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내용 없음 주의  # 캐해석 흔들림 주의

 

 

Rude Love

 

Y A G I

 

 

 

쟈쿠라이는 진료실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라무다가 어색하게 문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라무다는 평소와는 다르게 쟈쿠라이의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바닥만 훑고 있었다.

아메무라 군. 여긴 어떤 일입니까.”

할배.”

라무다는 도통 테이블로 다가올 생각도 하지 않고 문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병원의 차가운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 쟈쿠라이가 몸을 일으켜 라무다의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쟈쿠라이는 그것이 쟈쿠라이 개인이 아닌 진구지 쟈쿠라이라는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무다는 쟈쿠라이를 의사로서 만나러 온 것이 아닌 듯했다. 쟈쿠라이는 갑작스레 제 허리를 껴안은 라무다를 내려다보았다. 라무다는 쟈쿠라이의 명치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쟈쿠라이는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쟈쿠라이는 조심스레 라무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할배한테는 말 안 할 건데.”

그렇습니까.”

쟈쿠라이의 목소리에는 별 무게감이 실려있지 않았다. 라무다는 쟈쿠라이가 이런 일을 많이 겪어본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라무다는 그게 어쩐지 싫었다. 지금 쟈쿠라이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쟈쿠라이에게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단 말인가. 라무다는 그 감정을 질투라고 정의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진짜 안 물어봐?”

아메무라 군이 이야기하기 싫다 하지 않았나요.”

맞아.”

라무다의 말에 쟈쿠라이는 작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것도 일종의 여유인 것 같아서 라무다는 그 웃음이 어쩐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가 의사로서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그냥 이렇게만 있어 줘.”

그 말에 쟈쿠라이는 별다른 답 없이 라무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감각은 쟈쿠라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폭신하고 부드러웠다. 따로 관리를 하는걸까. 쟈쿠라이는 어쩐지 라무다의 샴푸 냄새가 제 코끝을 스치는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마치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 알 수 없는 정적을 깬 것은 라무다 쪽이었다.

할배, 이거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특히 우리 애들한테는.”

알겠다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쟈쿠라이는 라무다의 어깨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의사 쟈쿠라이가 아닌, 인간 쟈쿠라이로서의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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