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완전

 

Y A G I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는다. 죽음엔 삶보다 더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었다. 생물이란 그 본질이 어떠하든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요모는 여전히 사람을 먹었다.

  억겁의 시간 동안 자신을 거쳐 간 인간들의 이름을 외우면서도 그는 사람을 먹었다.

  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죽고 싶지만 죽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날은 유난히 달이 크고 가까웠다. 마치 자신을 감시하기라도 하듯, 커다란 보름달이 공사장의 빈터를 비추고 있었다.

  남자는 살려달라고 말했다.

  두 손을 싹싹 빌면서, 살려주기만 하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돈이든 무엇이든 다 주겠다고. 목숨보다 중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한 번만 자비를 보여달라고.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주워섬겼고 요모는 그저 그런 그의 어깨를 도닥였다.

  “미안합니다.”

  생명은 다른 생명을 빼앗는다. 그 단순한 수식 때문에, 요모 렌지가 외워야 할 이름이 하나 더 늘어났다.

 

 

태양,

 

  요모는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름은 해가 길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당연한 사실에 요모는 자신의 죽음을 대입했다.

  여름은 죽을 수 있는 시간이 길다.

  더는 공복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또 누군가를 사냥하고 싶지도 않았다. 요모 렌지는 이제 그만 죽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눈을 떴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건물의 그림자 안에서 형형히 빛났다.

  죽음까지 앞으로 한 걸음.

  햇볕은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흡혈귀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화려함. 요모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흡혈귀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혈액이 죽음에 반응하고 있었다. 몸의 이곳저곳이 삶의 자비를 외쳤다. 제발 살려달라고. 살고싶다고.

  하지만 여태껏 요모는 그런 외침을 몇 번이나 저버렸던가. 아마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모는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다.

 

  비명도 없는 죽음. 요모의 몸 절반은 불타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건물 그림자에 묻혀 있었다. 타들어 가는 고통. 그 속에서도 그는 한 발짝 발을 더 내디뎠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전히 햇살을 맞이했다.

  신체의 말단부터 서서히 잿더미로 변했다. 손끝과 발끝이, 그다음에는 손목과 발목이, 무릎이 타오를 때 그는 어쩔 수 없이 몸이 꺾여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런 요모의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눈이 햇볕에 의해 멀어버린 관계로 요모는 자신을 실내로 끌어당기는 누군가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햇볕에서 나타났으니 흡혈귀는 아님이 분명하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다.

  서늘한 그늘 아래서 요모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잿더미가 된 손이 다시 자라났고 곧이어 타올랐던 눈동자가 다시 빛을 찾았다. 요모는 눈을 깜빡이곤 자신을 내려다보는 한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아주 아주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직은 죽으면 안 돼. 아직은.”

  남자에게선 달콤한 냄새가 났다. 요모는 자신이 죽기 전에 공복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을 회복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당연히, 인간의 피였다.

  요모는 손을 뻗어 남자의 뺨을 붙잡았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었다.

  “안 먹어?”

  “안 먹어.”

  “먹어도 돼.”

  요모는 몸을 일으켰다. 남자는 그의 벗은 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육체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지금 먹으면, 네가 나를 왜 살렸는지 알 수 없어져.”

  아하, 하고 남자는 말했다. 요모의 몸을 천천히 감싸는 의복. 요모는 오늘도 단정한 셔츠를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쭉 보고 있었어, 흡혈귀 씨.”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요모의 귀에 흘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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