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우이  #후루타는 봐도 봐도 모르겠다 미스테리  #정하님 리퀘스트

 

 

비밀

 

Y A G I

For. 정하님

 

 

 

그는 매우 단단하게 곧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기 쉽다고 말할 수 있나. 후루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쩌면 알기 쉬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속이기 쉬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적당할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후루타는 그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낯선 감각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의 감각. 아주 약간의 불안과, 초조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모순적인 기대감. 후루타는 우이 코오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우이 코오리는 자신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그 생각을 하면 후루타는 웃음부터 나왔다.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곧을 수 있을까. 후루타로서는 그다지 공감을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인간의 슬픔이나 반항 따위를 그런 것으로 터트리다니. 어쩌면 우이 코오리의 무의식은 CCG의 멸망을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

정말로 그 멸망이 찾아온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즐거워할까, 아니면 괴로워할까.

너무 곧은 사람은 부러지기 쉬웠다. 후루타는 우이 코오리를 손바닥 위에 두고 손끝으로 그 끄트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부러트릴까. 아니면 이대로 둘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쪽이 더 재밌을까. 우이 코오리 정도 되는 사람이 자신을 후원해주면 CCG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일이 훨씬 편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후루타는 그를 자꾸 망쳐버리고 싶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결국 그것을 파괴하는 것과 같았다.

후루타 니무라는 어쩌면 자신이 우이 코오리를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직까지 미처 정의내리지 못한 감정이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쿄의 거리에 가로등의 불빛이 천천히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도 어떤 사람은 죽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는다는 것. 아무런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게 되는 것.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우이 코오리는 무얼 위해 살고 있을까.

후루타는 우이의 그 모든 것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 엉성하게 깎아내린 절벽에서 내려오는 단 하나의 가느다란 밧줄. 후루타는 우이의 밧줄이 되고 싶었다. 표면이 거칠고 너무 가늘어서 제 몸을 맡기기 어려워 보이는 그런 밧줄이지만, 결국에는 온 힘을 다해서 붙잡게 되는 그런 것이. 그리고 그가 절벽의 끝을 바라보았을 때 끊어져 버려 결국에는 또다시 그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그런 밧줄이.

그것도 아니라면 그의 곁에 끝까지 남아 그의 목을 조르게 될 밧줄이 되고 싶었다.

 

후루타.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을까.

우이 코오리의 말에 후루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 이에게선 항상 희미한 연기 냄새가 났다. 후루타는 담배 냄새를 그렇게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일단 항상 단정한 그에게서 담배 냄새 따위가 나는 그 갭을 후루타는 퍽 좋아하고 있었다. 우이 코오리라는 단단한 인간의 자잘한 흠집 같은 것일까. 후루타는 머릿속으로 그 흠집들을 손끝으로 쓰다듬는 상상을 했다.

예민한 감각 아래에서 흐르는 잔물결 같은 느낌. 아마 옷 아래의 맨살을 쓰다듬을 때도 느껴질 그 섬세하고 희미한 촉감. 후루타는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서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꾸 눈앞에 그의 맨살이 어른거리는 탓이었다.

우이 씨.

.

후루타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짤막하게 답을 하는 우이 코오리의 입술이 가볍게 터있는 것을 발견했다. 후루타는 잘못 뜯어내면 선명한 붉은빛의 피가 배어 나올지도 모르는 그 연약하고 얇은 아랫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라도 묻었어?

아뇨. 그냥요.

후루타의 말에 우이 코오리는 눈동자만을 움직여 후루타를 바라보았다. 후루타는 그의 시선에 빙긋 웃어 보였다.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를 조금 더 모를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오래오래 볼 수 있으니까. 물론 그가 모든 사실을 알아버려도 우이 코오리를 잡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에게 두고 있던 시선을 곧 거두었다. 우이 코오리의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우이 씨, 하고 후루타는 또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

   음, 그런 것 같네요.

   그제야 우이 코오리는 고개를 들어 후루타를 바라보았다.

   있잖아요, 우이 씨.

   응.

   우이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이의 손바닥 아래에서 가볍게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이 코오리는 한쪽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너무 충동적이었나. 후루타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가볍게 기울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우이 코오리의 시선은 조금 복잡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은 그렇게 단단하던 우이 코오리가 조금은 물러져 있는 상황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후루타는 또 웃었다.

   함께 일하면 편해요.

   ….

   무슨 생각을 했나요?

   아무것도.

   우이 씨는 제가 우이 씨를, 사적인 감정으로 좋아하면 좋겠나요?

   후루타의 말에 우이 코오리는 답하지 않고 다시 서류로 고개를 돌렸다. 대답할 가치도 없기 때문일까. 후루타는 그런 그의 속마음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커피 어때요? 수사관 표 특제 커피.

   나는 그냥 커피로 줘.

   재미없게. 수사관 표 특제 커피에는 제 사랑이 잔뜩 들어간다구요.

  우이 코오리는 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후루타는 그냥 조용히 웃었다.

 

 

***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다보면 제목을 대충 정하게 됩니다

후루우이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완결나도 평생 제 캐해석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얘기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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