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요모 #야쿠자 우타X청부업자 요모..... 이나 이 소재는 별로 안 쓰임

 

 

다락방의 요모 씨

 

Y A G I

 

1. 요모 씨 (1)

 

 

  섹스 파트너의 집에 세 들어 살기.

  요모 렌지는 20인치 캐리어를 나무로 된 바닥에 내려놓으며 남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건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보증금도 없고, 월세도 싸고, 심지어 집 주인도 같은 구울이었다. 이 모든 조건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 때문이었다.

  요모 렌지가 그의 섹스 파트너였기 때문에.

  “어때, 방은 괜찮아?”

  “……. 이 정도면, 좋습니다.”

  “말 편하게 해, 렌지.”

  “하지만.”

  “어젯밤에는 우타, 우타, 하면서 이름을 잘만 부르더니.”

  요모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야, 어젯밤에는 집주인이 아니라 섹스 파트너였으니까. 요모는 문간에 팔짱을 끼고 기대어 선 우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래로 눈을 깔았다. 간밤의 일들이 떠오를 것만 같아서.

  사실 요모는 상대가 우타만 아니었어도 그가 어떤 제안을 하던지 그대로 몸을 물리고 떠날 작정이었다. 요모는 한 번 원나잇을 한 상대와 더 깊은 연을 맺는 법이 없었다. 요모의 인생에서, 섹스로 시작된 연이 좋게 끝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죄다 끔찍하거나, 아니면 그저 그렇게 나쁘거나. 하지만 요모는 이번만큼은 우타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여러 이유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요모는, 이 관계가 최악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랐다.

  “짐이 되게 적네?”

  “자주 집을 옮겨서…….”

  “이제는 짐도 좀 늘어나겠다, 그렇지?”

  요모는 별 대답 없이 캐리어를 열었다. 이 집에선 오래 지낼 수 있을까. 요모는 별로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자꾸 지낼 곳을 바꾸다 보면 결국엔 갈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남지 않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요모는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요모의 방은 작은 다락방이었다. 요모가 제대로 허리를 펴고 있을 수 있는 곳은 시옷자 지붕의 한가운데 밖에 없었다. 끝으로 가면 갈수록 요모는 조금씩 허리를 숙여야 했다. 요모가 결국 허리를 반으로 접어야 서 있을 수 있는 곳에 그의 침대와 키가 작은 서랍이 하나 있었다.

  문과 창문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물 때 하나 없이 투명한 창문이 저물어가는 햇살을 다락방의 마루에 이리저리 흩어놓고 있었다.

  “나는 일 때문에 집에 자주 없으니까. 펀하게 지내, 렌지.”

  “.”

  그 말을 남기곤 우타는 또 소리 없이 아래층으로 사라져버렸다. 요모는 우타가 열어두고 간 문을 밀어 닫으려 발을 옮겼다. 우타가 계단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지만 않았어도 요모는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터였다.

  “. 렌지 아직 일할 곳 없지?”

  요모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구할 생각이긴 했지만.

  “그러면 내일 나 좀 도와주라.”

  “마스크같은 건, 잘 모르는데.”

  “괜찮아, 가게 일 아니니까. 부탁 좀 할게. 이 일에 렌지가 적격일 것 같아서 말이지.”

  우타는 눈을 찡긋하고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내 동의는? 요모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잠시간 층계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볍게 젓고는 이제는 제 것이 된 다락방으로 몸을 돌렸다.

  요모 렌지는 문에 등을 대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비슷비슷한 높이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분명, 어제 말이야. 우타와 함께 4구의 거리를 걸으며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 그에게 형님, 형님 하는 것을 한두 번 보았던가. 요모는 직감적으로 모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거, 몸 좀 쓰는 녀석한테 잘못 걸린 거 아닌가.

  다락방을 얻는 조건은 좋아도 너무 좋았지만, 단 한 가지 결정적으로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아마 야쿠자나 그 비슷한 무리에서 한 가닥 하는 녀석이 집주인이라는 점이었다.

  “시끄러운 일만 없으면 좋겠는데…….”

  요모는 목덜미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내일 부탁한다던 일도 그와 관련된 일이지 않을까. 요모는 캐리어에서 몇 벌의 옷을 꺼내 침대 위에 두었다. 모두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옷들이었다. 화려함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덧대어지지 않은 그런 무채색의 옷들. 요모는 그런 옷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눈에 띄지 않는 것. 청부업자로 지내왔던 요모 렌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였다. 어쩌면 우타에게도 요모의 소문 따위가 흘러들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소문을 전할 사람이 과연 남아있는가, 그것이 문제겠지만.

  일을 이렇게 빨리 재개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요모는 길게 숨을 내쉬곤 외투를 걸기 위해 옷장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열린 적이 없었을 터인 옷장의 문이 무겁게 열렸다. 몇 개의 옷걸이가 옷장 안의 퀴퀴한 공기 속에 담겨 있었다. 그리고 요모의 눈에 띈 것은, 제법 커다란 상자 하나였다.

  우타가 두고 잊어버린 물건일까.요모는 테이프로 단단히 봉해져 있는 부분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매끈했다. 그것 말고는 별것 없었다. 뜯어볼까, 말까. 요모는 아주 잠깐 고민을 했다. 아주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물건을 멋대로 살펴볼 수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아래층에 있을 우타에게 가져다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요모는 상자를 들어 올렸다.

어라.”

보기보다 묵직했다. 그렇다고 들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요모는 가볍게 상자를 흔들어보았다. 안쪽에서 가볍게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이것저것 들어있나 본데, 책 같은 건 아닌 것 같고. 요모는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곤 상자의 내용물에 대한 관심을 꺼버렸다.

우타.”

  요모는 계단을 두 층이나 내려가서야 우타를 볼 수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뭔가를 보고 있던 우타가 요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옷장에서 발견했어.”

  “, 고마워. 어디 있었나 했더니. 괜찮으면 거기, 테이블 위에 올려줄 수 있을까?”

  그 말을 하며 우타는 길게 기지개를 폈다. 가게 일은 안 가도 되는 건가. 요모는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며 상자를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 하고 저절로 숨이 내쉬어졌다. 아주 부담 가는 무게가 아님에도 그랬다.

상자로 가까이 다가온 우타는, 요모가 그랬던 것처럼 단단하게 붙어있는 테이프를 손끝으로 쓸었다. 요모는 우타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안 열어봤네? 봐도 되는데.”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

, 그래. 가지고 오면서 별일은 없었어?”

별일?

요모는 미간을 좁히며 한 쪽 눈썹을 올렸다. 요모는 상자를 들고 고작 두 개 층의 계단을 내려왔을 뿐이었다. 별일이 생기기 불가능한 곳은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물어봐야 할 정도도 아닌 것 같은데.

,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거나 하는 일 말이야. 계단이니까.”

딱히. 이게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가?”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아니라면 아닌 물건.”

우타는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속을 모르겠다고, 요모는 생각했다. 요모의 안에 뭐라 명명할 수 없는 찝찝함이 남았지만 요모는 그저 그 감정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 하고 우타가 자기만 개운한 목소리로 요모에게 이제 올라가 봐도 괜찮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요모는 선선히 그의 의사에 따랐다. 어쨌든 짐 정리도 아직 끝내지 못했으니.

  요모가 가뿐한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우타는 끝까지 웃는 낯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본다니까. 우타는 퍽 즐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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