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요모 #야쿠자 우타X청부업자 요모..... 이나 이 소재는 별로 안 쓰임 #괴담/저주받은 물건 소재

 

다락방의 요모 씨

 

 

 

1. 요모 씨 (3)

 

 

어쨌든, 렌지한테 부탁하고 싶은 건 그 반지 배달이야.”

왜 배달 따위를 굳이 나한테 부탁하는 거지? 이건, 시험인가? , 요즘 집주인들은 하숙인한테 이런 것도 요구하는 모양이지.”

요모는 가볍게 인상을 썼다. 요모는 찝찝한 기분을 억누르기 위해 빠른 속도로 말을 뱉었다. 이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고 생각하면서도 요모는 자신의 말에 마침표를 찍고 나서야 입을 다물었다. 요모는 어금니를 꾹 깨물었다. 불쾌할 정도로 미묘한 기분. 요모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의식적으로 그에 대한 생각을 꾹 누르고 나서야 우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정작 우타는 요모의 말이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요모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관심조차 없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던 요모에게 그다지 반가운 사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 반응하는 대신에 요모 렌지는 자신의 규칙적인 심장 박동을 느꼈다. 요모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건 일이야. 사사로운 감정 같은 것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요모의 심장은 그의 생각보다 금세 식어갔다. 요모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짧은 숨을 내뱉었다.

……실례했군.”

아냐, . 렌지는 그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하고 즐겁게 보고 있었어.”

눈을 찡긋하며 웃던 우타는 품에서 작은 종이쪽지를 꺼내 건넸다. 어딘가의 노트에서 찢어낸 듯, 잘린 단면이 영 단정하지 못했다. 요모는 우타의 필체로 쓰인 낯선 주소를 바라보았다. 주소만을 보고 당장 떠오르는 곳은 아직 없었다.

거기로 배달, 부탁할게.”

죽음을 부르는 반지라며이런 것을 배달해도 되는 건가?”

. 죽음을 부르기 때문에 이 반지는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아름다움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는 법이지.”

우타의 나긋한 목소리가 요모의 귓가에 감겼다. 아름다움을 위해 죽음마저 받아들이는 사람. 요모는 우타 역시 그런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유형의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모는 우타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고개를 가볍게 기울이며 그런 요모를 잠시 바라보다가 순간 요모의 양 뺨을 붙잡아 끌어당기며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서야 요모는 놀란 눈으로 우타를 바라보았다.

? 뽀뽀, 기다리던 거 아니었어?”

내가 그걸 왜…….”

렌지 내 뽀뽀 좋아하잖아? 아닌가?”

요모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인상을 구길 뿐이었다. 요모는 싫어한다고, 말할 수 없는 자신이 어쩐지 싫었다. 우타는 그런 요모를 보고 후후, 웃어넘길 따름이었다. 요모는 어쩐지 우타에게 자신의 속을 읽힌 것만 같았다.

요모는 이만 가보겠다는 말도 남기지 않고 우타에게서 등을 돌렸을 때였다. , 하고 짧은 탄식을 뱉으며 우타가 요모를 불러 세웠다. 요모는 고개만 돌려 우타를 바라보았다.

이유, 물어봤잖아.”

이유?”

왜 굳이, 청부업자. 그것도 사람 죽이는데 특화된 청부업자 렌지를 고작 반지 심부름에나 써먹느냐는 질문 말이야.”

아까 그렇게 떠벌리는 게 아니었는데. 요모는 자신의 입을 탓했다. 어쨌든 궁금한 부분이긴 했으니, 요모는 잠자코 그의 말을 듣기로 했다.

어제 렌지가 렌지 방에서 상자 가지고 왔었잖아. 그거 보기보다 엄청 무거웠지이.”

우타는 일부러 말끝을 길게 늘이며 요모의 눈치를 살폈다. 요모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별 신경 안 쓰나. 우타는 목소리를 아주 조금 깔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그 안에는 렌지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물건들이 많았거든. 내가 입수해놓고 나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몰라서 방치한 물건들이.”

엄청나다니, 어느 쪽으로?”

그 반지랑 비슷한 느낌으로?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악질인 것들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

저주받은 물건들 말인가?”

예를 들자면, 옛날 언젠가 사람의 가죽을 산 채로 뜯어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책이라던가. 그런 것들.”

그 정도는그래도 꽤 흔한 얘기지 않아? 그런 것들이 그렇게 악질적인가?”

그렇지. 뜯어낸 것이 자기 가죽이라는 것도 흔한 이야기구.”

요모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것이 흔한 얘기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우타는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유쾌하게 말할 수 있는가. 요모로서는 그런 우타의 모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요모 역시, 죽음에 대해 아주 큰 의미를 두며 살아가는 편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죽음이란 죽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죽고 나면 그것으로 끝. 요모는 천국이나 지옥 따위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죽음 이후에만 얻을 수 있는 고요한 침묵이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가 해온 수많은 애도는, 그들이 좋은 곳에 가길 원한다기보다는 그들이 전에 없는 적막에 낯설어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에 더 가까웠다.

그렇기에 요모는 우타의 저런 모습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하기야 우타는 따지자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 수 없는 녀석이긴 했지만. 요모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우타는 그런 요모와 눈을 마주치더니, 다시 제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쨌든, 손만 대도 저주받을 수 있는 물건들을 렌지는 멀쩡히 들고 내려왔잖아? 간밤에도 별일 없다고 그랬구.”

들고 내려오는 것 정도는누가 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

그 상자를 거기에 둔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듣고 싶어?”

아니, 아니……. 그건 사양할게.”

그나저나 그쪽이 시험이었다면, 시험이었네. 렌지는 그런 시험을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사과해야겠지? 미안해, 렌지.”

완전히 놀려먹고 있군. 그리고 이 상황은 아마 한동안 계속될 것 같았다. 요모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다지 우타에게 더 말을 보태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봤자 어차피 자신이 우타를 말로 이길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어쨌든 그는 클라이언트였고, 자신은 청부업자였다. 해야 하는 일이 고작 반지배달일지라도, 그것이 고객이 원하는 일이라면 그것을 기꺼이 수행해내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여전히 그는 저주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저 우타가 즐기는 짓궂은 농담이겠거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요모는 반지 케이스를 공중으로 한 번 던졌다가 받았다. 이제는 일을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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