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요모  #어쩌다 우타는 10대 요모를 만나고 어쩌다 요모는 10대 우타를 만나는 그런 시리즈

 

 

신드롬

 

Y A G I

 

 

 

요모 렌지는 잠에서 깨었음에도 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자신이 아주 잘 아는 냄새가 났다. 요모는 누군가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것을 느끼곤 눈을 떴다. 좋은 아침. 우타가 요모를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눈앞에 있는 우타는, 더 이상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요모는 우타가 제 얼굴을 만지는 것을 가만히 두었다. 우타의 손이 요모의 눈 밑을, 광대를, 그리고 귓불까지 아주 부드럽게 스쳤다. 그의 손길은 마냥 나긋했다. 요모는 가볍게 눈을 감고 그 손길을 느꼈다.

돌아와서 다행이다.”

.”

어린애랑은 이런 거 못 하잖아.”

그런 것치고 같은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맹세할게. 아무 짓도 안 했어.”

우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래서 요모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게 단호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요모는 우타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과는, 확실히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겠지. 모든 것이 불안정한 그때에 비해서 지금은, 최소한 하나의 확신은 갖고 있으니까.

우타가. 그러니까 어린 네가 나한테 뭘 하려 했는지 알아?”

키스나 하려고 했겠지.”

사람 진짜 잘 안 바뀌는구나.”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는대.”

그 뒤로 시간이 꽤 흘렀잖아.”

, 그건 그렇지만.”

요모는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평생 익숙해질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천장이, 이렇게 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이제는 당연해 보였다.

키스했어?”

아니.”

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옆에서 우타가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눈동자만 움직여 그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요모를 따라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두 사람은 잠시 나란히 누워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어쩐지 노곤한 시간이었다.

우타.”

?”

그때 나랑 키스한 게, 혹시 첫 키스였어?”

요모의 질문에 우타가 재밌다는 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고개를 돌려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부스스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첫 키스였다면 어떨 것 같아?”

지금 키스하고 싶을 것 같아.”

만약 첫 키스가 아니었다면?”

그래도.”

하고 싶어. 요모는 우타에게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요모가 우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요모의 손바닥이 매끈한 우타의 뺨을 타고 내렸다. 요모는 숨이 많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중요한 거, 아니잖아.”

그렇지.”

우타의 입술은 따뜻했다. 요모는 그의 목덜미를 껴안았다. 우타가 슬금슬금 요모의 몸 위로 올라왔다. 아침 햇살이 그의 입술을 촉촉하게 비추고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아래에서, 그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우타의 입술이 요모의 이마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우리 둘 다 이상한 꿈이라도 꾼 걸까.”

나는 별로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

?”

그냥, 좋았어. 간만에 어린 렌지를 만나서.”

우타의 목소리는 나긋했다. 그새 우타는 요모의 목덜미를 깨물고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귓가에 달아오른 숨을 뱉었다.

그래도 난 지금의 렌이 더 좋아.”

마찬가지야.”

어린 렌지랑은 이런 거, 못하니까.”

우타의 말에 요모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굳은살이 박혀있는 긴 손이 요모의 옷 안을 쓸었다. 요모는 눈을 감고 약간은 차가운 그의 손길을 느꼈다. 그렇지. 어린 우타랑은, 이런 거 못 하지.

요모는 한 번 더 우타의 입술을 찾았다. 우타는 물론 그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

 

 

*

 

 

우타.”

, ? 렌지?”

어른이 된 너를 보고 왔어.”

어라, 우연이네. 나도 다 큰 렌지를 봤는데.”

우타는 요모를 보고 웃었다. 다시 작아졌네. 우타는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 것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우타는 자신의 몫에 제법 만족하고 있었다.

어땠어?”

수염 기르고 있던데.”

거짓말.”

진짜야.”

요모는 가볍게 미간을 좁히며 제 턱을 문질렀다. 어른이 되면 수염이 어울리는 것일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요모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잘 어울렸어.”

요모는 우타의 그 말이, 그저 한번 해 본 빈말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어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우타는 요모의 허벅지 위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요모는 그다지 표정 변화 없이 눈앞의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요모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 요모한테 키스하려고 했다.”

했어?”

글쎄. 어떨 것 같아?”

우타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요모는 가볍게 침을 삼켰다. 아직도 우타가 이렇게 나올 때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어른이 된 자신은 조금 더 우타를 잘 대할 수 있을까. 요모는 눈동자를 돌려 우타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렌지는 어땠으면 좋겠어?”

안 했으면 좋겠어.”

다행이네. 안 했어.”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요모 쪽으로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 요모는 이번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요모의 귓가에 우타의 나긋한 목소리가 그의 숨소리와 함께 섞여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 거야.”

요모는 우타의 허리를 안았다. 우타와의 첫 키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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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

 

Y A G I

 

 

  요모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묘한 기시감이 드는 장소였다. 완전히 낯설지는 않은데, 동시에 자신이 완전히 속해있지도 않은 그런 공간. 요모는 자신이 왜 갑자기 이곳에 서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요모의 뒤편에서 마찬가지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요모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몸을 돌렸다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곤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그곳엔 우타가 서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자신 앞에 있는 우타가 과거의 우타라는 점이었다.

