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구울 전력 60분_ 따뜻한 곳 #도나토+아몬+우타 #도나토 우타 부자설에 기반하고 있음
Home. My sweet home.
Y A G I
유난히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이 있었다. 고장이 난 것도 아닌데, 공연히 혼자서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깜빡이는 불빛.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고치지 않는 그런 것.
도나토는 그 불빛 아래에 서 있었다. 검고 단정한 사제복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몬은 눈을 깜빡여 도나토를 바라보았다. 가로등은 곧 꺼질 것처럼 쉴 새 없이 깜빡이고 있었지만 수 분이 지난 후에도 그 불빛이 꺼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아몬은 주먹을 꽉 쥐었다.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말하려 했는데, 그럼 네가 싫어하겠지.”
아몬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것 참, 하고 도나토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없이 숨을 뱉었다. 도나토는 몇 걸음 발을 앞으로 내디뎌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아몬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몬은 그런 그를 피하지 않고 도나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 자신은 그때의 무력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아몬은 줄곧 도나토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의 비정상적인 심박을 뻔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 그의 시선에 마음이 더욱 복잡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아몬이 도나토에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반항이었을지도 몰랐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별일은 없어. 그냥 어떻게 지내나 싶어서 와봤다. 아버지로서 말이지.”
“아버지 노릇 같은 건, 하지 마십시오.”
“이런, 내가 자식 농사를 잘못했군. 내 아들들은 어째 하나같이 다 이런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나토는 마냥 웃는 낯이었다. 그 미소는, 아몬이 싫어하는 도나토의 수많은 요소 중 하나였다.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때문에 초연해질 수 있는 자의 미소. 도나토는 그런 아몬의 속을 알고 있으면서도 낯을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아들이 구울이 되었다길래 어떤가 싶어서 와 봤다. 나라도 좀 궁금해지더구나.”
“그래서, 본 감상이 어떠십니까?”
“그건 내가 물어야지. 구울이 된 느낌이 어떠냐? 네가 혐오하던 나처럼, 인간을 먹은 느낌은?”
“제게 그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 말을 하며 아몬은 도나토를 지나쳐 가려 했다. 인간도 구울도 아닌, 이 몸이 되고 나서 느꼈던 감정을 그에게 소상히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마 그는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내게 묻는 것이겠지. 아몬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그것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기만당하는 것 같아서. 어렸을 때처럼 그의 손바닥 위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요소들로 인해 농락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오, 그러고 보니 더 이상 십자가를 하고 있지는 않구나. 구울이 된 결과가 그런 것인가?”
“지난 일을 잊지는 않았습니다. 그날의, 그리고 당신에 대한 분노도 마찬가지입니다.”
“코타로, 너는 어릴 때부터 그랬지.”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오.”
“코타로가 아니라면, 너는 플로피 쪽이 좋은가?”
그 말에 아몬은 우뚝 멈춰 서 도나토를 노려다 보았다. 도나토는 마냥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아들아.”
그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눈을 가늘게 떠 도나토를 바라보던 아몬이 몸을 돌려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도나토는 아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꺼질 것 같은 가로등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도나토 위에 요란하나 깨끗한 불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쨌든, 그들의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도나토는 폐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낸 숨을 뱉었다. 그의 입술 끝에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는 입김이 차가워지는 공기를 데웠다. 도나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우타가 CCG의 국장실로 들어왔을 때, 도나토는 창밖을 바라보며 익숙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즐거운 나의 집’인가. 우타는 익숙하게 테이블 위에 앉으며 도나토에게 인사를 대신한 말을 건넸다.
“크라운,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봐요?”
“보고 싶은 사람을 잠깐 만나고 왔거든.”
“그렇구나.”
우타는 그것이 누구였는지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 궁금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도나토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누구일지 뻔했다. 그를 이복형제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가. 핏줄로도, 가문으로도 이어지지 않은, 이제야 겨우 구울이라는 이 미묘한 종種의 굴레로 묶인 부자 관계.
An exile from home splendor dazzles in vain
Oh! give me my lowly, that cottage again
The birds singing gaily, that came at call
Give me them with the peace of mind, dear er than all!
한 바퀴를 돌아도 끝이 나지 않는 도나토의 흥얼거림에, 우타는 나긋한 목소리로 가사를 붙였다. 그 ‘즐거운 나의 집’이란 게, 그들에게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은 한동안 그 서정적인 노래로 국장실을 채웠다.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이, 도나토의 기억이 있었다. 보육원의 아주 낡고 조율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피아노에서 울리는 단조로운 리듬이. 수많은 어린아이들의 맑고 높은 목소리가 십자가의 아래에서 울렸다.
도나토는 그 노래를 좋아했다. 즐거운 나의 집. 내가 돌아가야 할 장소. 자신에게 없는 것이라 더욱 그 노래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따뜻한 곳에는, 어린아이들 특유의 향내와 자신을 바라보는 아몬 코타로의 맑고 둥근 눈동자가 있었다.
“나는 그 노래를 싫어했는데.”
“아들들이란…….”
그제야 도나토는 흥얼거림을 멈추고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어깨를 으쓱해 보일 따름이었다. 아버지로서 다 자란 아이들을 보는 것은, 어째 쓸쓸하구나. 도나토의 말이 공기 중에 흩어지듯 사라졌다. 우타는 그저 그 말에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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