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해석 흔들림

 

 

수련睡蓮

 

Y A G I

 

 

 

돗포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쟈쿠라이를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단지 그는 평소처럼 쟈쿠라이에게 상담할 것이 있었고, 그래서 그의 병원에 들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들은 소식은 웬일로 쟈쿠라이가 비번이라는 소식이었다. 돗포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내심 쟈쿠라이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쟈쿠라이의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몇 번이나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가. 그러나 쟈쿠라이는 단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것은 돗포의 불안을 더욱 심화시켰다.

돗포가 욕조에 잠겨 있는 쟈쿠라이를 발견하게 된 경위는 그랬다.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쟈쿠라이는 잠겨 있다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죽어간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걸맞은 모습이었다.

선생님!”

쟈쿠라이의 모습을 본 직후 돗포는 자기도 모르게 양말을 신은 발로 욕실 안으로 들어섰다. 욕실 바닥은 말라 있었다. 선생님은 도대체 얼마나 욕조 안에 오래 계셨던 걸까. 돗포가 손을 뻗어 쟈쿠라이를 일으키려 했을 때 쟈쿠라이는 눈을 떠 돗포를 바라보았다.

물속에 잠겨 있어도 그의 시선은 곧았다. 돗포는 그 시선에 쟈쿠라이에게 내밀던 손을 거두었다. 돗포와 눈이 마주친 쟈쿠라이가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물에서 빠져나온 쟈쿠라이는 참았던 숨을 가만히 내쉬곤 젖은 손가락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곤 그는 돗포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물기가 많은 정적이 가라앉았다.

돗포는 흔들리는 시선으로 쟈쿠라이를 바라보았다. 쟈쿠라이는 그런 돗포를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연 것은 돗포였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이 죽으려는 줄 알았습니다.”

죽음이 궁금하기는 했지. 산 사람은 알지 못하는 세계가 아닌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아뇨, 제가 무슨 권리로 이런 말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기어들어 가는 돗포의 목소리를 들으며 쟈쿠라이는 소리 없이 웃었다. 그는 손을 뻗어 돗포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가 몸을 움직이자 욕조 속의 물이 찰방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돗포는 쟈쿠라이의 손길에 따라 제 왼쪽 뺨이 천천히 젖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돗포 군. 내게 죽음보다 더 흥미로운 걸 알려주겠나?”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낮고 차분했으나 돗포는 그의 눈동자에 스쳐 지나간 어떠한 빛을 발견했다. 그것은 광기와 비슷한 것이어서 돗포는 자신이 그것을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예를 들면 욕실 전등의 불빛이 이상한 각도로 그의 눈에 비쳤다거나 하는 식으로.

돗포는 그런 것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돗포 자신이 알고 있는 쟈쿠라이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색채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제 이야기를아니, 제 이야기 같은 건 재미없겠군요.”

돗포는 그의 눈빛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대신 다른 이야기로 그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딱히 없었다. 흥미로운 것이란, 뭐지? 돗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적어도 돗포 자신은 그런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 보였다. 돗포는 쟈쿠라이와 맞추던 눈빛을 바닥으로 돌렸다.

내겐 그렇게 말하는 돗포 군이 굉장히 흥미롭네.”

그러나 쟈쿠라이는 그런 돗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그를 잘 알아오던 사람만이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약간 들떠 있었다. 쟈쿠라이는 물속에 잠겨 있었던 나머지 한쪽 손을 뻗어 부드럽게 돗포의 뺨을 붙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돗포의 첫 번째 입맞춤은 축축한 감각이었다.

내가 왜 돗포 군의 이야기를 재미없어 할 것 같은가? 거기서부터 말해보게.”

혀도 섞지 않은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그러나 돗포에게는 그것이 그 어느 입맞춤보다도 자극적이었다. 돗포는 젖은 쟈쿠라이에게서 물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에게서는 그 어떤 향기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 그를 덮고 있던,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향기마저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돗포가 어쩔 줄 몰라 속눈썹만 깜빡이는 동안 가까이 다가왔던 쟈쿠라이의 얼굴이 다시 멀어졌다. 돗포는 손등으로 제 입술을 문질렀다. 약간의 물기가 어려있었다.

힘들면 방금은 어땠는지부터.”

잘 기억이 안 나요, 선생님.”

돗포의 말에 쟈쿠라이는 짧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럼 한 번 더 알려줘야겠지. 이번에는 꼭 말해주게. 굉장히 궁금해졌어.”

돗포는 쟈쿠라이의 입술을 거부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쟈쿠라이의 아랫입술을 힘없이 깨물며 여전히 이 감각을 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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