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요모 #요모가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

 

잃어버린다는 것

 

Y A G I

 

 

우타는 요모에게 간혹, 기회만 된다면 요모를 버리고 다른 사랑을 찾아갈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우타는 자신도 자신의 속마음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땐 분명히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말했을 텐데.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후회뿐이었다.

우타는 요모의 집 현관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비밀번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타는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요모는 여태껏 쌓아왔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 우타에 관한 기억을 포함해서.

우타는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초인종을 눌러 요모를 불렀다. 요모는 금방 문을 열었다. 요모는 우타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무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타가 기억하던 요모는 조금 더 첨예하고 위태로웠던 남자였는데, 지금의 요모는 꽤나 편안해 보였다. 우타는 그것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오늘도 오셨네요.”

. 걱정되니까, 아무래도.”

우타는 태연하게 말하고는 있었지만 그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우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우타는 신발을 벗고 요모의 방으로 들어섰다. 자그마한 원룸이었다.

기억을 잃은 요모가 처음 이 방에 도착했을 때, 그는 방에서 낯선 사람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자신의 냄새마저 낯설게 된다는 것일까. 그런 요모가 어떻게 자신의 냄새를 뒤따라 자신을 찾아왔는가.

우타는 요모에게 과연 어떤 존재였는가.

연락도 없이 우타가 찾아오는 것은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만남은 종종 그렇게 이뤄졌다. 우타는 그날도 그런 줄만 알았다. 평소처럼 조금 날이 서있을지도 모르는 말들을 요모에게 뱉으려는 찰나, 요모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누구냐고. 나는 왜, 당신을 찾아왔냐고.

그땐 장난인 줄로만 알았지…….

컨디션은 좀 어때?”

몸은 괜찮아요. 아직, 이 얼굴이 낯설긴 하지만요.”

곧 익숙해질 거야.”

우타우타 씨.”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요모와 달리, 우타는 요모의 침대에 풀썩 걸터앉았다. 지금은 요모보다도 우타쪽이 이 방이 더 익숙할 터였다. 당연하지. 이 침대에서 요모랑 뒹군 게 한두 번도 아닌데.

얇은 벽을 탓하며 신음소리를 죽였던 기억들, 달뜬 숨소리만으로 서로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었던 그런 날들, 그런 것들이 지금의 요모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남아있는 것은 우타가 겪어보지 않았던 요모였다.

우타는 요모를 사랑했던가? 지금까지 우타는 자신을 즐기는 존재로 생각해왔다. ‘연인이니 사랑이니 하는 단어들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쾌락을 최고로 좇는 존재라고. 요모와 지속적인 관계를 가져온 것 역시, 요모가 자신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을 보면마치 우타가 요모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우타는 그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우타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타 씨, 우타 씨 하는 건 이만 그만둬 주지 않을래? 편하게 이름 부르라고.”

하지만아직 저에겐 낯선 걸요. 우타 씨는.”

고집이 센 것만은 바뀌지 않았군. 우타는 속으로 쯧, 혀를 찼다. 우타 씨라니. 요모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기억이 돌아오면 내가 이때를 평생 놀려먹을 줄 알라고, 요모 렌지. 우타는 그 말을 입속으로 씹었다. 쓴맛이 났다.

제가 왜, 우타 씨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다른 건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심지어, 저 자신마저도요.”

…….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건데.”

저랑 우타 씨가,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그랬죠? 그냥 아는 사이라고.”

우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인 관계라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섹스 파트너 이상 연인 미만인 관계가 맞았으려나. 더더욱 우타 자신은 기회가 되면 요모를 떠날 생각을 했다는 걸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가끔씩은, 우타 씨를 기억하고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지?”

우타 씨랑 같이 있으면 어쩐지 편안하거든요. 사실 기억을 잃고 나서는 항상 불안한 상태였어요. 자신의 존재라는 것마저 희미해진다는 건그런 거겠죠. 하지만 우타 씨랑 있으면, 그런 걸 잊을 수 있달까…….”

요모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우타는 요모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요모의 목소리는 깊은 호수의 한 조각을 떼어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요모는 알고 있을까. 그 목소리가 우타를 설레게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그래서, 우타 씨랑 제가 연인이나 되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착각이었나 보네요.”

요모, 잠깐 이리 와 볼래?”

우타는 손바닥으로 침대를 툭툭 건드렸다. 요모는 무릎에 손을 짚으며 일어섰다. 우타는 쭈뼛거리는 요모의 손을 침대로 끌어당겼다. 예상외로 요모는 순순히 끌려왔다. 우타는 자신도 요모처럼 자기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타는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요모가 기억을 잃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때의 우타는 모든 것에 확신이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위에 얹히듯 끌려왔다. 이제 우타에게 남은 것은 충동밖에 없었다.

우타는 요모의 목을 껴안으며 요모에게 입을 맞췄다. 요모는 우타를 피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행동이었다. 우타는 요모의 입술을 깨물고, 혀를 얽었다. 그럴수록 요모는 우타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붙었다.

이렇게 하면 생각날지도 몰라.”

아직 생각 안 나니까…….”

두 사람의 말은 거친 호흡 속에서 아주 짧게 이어졌다. 달큰하게 달아오르는 숨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 채,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입술을 다시 찾았다. 지금까지 키스 없이 보낸 시간을 보답 받고 싶어 하는 것처럼.

우타. 우타는 저를 사랑했나요?”

잘 모르겠어.”

그럼 지금부터 사랑해줄 수는 있나요?”

그것도 잘 모르겠어.”

그럼 한 번 더 키스해주는 건요?”

그건, . 할 수 있어.”

우타는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위에 올라타 부드럽게 우타의 손목을 붙잡았다. 우타는 이대로 요모를 사랑하게 되어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부터 요모를 사랑하고 있던 걸까. 아마 이것은 우타가 평생토록 내리지 못할 질문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이라고 정의내리지 못할 것이어도 우타는 상관없었다. 우타는 어쨌든 자신의 곁에 요모만 있어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우타는 아마 요모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상실이라면, 우타는 그래도 요모를 사랑하고 있을 터였다.

나를나를 가장 먼저 찾아줘서 고마워, .”

, , 하는 소리를 내며 요모는 우타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볐다. 우타는 그런 요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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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엄청 단문......

뭔가를 더 써보려 했으나....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는 딱 이 정도 분량밖에 나오질 않네요. 더 뭔가를 붙이면 지금보다 글이 엉망이 될 것 같아서.... 음음 아무튼. 기억을 잃는다는 것에 대해서 더 할 말이 많을 게 분명한데 이 정도 밖에 풀어내질 못해서 아쉬움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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