  청소년 시절의,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우타.

  “익숙한 냄새가 나네.”

  “우타…….”

  “어라,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우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고개를 몇 번 갸웃거렸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가를 반복했다.

  “이상하게 익숙하네. 우리 오늘 처음 보는 거 맞지?”

  “아마.”

  “이름이 뭐야? 나는, . 이미 알고 있구나.”

  “렌지.”

  요모의 대답에 우타는 재미있다는 듯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렌지, . 설마 내가 아는 렌지인 거야? 하는 우타의 질문에 요모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렌지가 이렇게 자라다니.”

  그래서 불만이야?”

  그쪽이었나. 요모는 우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우타는 자신의 기억보다 훨씬 더 작아 보였다. 그때는 왜 그렇게 우타가 커 보였는지.

  아니.”

  우타의 대답에 요모는 희미하게 웃었다. 요모는 익숙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우타는 그 모습을 보고 소리 없이 웃었다.

  렌지, 내 생각보다 많이 컸구나. 이제는 수염도 기르고.”

  , 사실 너보다도 더 커졌어.”

  거짓말!”

  정말인데.”

  으음, 하고 우타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그렇게 싫은가. 잠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타가 뭔가를 결심한 듯 혼자 고개를 끄덕이기에, 요모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부터 노력하면 렌보다 크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안 될걸.”

  우타가 쳇,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그 당시엔 이때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도, 평안하지도 않았던 때 같았는데, 막상 돌아와 보니 그런 것도 아니다 싶었다.

  아니면 자신이 그만큼 자라버린 걸지도. 요모는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우타가 슬쩍 요모를 바라본 채 요모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의 의중을 바로 알 수가 없어서, 요모는 한쪽 눈썹을 움찔 움직이며 우타를 바라보았다.

  저기, 렌지. 나 렌지한테 키스해봐도 돼?”

  우타의 얼굴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것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요모는 가만히 그 얼굴을 보고 있었다. 우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우타가 속삭이듯 요모에게 말을 건넸다.

  사실 나 이거 첫 키스다.”

  그럼 안 돼.”

  요모는 왼손으로 우타의 입술을 밀어냈다. 우타의 표정이 금세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 첫 키스란 게 무슨 대수야?”

  “이왕이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과거의 나랑 해주면 좋겠어.”

  요모의 말에 우타가 흠, 하고 그의 말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우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요모의 허벅지 위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요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요모는 그런 우타를 굳이 밀어내지는 않았다. 애초에 밀어낸다고 밀릴 성격도 아니었고.

  “있잖아. 첫 키스라는 말 믿었어?”

  우타의 목소리는 나긋했다. 그의 체온이 요모의 온몸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요모는 슬쩍 그런 우타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우타가 키득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내가 키스 한 번 안 해봤을 것 같아?”

  “아니.”

  “하지만 렌지가 한 말엔 공감했어.”

  “만약에 돌아오면키스할 거야?”

  “그건 렌지가 더욱 잘 알지 않아? 렌지는 그 시간들을 겪어 왔으니까.”

  요모는 입을 다물었다. 했었지, 우리. 새삼스러운 자신의 첫 키스였다. 그리고 아마 우타도 그럴지도 몰랐다. 아니라고 얘기하곤 있지만, 요모는 아까 그의 얼굴을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간 긴장의 기운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기억보다 10대의 그는 조금 더 알기 쉬운 사람이었다. 요모는 그런 우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요모는 힘을 주어 우타의 허리를 안았다. 우타는 요모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우타 특유의 냄새가 났다.

  “있잖아, 렌지.”

  우타가 부르기에 요모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우타의 커다란 눈동자가 오롯이 요모를 향하고 있었다.

  “나와의 키스는 어땠어?”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가 아니라 좋았어, 면 안 되는 거야?”

  우타의 말에 요모는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우타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정말로, 이때의 우타는 알기 쉬웠다.

  “좋았어. 엄청.”

  “나도 아마, 그랬을 거야.”

  그 말을 하며 우타가 웃었다. 웃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요모는 생각했다. 우리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그가 웃는 모습은 그대로라는 사실이 요모의 기분을 편하게 만들었다.

  “갈 곳 없지?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 .”

  그 말을 하며 우타는 그제야 요모의 허벅지에서 내려갔다. 요모는 자신의 허벅지를 누르고 있던 무게가 없어지자 괜히 헛헛한 기분이 들어 손바닥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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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X10대 요모   #어쩌다 우타는 10대 요모를 만나고 어쩌다 요모는 10대 우타를 만나는 그런 시리즈

 

 

 

신드롬

 

Y A G I

 

 

우타는 누군가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꽤 조심스러운 소리였다. 우타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일정을 정리했지만 오늘 이곳을 찾아오기로 약속된 사람은 없었다.

