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성의 감각들

 

   너와 나는 종종 몸을 섞었다. 나는 땀에 젖은 너의 몸에 입을 맞췄다. 그러는 동안 너는 왼쪽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은 너무 심하게 해버렸을지도. 나는 너의 온몸에 새겨진 흉터들을 손끝으로 매만진다. 나의 동족들이 만들어낸 너의 흉터들. 나는 그 흉터 하나하나에 입을 맞춘다. 그러면 너는 애타는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이리 와. 안아 줘.

   예전부터 너는 유난히 섹스를 할 때나 섹스가 끝났을 때 사람의 품을 찾았다. 이제는 굳이 그런 때가 아니더라도 추위를 핑계로 대고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곤 했지만. 너는 아직도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기 위해 내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나는 그런 너의 머리를, 어깨를 등을, 차례대로 쓰다듬었다. 좋은 감촉이었다. 어쩌면 사랑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느 쪽인지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지만.

   나는 문득 너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너의 젖은 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너의 귀 뒤로 넘기며 나는 너의 얼굴을 찾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너는 더욱 더 내 품속을 파고들었다. 마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루.

   나는 너의 이름을 불렀다. 평소라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볼 너는 지금 응, 하고 약간 웅얼거리는 목소리만 낼 뿐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무 일도 없었어.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아무 일도 없어서, 이러는 거야.

   그제야 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너의 자색 눈동자가 흐려져 있었다. 나는 너의 눈꺼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너는 마치 키스를 하면 잠에서 깨어난다는 어느 동화의 공주님인 양. 하지만 너는 이루였다. 그런 공주가 아니라, 이루였다.

   오늘도 구울을 구축했어.

   그래서요?

   그냥. 그냥, 그러고 나면 서월이 너를 보는 게 아플 때가 있어.

   그 말을 하고 너는 다시 내 품에 파고 들었다. 내가 알던 평소의 네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 이런 너의 모습도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나는 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너는 울음을 터트리거나, 어떤 말을 더 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숨을 쉬며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이루는, 죄책감을 느끼는 건가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너다운 대답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소리 없이 웃었다. 나는 너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술을 열었다.  

   그러면요?

   그냥그냥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란 게 있잖아.

   이루는 모든 것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도 사람이야.

   …이런, 어쩌죠. 이루를 더 사랑하게 되어버렸어요.

   그 말에 이루가 짧게 웃었다. 아까보다 훨씬 더 가볍고, 이루다운 웃음이었다.

   그러면 섹스나 한 번 더 할까.

   나쁘지는 않지만, 왜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되는 건가요?

   그 동안은 다른 생각 없이 서월이를 사랑할 수만 있으니까.

   저야 좋지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

   너는 내 어깨를 깨물었다. 구울의 신체에 인간의 치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너는 종종 내 몸을 깨물곤 했다. 사랑을 갈구하는 너의 습관이었다. 나는 마찬가지로 너의 어깨를 아주 살살 깨물었다.

   너에게선 항상 위험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나는 이 위험성마저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의 스릴 따위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고 나니 이 위험성까지 사랑하게 된 것뿐이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너는 모든 것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너와 나는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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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로 동인이었습니다.  (0) 201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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