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신 우타X청소년 요모

 

 

 

 

Y A G I

 

요모는 우타의 붉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 모를 여름 매미가 매섭게 울고 있었다. 요모는 한숨과 비슷한 숨을 내쉬었다. 요모가 내쉰 숨에 우타는 고개를 가볍게 한쪽으로 기울이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요모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야기의 방향을 돌렸다. 후회 같은 건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이런 곳에 사는 게, 무섭지 않아?”

무서울 게 뭐가 있어.”

하지만 네 또래의 사람들이 먹히잖아.”

난 먹히러 온 거 아닌데. 먹히러 온 건 너잖아.”

요모는 눈을 깜빡여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그런 말을 해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그렇지. 죽으러 온 건 나였지. 우타는 살기 위해 왔고. 나무의 진녹빛 그늘 아래에서 요모는 자신의 죽음을 떠올렸다. 신에게 먹혀서 맞이하는 죽음. 몇 번이나 상상해 봤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 죽음이었다.

요모는 지금까지 신을 믿지 않았다. 신이 자신에게 준 것은 시련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 수많은 신들 중 하나에게 먹히겠지. 요모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다. 요모는 그것을 별로 불평하지 않았다.

무섭지 않아?”

별로.”

그래서 우타의 질문에도 아무렇지 않게 답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삶의 시작부터 죽음이었으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딱히 없었다.

다행이네.”

?”

그냥. 죽기 싫다고 울고불고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이상한 녀석이네.”

여기 죽으러 들어온 너만큼 이상할까.”

그 말에 요모는 희미하게 웃었다. 맞는 말이어서 딱히 더할 말도 없었다. 우타는 고개를 뒤로 젖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여기 네 친구라고는 나밖에 없으니까.”

벌써 친구가 된 거야?”

친구가 싫으면, . 동거인이라고 생각하던지.”

우타는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동거인, 이라. 지금까지 누군가와 가까이하며 함께 살아본 적이 얼마나 되었던가. 우타라는 존재가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좋은 부류의 사람인지는 아직 조금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 한 사람 더 있다.”

우타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요모를 바라보았다. 요모는 그가 눈을 깜빡여 그 긴 속눈썹에 얹힌 햇볕을 털어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누구?”

여자애 하나가 있어.”

그 애도 떠돌아다니다 여기서 살게 된 거야?”

, 비슷해.”

여기서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알 리가 없지. 우리는 아랫마을엔 안 내려가니까. 거기다 우리 말고는 다 죽어버렸고.”

죽음. 그 단어는 자꾸 요모를 따라다녔다. 우타는 슬쩍 요모의 눈치를 보았다. 요모는 태연해 보이면서도, 묘하게 입술 끝이 굳어있었다. 그러나 그 입꼬리는 곧 풀어졌다.

요모란 녀석은 이전에 만났던 아이들과는 뭔가 달라도 달랐다. 우타는 제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껴졌다. 강렬한 호기심이었다. 요모 같은 사람은 지금껏 처음 만났다. 요모와 함께하는 남은 일 년이 즐거울 것 같았다. 우타는 가볍게 아랫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그것은 일종의 나쁜 버릇이었다.

그 애는 언제 만날 수 있어?”

글쎄. 저녁쯤? 그때까지 신사 소개나 해줄까.”

우타는 먼저 그늘 밖으로 몸을 뺐다. 검은 머리카락이 햇볕 아래서 물결치듯 반짝이고 있었다. 요모는 무심코 그 빛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빛깔. 요모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삶의 시작은 여름이었고 그것은 곧 죽음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종종 저렇게 아름답게 빛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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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신 우타X청소년 요모

 

 

 

 

Y A G I

 

 

신사는 요모의 생각보다 훨씬 더 작았다. 그러고 보니 요모는 그 신의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모두들 그 신이 힘을 가지게 될까 봐 두려워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었다. 그저 다들 악신이라고만 불렀던 그 신의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요모는 자신이 죽기 전에 그 이름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신에게 먹히기 직전에 그의 이름을 물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모는 신발을 벗고 본당으로 들어섰다. 본당 역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 공기는 싸늘했다. 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작 며칠 전에 자기 이전의 아이가 그 악신에게 먹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발바닥이 시려서 요모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 상태로 본당을 한 바퀴 둘러 본 요모가 발견한 것은 지금까지 지냈던 아이들의 이름이었다.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색이 바래있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담긴 목록. 요모는 자신의 바로 앞 아이의 이름을 읽어보려 했지만 요모는 그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을 알아서 뭐하겠어.