뭐 어때.

우타는 작업물을 그대로 작업대 위에 올려놓곤 손님을 맞이하러 발을 옮겼다. 재미있는 일들은 항상,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만남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었다. 우타는 오늘의 이 만남도 그런 것이길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우타는 조금은 무거운 가게의 문을 열었고, 자신 앞에 서 있는 어린 남자아이를 보았다.

이런.

우타는 속으로 짧게 혀를 찼다. 우타의 눈앞에는 십 대쯤으로 보이는 어린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아이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우타를 올려다보았다. 우타는 그 눈빛을, 얼굴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눈을 떠보니 여기였어.”

일단 들어올래?”

우타는 몸을 옆으로 비켜 그가 들어올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가게 안쪽으로 들어왔다. 우타는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작은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요모 렌지의 얼굴이었다.

우타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야 들여야 할지 몰라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봐도 저 아이는 자신이 렌지를 처음 만났을 때 봤던 그 얼굴과 그 분위기였다. 지금보다 조금 더 신경을 날카롭게 벼려놓은 아이.

이 낯선 상황에 아이는 온몸으로 긴장을 뿜어대고 있었다. 우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의 렌지를 다시 보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우타와 요모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요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우타와는 달리, 요모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먼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깬 것은 우타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였다.

이름이 뭐야?”

렌지.”

돼지?”

렌지!”

그 말에 우타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역시 내가 아는 그 렌지가 맞구나. 우타는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도 같았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이 상황에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는 이름이 뭔데.”

우타.”

정말로?”

요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희마하게 웃었다. 이때의 요모도 제법 알기 쉬운 편이었다. 우타는 그래서 요모를 좋아했다. 자신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존재. 우타가 아는 모든 요모는 그런 사람이었다.

. 내 이름이랑 똑같은 친구가 있어?”

요모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긴 것도 비슷해서, 더 놀랐는데.”

나도 너랑 이름이 똑같은 친구가 있어.”

나랑 닮았어?”

글세. 내가 아는 렌은 키가 이만큼 큰데. 너는 아니잖아.”

우타는 요모의 한참 위쪽으로 손을 뻗어 공중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듯 손을 움직였다. 우타는 그것을 보고 요모가 가볍게 발끈한 것을 느꼈다. 역시 어리구나. 우타는 손을 내리고 요모를 향해 소리 없이 웃어 보였다.

지낼 곳 없지?”

요모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 없이 고개만을 끄덕이는 게 요모답다고, 우타는 생각했다.

당분간은 여기 있어도 돼.”

고마워.”

이 정도 가지고 뭘.”

그 대화를 끝으로 우타는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가게를 한 바퀴 돌며 자신이 만든 가면을 살펴보던 요모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우타가 가면을 만드는 것을 구경했다. 우타는 그의 시선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할 일을 이어갔다.

손재주가 더 좋아졌네.”

나는 더 이상 10대가 아니어서.”

그 말을 하고 우타는 곁눈질로 요모를 슬쩍 바라보았다. 자존심이 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는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뭘 고민하는 걸까. 우타는 방금 서로가 나눈 대화를 복기해봤지만 그중에서 저 정도로 신경 쓸만한 말은 딱히 없다고 느꼈다. 우타는 들고 있던 가위를 놓고 요모를 바라보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뭔데? 답해줄 수 있는 거라면 말해줄게.”

요모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꺼내기를 조금 주저하고 있었다. 우타는 빙긋 웃으며 요모가 말을 꺼내기를 침착하게 기다렸다.

아니, 기다리지 않아도 요모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우타는 선수를 치는 대신 요모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그 말을 하길 기다렸다.

너는렌지를. 아니, 그러니까. 이 세계의 어른이 된 렌지를 좋아해?”

뭐야, . 나를 좋아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렌지, 어렸을 땐 역시 조금 더 귀여운 구석이 있었나. 우타는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말 안 해줄래.”

심술부리긴.”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그렇게 묻는 건 뭔가 반칙 같잖아.”

너는 반칙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틀린 말은 아닌데. 연애 문제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 말에 동의라도 한 듯, 요모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하는 답을 했다. 그 이후로 요모가 먼저 우타에게 말을 꺼내는 법은 없었지만 우타는 그것이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과 요모의 관계는 항상 그랬으니까.

우타는 괜히 기분이 들떠 예상보다 일찍 작업을 마감했다.

 

  “렌지. ?”

  “아니.”

  “아까 물었던 거 말이야.”

  “.”

  두 사람은 우타의 침대에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다. 어느 누구도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우타는 몸을 돌려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답은 아니라도 힌트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요모의 의문스러운 시선이 우타에게 닿았다. 우타는 그 자그맣고 보드러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요모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우타는 나긋하게 그쪽으로 몸을 옮겨 요모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요모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져서, 우타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어둠 속에서도 요모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는 것을 우타는 느낄 수 있었다.

  “잘 자. 렌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이 얼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요모에게서 등을 돌려 누웠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편하게 잠에 들기는 힘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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