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분 요청으로 장르와 이름은 이니셜처리 했습니다. 

 

  “학생, 학교 안 가?”

  12층 엘리베이터 앞, 살짝 곱슬기가 도는 검은 머리를 가진 남자가 제 옆의 여자아이를 보며 말했다. 현재 시각 오전 7. 보통 학생이라면 지금이 일어날 즈음 아닌가. 남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벌써 10년 가까이 된 일이라 가물가물해서 확실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눈앞의 아이와 매일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다는 점이었다.

  “저 학생 아닌데요. J라구요. P, J, E.”

  “그래서 J 학생, 학교는 안 가?”

  사실 이름이라면 진작 알고 있었다. 교복을 입으면 왼쪽 가슴 부근에 대롱대롱 달린 노란색 명찰에 그의 이름 세 글자가 단정하게 적혀있었으니까. 그러나 남자는 항상 그를 모른척하며 아이를 학생이라고 불렀다. 뭔가,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놀려먹는 게 재미있다고 해야 할지, 항상 이렇게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게 즐겁다고 해야 할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아이를 학생이라고 부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남자는 M라는 제 이름을 떠올렸다. MJ. , 나쁘지 않은데, 하고 생각했다가 곧 생각을 떨쳐내었다. 고등학생한테 무슨 생각이람. 그것도 10살 가까이 차이나는 애한테. 이건 분명 도둑놈 취급당한다. M은 그렇게 생각했다.

  “겨울 방학이에요.”

  “방학인데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야?”

  “. 아저씨 회사 가는 거 배웅해주려구요.”

  참 성실한 아이다. 학기 중에는 나 배웅해주려고 7시부터 등교를 하기도 하고, 방학 때는 이렇게 잠옷 위에 후드만 입고 나오고. 매일 같이 이런 일을 하기는 어렵지 않지. 그 연정을 M은 알고 있었지만, M은 그를 티 내지 않았다.

  J가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성인과 고등학생의 교제라니. M의 기준에서 이는 그다지 옳은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MJ를 매일 같이 학생이라고 부르며 일정 정도의 거리를 유지 중이었다.

  “누가 보면 부부인 줄 알겠네.”

  “, 그거 좋다.”

  그 말을 듣고 M은 속으로 웃었다. 하여튼, 솔직한 아이였다. 솔직해서 더 마음에 드는 그런 아이.

  “좋긴 뭐가 좋아, 학생.”

  “P, J, E.”

  “P, J, E, 고등학생.”

  12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두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함께 내렸다. 1층에서 문이 열리자 차가운 바람이 훅 밀려들어 왔다. MJ를 바라보았다. 12월 말, 후드만 입고 있기엔 추운 날씨였다.

  “추우니까 어서 들어가.”

  “지금 저 걱정해 주는 거예요?”

  “나 간다.”

  M은 괜히 제 마음이 엿보인 것만 같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빠른 걸음을 옮기던 그가 아파트 정문에서 1층 현관을 뒤돌아보았을 때, 그곳에는 여전히 J가 있었다.

 

/4천자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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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 Cookie  (0) 20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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