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에서 본 하늘은 그저 파랗기만 했다. 요모 렌지는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는 벌써 하얗게 눈이 쌓여 있었다. 기차는 종종 가볍게 덜컹거렸고 요모는 그 진동을 기꺼이 즐겼다.
“렌, 무슨 생각해?”
그런 요모의 어깨에 우타가 달라붙듯 기대어 왔다. 요모는 제 옆에 앉은 우타를 한 번 흘긋 바라보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냥.”
“둘이서 여행은 처음인 거 같다, 그치.”
요모의 심플한 대답에 익숙한 우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요모는 우타의 가지런한 호흡을 코트 너머로 희미하게 느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여행 같은 걸 할 여유는 없었지. 요모는 충동적으로 우타 쪽으로 제 몸을 가볍게 기댔다. 우타의 짧은 웃음이 진동으로 전해졌다.
“기대되지 않아? 숙소도 좋은 곳으로 잡아뒀는데.”
응, 하고 요모는 짧게 말했다. 아무리 매사에 덤덤한 요모라도 이런 일에 조금도 설레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여행 전부터 요모는 수없는 상상을 했다. 요모에게 있어서 삶은 여행이라기보다는 피난에 가까웠다. 여행처럼 어딘가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온다는 일은 쉽게 떠올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요모에게 이 첫 여행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이리라.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 요모는 그것을 안겨 준 우타에게 적잖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또한 언제나 죽음에 더욱 가까운 삶에 치여 왔던 요모이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유독 기분 좋은 일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요모는 이런 생각을 우타에게 모두 말하지는 않았다. 우타는 이런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채는 사람이기도 했기 때문이지만, 그보다는 이런 감정을 터놓고 말했을 때 우타의 반응을 알 것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난리가 나겠지. 요모는 속으로 생각하며 창밖으로 재빠르게 지나쳐가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우타의 반응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 전부터 굳이 소란스러움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게 스타일의 차이인가. 우타라면 이런 감정을 조잘조잘 다 말했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가자 요모는 입꼬리를 살짝 웃어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기차는 어느덧 종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리자마자 바다가 있을 줄 알았는데. 요모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풍경은 도쿄 시내와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아주 약간의 짠 냄새가 묻어있다는 것 빼고는 이런 곳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우타는 그런 요모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여기서 버스 타고 좀 더 들어가야 해.”
“꽤 깊숙한 곳에 있구나.”
“원래 명당은 남들이 찾기 힘든 곳에 있는 법이야.”
우타의 목소리는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요모는 그의 뒤를 따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우타가 이렇게 진심으로 신이 나 있는 것을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버스는 두 번 갈아타야만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버스까지만 해도 버스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세 번째 버스부터는 싹 사라지고 버스가 완전히 비어버렸다.
그때부터 요모의 마음에는 슬슬 불안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지금 너무 외진 곳으로 들어가는 거 아닌가? 요모는 우타를 바라보았지만 우타는 딱히 그에 신경을 쓰지 않는지, 아니면 쓰지 않으려하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불안해도 우타를 믿어야겠지. 요모는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버스는 기차보다 훨씬 덜컹거렸고 요모는 중심을 잡기 위해 허리에 꼿꼿이 힘을 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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