요모는 악신의 뱃속에 들어가서나 물어보자고 생각하면서, 이름 모를 아이의 이름 아래 자신의 이름 네 자를 써넣으려 했다.

안녕.”

요모는 펜을 그대로 들고 낯선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본당의 입구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는 맨발로 본당으로 올라와 요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비록 자신 또래이긴 하지만 그래도 낯선 존재의 등장에 요모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설마 여기에 자신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존재할 줄이야.

잔뜩 긴장한 요모와는 달리 그는 몸을 기울여 요모의 어깨너머로 그가 들고 있는 종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요모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무릎을 굽혀 앉은 채 그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요란한 차림이라고, 요모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온갖 피어싱에 흐트러진 옷매무새. 도저히 신사 같은 곳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신지, 하고 하나의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

신지. 마지막에 적혀 있는 이름.”

, 하고 요모는 다시 그 한자를 바라보았다. 신지라고 읽는구나. 생각보다 빠르게 그 이름을 알게 된 요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름을 알려준 남자는 빙긋 웃어 보였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눈꺼풀에 가려져 잠시 사라졌다.

거기 이름 적을 거야?”

적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 이름 적은 애들은 다 죽었어.”

요모는 그 말에 어떤 오싹함을 느꼈다. 죽음이라는 것이 이젠 눈앞에 실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 남자의 분위기 때문일까. 요모는 펜을 조금 더 꽉 쥐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죽으러 온 곳이니까. 요모가 그 말을 하기 전에 남자는 요모가 펜을 잡고 있는 손목을 붙잡았다. 가느다란 팔에 어울리지 않는 힘이었다. 요모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아주 짧은 순간 마주쳤다.

그러지 말고. 일단은 나랑 놀자. , 심심해.”

요모는 얼떨결에 남자의 손에 이끌려 다시 본당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여름 햇볕이 따갑게 두 사람의 얼굴로 쏟아졌다. 우타는 자신이 좋아하는 곳이 있다며, 요모를 큼직한 나무 아래의 그늘로 데려갔다.

나는, 우타야.”

우타. 요모는 속으로 그 이름을 되뇌었다. 우타라니. 이상한 이름이었다. 우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요모를 빤히 바라보았다. 요모는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는 것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져서 조금 주저하다 이름을 말했다.

렌지.”

그냥 렌지야?”

요모 렌지.”

렌지라고 불러도 되지?”

요모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요모는 아직도 자신이 살아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그다지 믿기지 않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저 좁은 계단 아래에 두고 온 줄만 알았는데.

여기엔어떻게 있는 거야?”

요모의 질문에 우타는 길게 음, 소리를 내더니 제법 명쾌한 목소리로 답을 내렸다.

갈 곳이 없어서. 몰래 사는 중이야. 매일 여기저기를 떠돌 수는 없잖아.”

여기는 악신이 사는 곳이래.”

알고 있어.”

우타의 붉은 눈동자가 선뜩하게 빛났다. 요모는 잠시 그가 이 신사에 산다는 악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요모가 본 것이 자신의 불안에 기인한 환각이라고 말하는 듯이.

