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요모 #야쿠자 우타X청부업자 요모..... 이나 이 소재는 별로 안 쓰임 #괴담/저주받은 물건 소재

 

 

 

다락방의 요모 씨

 

Y A G I

 

 

1. 요모 씨 (2)

 

 

요모는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이런 가게에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동시에 요모는 우타의 심미안과 자신의 취향은 영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런 마스크를 쓰면 더욱 특정 당하기 쉬운 게 아닌가. 요모는 겉면에 복잡한 패턴이 수놓아진 마스크를 매만지며 생각했다.

, 그거 렌지 취향?”

절대……. 난 좀 더 차분한 게 좋아.”

렌지도 스타일을 좀 바꿔보는 건 어때? 지금도 올블랙이잖아.”

딱히.”

요모는 가면을 제자리에 내려두고는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천천히 몸을 돌리고 있었다. 그의 느슨한 옷 속으로 한눈에 파악하기도 힘든 정도의 타투들이 늘어서 있었다. 간밤에 요모가 손끝으로 훑어 내렸던 그 복잡한 문양들이.

우타가 의자 돌리기를 그만두고 몸을 일으키자 덜걱, 하고 의자의 바퀴와 대리석 바닥이 떨어졌다가 붙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우타가 작업대 위에 놓여 있던 것을 들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요모로서는 아직도 우타가 자신에게 어떤 일을 시킬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사실 요모의 일이란 게 그랬다. 어차피 모두 다 누군가를 해하는 일이었다. 적당히 뒷맛이 나쁘거나, 아주 뒷맛이 나쁘거나. 그러고 보니 섹스 파트너와의 관계도 그랬지. 요모와 우타 사이에 단 두어 걸음밖에 남지 않았을 때, 요모는 왜 자신에게는 최악과 차악이라는 결과밖에 존재하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간밤에 잠은 잘 잤어?”

그럭저럭.”

무슨 꿈 같은 건 안 꿨고?”

그런 질문을, 대체 왜.”

아아, 다른 게 아니라. 나는 그 방에서 자면 꼭 가위가 눌려서 말이야. 렌지는 그런 일이 없었나, 싶어서 묻는 거지.”

요모는 고개를 저었다. 요모는 언제나 그렇듯이, 꿈조차 없는 어두컴컴한 잠을 잤다. 마치 죽었다가 깨어나는 것처럼. 자신의 손을 거쳐 갔던 수많은 죽음을 복기하고 있는 것처럼.

부탁하려고 했던 건, 이거.”

우타는 제 손에 있는 것을 요모에게 건넸다. 평범한 반지 케이스였다. 요모는 무심코 케이스의 겉면을 만졌다. 부들부들한 재질의 자주색 천이 엄지 끝에 묘한 감각을 남겼다. 그래서, 이게 뭐? 요모는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열어 봐.

우타의 목소리가 나긋했다. 반지 말고 다른 것이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주 정직하게 반지가 들어 있었다. 요모의 손에는 작아도 한참 작아 보이는 반지였다. 반지의 가운데에는 육각형으로 커팅된, 요모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끼손톱 반만 한 파란 보석이 고고하게 올라와 있었다.

아마도 다이아몬드일 사실 요모 렌지가 아는 보석 중에 이런 모양을 가진 보석은, 다이아몬드밖에 없었다.흰 보석들은 마치 꽃받침처럼 반지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요모는 무심코 반지를 들어 올려 가게의 조명에 비춰보았다. 선명하면서도 투명한 푸른색이 백색 형광등 아래에서 기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어때?”

예쁘네.”

정말, 렌지는 재미가 없다니까. 조금 더 대단한 반응을 보여줄 수는 없는 거야? 침대에서는 잘만 보여주더니.”

요모는 말없이 인상을 구겼다. 우타에게 딱히 악의를 찾아볼 수 없어서 요모는 더욱 기분이 별로였다. , 하고 숨을 내쉬며 요모는 케이스의 뚜껑을 닫았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지?”

렌지는 귀신이나, 저주이런 것들을 믿는 편이야?”

뜬금없이 들어온 우타의 질문에 요모는 무심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귀신이나 저주. 믿고 믿지 않고를 떠나서, 요모는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그다지 해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나 그런 이야기들을 때로는 무서워했지. 지금 요모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들이었다. 그것이 어떤 이유던지, 살아서 요모의 목덜미에 칼날을 겨누는 것들.

죽은 것들을 항상 말이 없었다. 죽음과 같은 침묵, 혹은 죽음 그 자체인 침묵. 따지자면 요모는 그 침묵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딱히.”

그거, 저주받은 반지래.”

우타는그런 걸 믿나?”

안 믿고 싶어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으면 믿게 되는걸.”

우연이겠지.”

요모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 손바닥 안의 반지 케이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까 그 반지를 보았을 때, 알 수 없는 불길한 느낌 같은 것이 있었던가? 예를 들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집요하게 그림자를 밟아오던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때처럼?

딱히. 요모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청부업자로 살아오며 자신의 생명과 관련된 감각만큼은 예민하게 벼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요모는 다시 케이스를 열어보았다. 반지는 여전히 묵묵히 반짝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다섯 명.”

?”

우리 친구들다섯 명이 그거 때문에 저기, 천국이나 지옥이나에 가 있단 말씀.”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손끝으로 요모의 이마를 꾹 밀려 했으나, 요모는 고개를 뒤로 물려 그 손을 피했다. 우타는 아쉬운 내색도 않고 그저 손끝을 튕겨 딱, 소리를 내는 걸로 만족했다.

그거, 소유한 사람을 죽음으로 이끄는 반지래.”

그 다섯 명은어떻게 해서 죽었지?”

익사. 세 명은 물에서 두 명은 땅에서.”

땅에서?”

그렇대. 재밌지 않아? 땅에서 죽었는데, 익사였던 거.”

요모는 우타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것을 바라보았다. 재미있다, . 다른 것보다 요모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그 부분이었다. 어쨌든 자기 밑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인데, 그들의 죽음을 재미있다고 말하는 우타는.

, 어차피 그렇게 안 죽었어도 내 손에 죽었겠지만. 보스의 물건을 건드리는 건, 그런 걸 각오하지 않고서야 못하는 거잖아?”

보스.”

? 렌지도 알고 있었잖아. 내가 렌지를 알고 있던 것처럼.”

소문에는 실체가 없는 법이야, 요모 렌지. 우타는 양팔로 요모의 목을 가볍게 껴안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역시 처음부터 알고 접근한 건가. 어쩌면 요모가 이 길로 발을 옮긴 이상 요모는 이런 일들을 운명으로 여겨야 할지도 몰랐다.

그것은 자신의 업이었다.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였다. 좆같은 세상, 이라고 요모는 생각했다. 선택지를 이것밖에 주지 않았으면서 내 선택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생각하게 하다니.

뭐어, 렌지랑 잔 건 그거 때문은 아니었지만.”

우타의 입술이 요모의 이마를 가볍게 스치고 떠났다. 우타는 조금 전의 일이 없었다는 듯, 다시 아까의 위치로 돌아가 있었다. 요모는 물끄러미 우타를 바라보던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미묘한 기분이었다. 저주니, 어쩌니 할 때보다 훨씬 더 미묘한 기분. 자신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낯선 감정. 먼지 하나 없는 바닥에 반사된 빛이 요모 렌지의 눈을 찔렀다.

'404 not found > [우타요모]다락방의 요모 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락방의 요모 씨 - 3  (0) 2017.09.14
다락방의 요모 씨 - 1  (0) 2017.08.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