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신 우타X청소년 요모

 

 

 

 

Y A G I

 

 

신사는 요모의 생각보다 훨씬 더 작았다. 그러고 보니 요모는 그 신의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모두들 그 신이 힘을 가지게 될까 봐 두려워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었다. 그저 다들 악신이라고만 불렀던 그 신의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요모는 자신이 죽기 전에 그 이름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신에게 먹히기 직전에 그의 이름을 물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모는 신발을 벗고 본당으로 들어섰다. 본당 역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 공기는 싸늘했다. 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작 며칠 전에 자기 이전의 아이가 그 악신에게 먹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발바닥이 시려서 요모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 상태로 본당을 한 바퀴 둘러 본 요모가 발견한 것은 지금까지 지냈던 아이들의 이름이었다.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색이 바래있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담긴 목록. 요모는 자신의 바로 앞 아이의 이름을 읽어보려 했지만 요모는 그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을 알아서 뭐하겠어.

요모는 악신의 뱃속에 들어가서나 물어보자고 생각하면서, 이름 모를 아이의 이름 아래 자신의 이름 네 자를 써넣으려 했다.

안녕.”

요모는 펜을 그대로 들고 낯선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본당의 입구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는 맨발로 본당으로 올라와 요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비록 자신 또래이긴 하지만 그래도 낯선 존재의 등장에 요모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설마 여기에 자신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존재할 줄이야.

잔뜩 긴장한 요모와는 달리 그는 몸을 기울여 요모의 어깨너머로 그가 들고 있는 종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요모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무릎을 굽혀 앉은 채 그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요란한 차림이라고, 요모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온갖 피어싱에 흐트러진 옷매무새. 도저히 신사 같은 곳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신지, 하고 하나의 이름이 툭 튀어나왔다.

?”

신지. 마지막에 적혀 있는 이름.”

, 하고 요모는 다시 그 한자를 바라보았다. 신지라고 읽는구나. 생각보다 빠르게 그 이름을 알게 된 요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름을 알려준 남자는 빙긋 웃어 보였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눈꺼풀에 가려져 잠시 사라졌다.

거기 이름 적을 거야?”

적어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기 이름 적은 애들은 다 죽었어.”

요모는 그 말에 어떤 오싹함을 느꼈다. 죽음이라는 것이 이젠 눈앞에 실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 남자의 분위기 때문일까. 요모는 펜을 조금 더 꽉 쥐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죽으러 온 곳이니까. 요모가 그 말을 하기 전에 남자는 요모가 펜을 잡고 있는 손목을 붙잡았다. 가느다란 팔에 어울리지 않는 힘이었다. 요모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아주 짧은 순간 마주쳤다.

그러지 말고. 일단은 나랑 놀자. , 심심해.”

요모는 얼떨결에 남자의 손에 이끌려 다시 본당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여름 햇볕이 따갑게 두 사람의 얼굴로 쏟아졌다. 우타는 자신이 좋아하는 곳이 있다며, 요모를 큼직한 나무 아래의 그늘로 데려갔다.

나는, 우타야.”

우타. 요모는 속으로 그 이름을 되뇌었다. 우타라니. 이상한 이름이었다. 우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요모를 빤히 바라보았다. 요모는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는 것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져서 조금 주저하다 이름을 말했다.

렌지.”

그냥 렌지야?”

요모 렌지.”

렌지라고 불러도 되지?”

요모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요모는 아직도 자신이 살아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그다지 믿기지 않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저 좁은 계단 아래에 두고 온 줄만 알았는데.

여기엔어떻게 있는 거야?”

요모의 질문에 우타는 길게 음, 소리를 내더니 제법 명쾌한 목소리로 답을 내렸다.

갈 곳이 없어서. 몰래 사는 중이야. 매일 여기저기를 떠돌 수는 없잖아.”

여기는 악신이 사는 곳이래.”

알고 있어.”

우타의 붉은 눈동자가 선뜩하게 빛났다. 요모는 잠시 그가 이 신사에 산다는 악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요모가 본 것이 자신의 불안에 기인한 환각이라고 말하는 듯이.

매년 네 또래의 애들이 와서 죽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

우타의 그 말이 어쩐지 무겁게 느껴져서 요모는 우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말하는 내용과는 달리 우타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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