매년 네 또래의 애들이 와서 죽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

우타의 그 말이 어쩐지 무겁게 느껴져서 요모는 우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말하는 내용과는 달리 우타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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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소재가 있음  #악신 우타X청소년 요모

 

 

 

여름

; 내가 죽을 자리

 

Y A G I

 

 

    요모 렌지의 세계의 시작은 여름이었다. 해바라기가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매미가 소란스레 날개를 떨고 있을 때 그의 세계는 시작되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것에 별 이유는 없었다. 그가 태어난 날이 여름이었기 때문이었기도 했고 그의 최초의 기억이 여름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세계의 끝 역시 여름이 될 예정이었다.

    요모 렌지는 새하얀 옷을 입은 채 깔끔하게 정돈된 산길을 걸었다. 요모의 전임자는 이런 일을 꼼꼼히 하는 성향의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런 것에 매달리지 않으면 자신의 죽음을 잊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요모 렌지는 자신은 어느 쪽의 인간일지 생각하다가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아예 지워버렸다. 굳이 따지자면 전자에 가깝겠지만, 그는 청소를 아주 꼼꼼히 하는 것에 별 재능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는 그냥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는 계단을 올라가며 지금까지의 삶을 하나씩 떠올리고 있었다. 그걸 위한 계단이었고, 요모는 그것에 굳이 반하지 않기로 했다. 그럴 의지도 없었다. 어차피 지금까지 자신의 삶은 오늘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으니까.

    요모는 계단을 올랐다.

    최초의 기억은 죽음이었다. 살아남은 자만이 기억할 수 있는 바로 그 죽음이었다.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모든 것은 선명한 빛에 감싸여 천천히 데워지고 있었고 그것은 자신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여름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기 바쁜 계절이었다. 해바라기가 태양이 아닌 요모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모는 그 해바라기와 시선을 마주쳤다. 물론 해바라기가 그 상황에 대해서 어떤 답을 내려줄 수는 없었다.

    요모 렌지는 그 길로 집을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은 눈을 꼭 감고 모른 척 넘어가려 애썼다. 요모는 여기저기를 떠돌며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을 찾았다. 그것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 그날의 해바라기가 요모 자신을 너무 뚫어져라 바라보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요모는 그 여름날에 삶을 묶어둔 채 살아왔다. 요모를 이 시골 마을까지 이끌어온 것도 그 죽음이었다. 더는 잃어버릴 것도 없는 사람이 정착하게 되는 마지막 공간.

요모는 계단을 한 칸 더 올랐다.

이 마을에는 마을을 다스리는 악신이 있다고 했다. 매년 열일곱 살의 아이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마을에 끔찍한 병이 돈다고 했던가. 마을 사람들도 제각각 다르게 기억하는 언젠가, 제물을 바치지 않았더니 마을 사람의 반이 죽어 나갔다고 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잡아먹어 버릴 것 같은 그 악신을 숨기려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얼마 남지 않는 사람마저 모두 다 죽어 사라질지도 몰랐으니까. 마을 사람들은 항상 죽음의 공포를 눈앞에 두고 매년 눈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 앞에, 죽음으로부터 태어난 요모가 나타났다. 만약에 요모가 성년이 된 이후에 그 마을을 찾았다면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모는 고작 열여섯 살이었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를 마을에 받아들였다. 물론 일 년 후에 악신에게 산 제물로 바쳐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자기네를 지키기 위한, 한없이 이기적인 이유였지만 요모는 그에 그다지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 죽을 자리로는 나쁘지 않아 보이는 곳이었으니까.

요모는 계단을 또 한 칸 올랐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진녹색 향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요모의 발밑에서 이끼와 키가 작은 풀들이 짓이겨지고 있었다. 죽음으로 시작된 삶이었으니 죽음으로 끝나도 불만을 가지지는 않으리라. 요모의 짧은 생각이었다.

요모는 마지막 계단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계단을 올라가면 요모는 더 이상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게 된다. 제물로서 악신을 일 년 동안 모시다가 그 악신에게 잡아먹힐, 살아있으나 죽은 상태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럼에도 요모는 서슴없이 마지막 계단을 올랐다. 어차피 원래 자신은 살아있으면서도 죽어있는 상태였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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