었다. 그의 눈이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금까지 굶은 것에 비해 인간 하나는 적은 양이었다. 하지만 요모는 그것으로 식사를 멈추었다.
먹을 수 있는 다른 인간이 없었기 때문은, 당연히 아니었다.
우타는 책상다리를 한 채, 한쪽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턱을 괸 채로 앉아있었다. 아주 흥미로운 것을 본다는 태도도 아니었고, 그 장면이 지루하다는 태도도 아니었다. 그저 관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타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었다.
그런 우타에게선 아주 달콤한 냄새가 났다.
“식사, 끝난 거지?”
“응.”
“제대로 본 건 처음이라 조금 놀랐어. 아, 이런 말은 좀 실례인가?”
우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고양이상, 붉은 눈동자에, 검은 머리카락. 온몸을 휘감은 문신과 곳곳의 피어싱.
대부분의 흡혈귀에게 있어 인간의 외형이나 목소리 따위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나, 우타의 외모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부분이 있었다. 길을 걷다가 한 번쯤 뒤돌아볼 외모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좋게 얘기하면 기억하기 쉬운 얘기였고 나쁘게 얘기하면 먹잇감이 되기 좋은 외모였다.
“…그다지.”
“응, 응. 그렇다면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며 우타는 몸을 일으켰다. 그가 탁탁 옷을 털자 공사장의 먼지가 가뿐히 내려앉았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흡혈귀 씨.”
우타는 성큼성큼 요모의 앞으로 걸어왔고 종국에는 그와 코끝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요모는 우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는 자의 특권. 두 사람의 숨이 섞였다.
“나는 흡혈귀 씨의 손에 죽고 싶어.”
“이유는?”
“죽고 싶은 데에 이유가 있겠어?”
“왜 하필이면 내 손에 죽고 싶느냐, 하는 거야.”
두 사람 다 거리를 늘이지 않았다. 요모의 눈에 우타의 눈동자가 오롯이 담겼다. 어느 쪽도 시선을 피하거나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마치 기 싸움을 하는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야.”
먼저 한발 물러선 것은 우타쪽이었다. 우타는 몸을 뒤로 물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인간이란 생물이,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존재에게 먹힐 기회란 없잖아?”
“그게 다인가?”
“응.”
요모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걸 원하는 생명이 있단 말인가? 아니면 이건, 그저 오만일까?
“헛소리도 적당 것 해, 인간.”
“우타야. 아까 이름 말해줬잖아?”
“…우타.”
“나는 피식자의 상황에 놓여보고 싶은 거야. 그러면 좀, 뭔가가, 달라지지 않을까아, 하고.”
“제정신이 아니군.”
“흡혈귀 씨도 마찬가지잖아, 그건?”
요모는 우타를 노려보았다. 우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타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일부러 사람을 먹지 않고 있잖아. 매일 밤마다 먹은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잖아.”
“정체가 뭐지?”
“나는 흡혈귀 씨를, 흡혈귀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보아왔어.”
우타는 미소지었다. 달이 구름에 가려지며 어둠이 두 사람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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