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구울 전력 60분_ 애매한 차이점 #10대 우타요모
비 내리는 밤은 끝없이 이어지고
Y A G I
요모 렌지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앞에는 자신이 익히 아는 모습의 남자가 있었다. 요모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게 무슨 짓인지. 요모는 자신의 손이 뒤로 돌려 무언가 단단한 것으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눈앞의 남자도 요모가 이것을 풀려고 하면 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게 뻔했으니까. 그럼에도 굳이 요모를 이렇게 묶어둔 것은, 그가 바로 우타이기 때문이겠지. “우타, 이게 무슨 일이야.” 요모의 말에 우타는 의자를 끌어당겨 요모를 마주 보고 앉았다. 우타가 의자를 당겨오기 위해 몸을 숙이자 그의 샛노란 머리카락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익숙한 장소였다. 요시무라 씨의 손에 이끌려 20구로 가기 전에 잠시 우타와 함께 지냈던 그곳. 우타는 그새 어디선가 눈알 하나를 꺼내 그것을 핥으며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 온종일 내리던 비가 아직도 내리는지, 물 때 낀 창문을 빗물이 거칠게 때리는 소리가 고요히 들렸다. “그냥. 요즘 우리 안 만난 지 꽤 됐잖아.” “요즘 4구의 스타일은 이런 건가?” “옛날부터 그랬어. 렌지가 오기 전부터.” 요모는 그저 한숨만을 푹 내쉬었다. 우타는 딱딱한 나무 의자 위에서 책상다리를 한 채 요모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요모의 얼굴을 샅샅이 훑었고 요모는 그것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감각이라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았다. “잘 지내나 보네. 여기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혹시 내일도 출근해?” “응.” “출근 시간쯤 되면 풀어줄게. 안 그러면 요시무라 씨가 찾아올 것 같으니까.” 아직 혼자서 요시무라 씨를 이길 자신은 별로 없거든. 우타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하듯 표정을 가볍게 찌푸리며 말했다. 요모는 어쩐지 그 말이 요시무라 씨가 오지 않는다면 자신은 영영 여기 묶여 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요시무라 씨가 없었다면 여기를 떠날 일도 없었겠지. 요모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우타는 도대체 어떤 이유로 나를 이런 식으로 부른 걸까. 요모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우타의 입에서 흘러나올 말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냥 렌 네가 내게서 너무 멀어진 것 같아서.” 솔직히 말하면 보고 싶었어. 우타는 고개를 한쪽으로 가볍게 기울이며 말했다. “예전의 우리는 조금 더 가까운 관계였던 것 같은데. 우리는 많은 것을 공유했잖아. 안 그래?” 우타는 손을 뻗어 요모의 뺨을 쓰다듬었다. 요모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 감촉만은 아직 여전했다. 그러나 요모는 고개를 돌려 우타의 손을 피했다. 우타가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요모 자기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두 사람은 잠시 같은 순간을 공유했다가 점점 더 끝없이 멀어지는 중이었다. 우타는 거기서 쓸쓸함을 느끼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감정 같은 건 전혀 느낄 리 없다고 생각되는 우타가, 요모에게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요모 렌지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우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만 했다. 요모는 깊이 들이쉰 숨을 내쉬고 우타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타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우타, 나는 너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어. 너와 나의 방식은 달라.” “나와 요시무라 씨의 방식이겠지.” “어쨌든. 나는 요시무라 씨의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우타 너의 방식이 아니라.” 요모의 말에 우타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요모는 자신의 말이 우타에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만 했다. 우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이번에는 요모와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렌, 너도 참 별종이다. 우리는 구울이야. 인간이 아니라.”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 살아야 하지.” “그렇다고 인간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는 인간이 되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렌지. 나는 우리가 비슷한 점이 아주 많다고 생각했는데.” 우타의 말에 이번에는 요모가 고개를 저었다. 우타는 그런 요모의 모습을 한순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눈도 깜빡이지 않고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비슷하지. 똑같은 게 아니라, 비슷할 뿐이지.” “왜 그래 렌지. 너도 살인을 즐길 때가 있었잖아. 강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남을 죽이는 걸 즐거워했을 때도 있었잖아.”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때의 내가 아닌걸.” “그 애매한 차이가, 뭐 어때서?” “그 애매한 차이가 우리 둘을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그렇게 렌지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건가?” 우타는 그 말을 하곤 요모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았다. 마치 키스라도 할 것처럼 우타는 요모의 양 뺨을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그러나 이어지는 것은 평소처럼 서로를 깨물듯 이어 나가는 키스가 아닌, 우타의 나긋한 목소리였다. “그냥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을 뿐이야, 렌.” 요모는 그 목소리가 조금은 애틋하다고 생각하며 우타를 마주 바라보았다. 우타도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어쩌면 요모 자신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요모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타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이 밤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어. 다시 너를 그곳으로 보내면, 너는 더욱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내 앞에 올 것만 같아.” 그 말에 요모는 몸을 우타 쪽으로 몸을 뻗었다. 의자가 요모의 몸에 밀려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우타의 아랫입술을 살짝 핥았다가 곧 그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감촉이었다. 이건 우리가 과거와는 또 달라졌다는 의미겠지. 우타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요모의 혀를 받아들이며 그의 목덜미를 껴안았다. 짧으나 깊은 키스가 아주 잠시 두 사람의 심장을 채웠다. “걱정 마. 우리 둘이 똑같지 않아도, 나는 사라지지 않아.” “지금까지 내 곁에 그런 사람은 없었어.” “그럼 내가 그 처음이 될게.” 요모의 말에 우타는 요모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다가 곧 그의 눈동자를 덮었다. 요모는 감은 눈 아래로 우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우타가 잃어버린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지금까지 우타에게 이런 약속을 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수도 없이 많을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이런 말을 한 것은 요모 자신이 처음일지도 모른다고, 요모는 그가 다시 눈을 뜨길 기다리며 생각했다. 요모의 많은 처음이 우타의 것인 것처럼, 우타의 많은 것이 요모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긴 정적 끝에 우타는 다시 눈을 뜨고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의 목소리는 조금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마치 창밖에 쏟아지는 봄비처럼 그랬다. “그냥 하는 말은 아니지?” “약속할게. 방금 했던 그 키스를 걸고.” 요모의 대답에 우타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고개를 숙여 요모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대었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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