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코이(드림)

 

 

적막

 

Y A G I

 

우 씨는 내게, 잠시 가게를 닫을 테니 한동안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우 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게를 비울 정도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의 평소와 별로 다를 게 없었다. ? 내 시선에 우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 씨는 우 씨였다.

가게 제가 잘 보고 있을게요.”

못 미더운데.”

좀 믿어 주세요, 정말(ω´)!”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인상을 찌푸렸다. 우 씨가 웃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그저 웃었다. 나는 그를 따라 웃었다. 항상 그랬기 때문이었다. 항상이 깨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일상에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자리를 넓혀갔다. 특히 이런 때라면 더욱 그러했다. 우 씨가 새로운 가면을 만드는 것, 또는 우 씨가 가게를 비우는 것. 그것은 단순한 사실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불길함이라고 생각했다.

약자만이 느낄 수 있는 본능적인 감각이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기 전에 느낄 수 있는 감각. 익숙해져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그 감각.

나는 이 일상을 잃고 싶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언제까지나 우 씨나 이토리, 렌지와 함께 헬터 스켈터에 모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강했으니까.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으니까.

어쩌면 나는 그 강함에 안주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언가를 잃는 건 역시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지긋지긋한 일이었다.

언제쯤 돌아올 거예요?”

우 씨는 가게 열쇠를 내게 건네며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글쎄. 우 씨의 말이었다. 나는 거기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강한 구울이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한없이 약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 씨가 돌아올 공간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나는 우 씨에게 반드시 돌아오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말로 인해 더욱 불길해지는 기분이었으니까.

 

이틀. 우 씨가 돌아오지 않은 기간이었다. 객관적으로 두고 봤을 때 그렇게 긴 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우 씨가 자리를 비운다고 이야기할 때부터 마음속에 심어진 불안이 싹트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불안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매장의 마스크를 닦고, 먼지를 털고, 우 씨의 작업대를 정돈했다. 더 이상 손댈 게 없으면 나는 내 몫의 의자에 앉아 텅 빈 우 씨의 의자를 바라보았다. 서서히 먼지가 내려앉고 있었다. 내일을 위한 먼지였다.

사흘. 이토리를 찾아갈 수도 있었다. 이토리는 아마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테니까. 허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토리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았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우 씨의 죽음은 이토리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이토리의 입을 통해 우 씨의 죽음을 알아채고 싶지 않았다.

죽음을 알아챈다면 나 혼자 이 가게를 깨끗이 유지하다가, 언젠가 나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그의 죽음을 알고 싶었다. 나는 마스크의 먼지를 털며 그런 생각을 했다. 더는 새로운 마스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마스크 가게의 죽음을 지연시키는 나.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나의 모습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흘. 그 누구도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완전한 적막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꾸준히 가게의 바닥을 닦았고 정리할 것도 없는 우 씨의 작업 테이블을 정리했다. 나는 문득 우 씨의 작업 스케치를 넘겨보았다. 생각보다 더 다양한 도안들이 그려져 있었다. 우 씨는 이 마스크들을 모두 만들 생각이었을까? 나는 팔랑팔랑 종이를 넘기며 도안들을 둘러보았다. 우 씨의 흔적이었다.

나는 우 씨가 아주 조금 더 그리워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데 그새 이만큼의 정이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눈을 깜빡여 눈꺼풀에 고이는 불안을 털어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우 씨일까, 아니면 마스크를 사러 온 고객일까. 나는 가만히 문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내가 원하는 사람의 얼굴이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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