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요모우타  #가벼운 섹스 묘사 있음  #진단메이커

 

구도자

 

Y A G I

 

 

너에게선 항상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향기가 났다. 나는 네 목덜미를 앞니로 가볍게 깨물었다. 그러면 너의 묘한 향기를 조금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너에게서 나는 향기는 매번 조금씩 달랐다. 하루는 안료 냄새가, 다른 날은 가죽의 냄새가, 또 다른 날은 먼지 비슷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그 냄새들을 한 꺼풀 벗기고 나면 그 아래에는 항상 혈흔이 있었다. 피의 흔적, 아니면 구울의 흔적.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에게도 날 수 있는 냄새였다. 너와 나의 냄새에서 다른 점을 찾으려면 그보다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야 했다. 이렇게 너의 목덜미를 깨물어야만 네 본연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아는 어떤 것과도 닮아있지 않은 냄새였다. 나는 종종 그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달콤함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구울의 달콤함이 아닌 인간의 달콤함. 내가 평생 느낄 수 없는 향기가 너에게는 있었다.

렌지, 하고 네가 아래에서 내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나는 응, 하고 대답하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억눌린 너의 신음이 간헐적으로 새어 나왔고 단정하게 정돈된 너의 손톱이 내 등을 파고들었다. 그러면 나는 또 너의 입술을 찾았다. 서로가 내뱉는 숨이 섞여 호흡이 곤란했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서로를 더욱 끌어안았다.

나는 손을 더듬어 너의 얇은 허리를 찾았다. 눈을 감고도 그려낼 수 있는 너의 문신들을 손끝으로 훑으며 땀과 쾌락이 섞인 너의 목소리를 들었다. 너는 항상 나보다 조금 먼저 지쳤고, 오늘은 나는 그런 그를 더 보채지 않았다.

그냥 그런 기분이었다.

렌지도 오늘은 피곤해?”

조금.”

웬일이람. , 나야 이 정도도 좋지만.”

너는 팔을 뻗어 내 목덜미를 껴안았다. 나는 네 옆자리를 찾아 누웠다. 차가워지기 시작한 바람이 컨테이너의 몸체를 휘감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날이면 미미한 바람이 건물이라고 하기도 힘든 이 공간 안을 파고들었다. 그러면 너는 몸을 옮겨 너의 몸과 나의 몸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나는 네 차가운 어깨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잘 자, 렌지.”

우타도. 잘 자.”

너의 입술은 조금 말라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키스는 여태껏 건조한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그랬다. 딱 두 사람분의 체온이 밤공기를 채웠다. 나는 네 향기를 마지막으로 맡았다. 내 팔을 베고 누운 너에게선, 맑은 땀 냄새와 함께 미미한 너의 체취가 묻어나왔다.

 

   잠에서 깨었을 때 바로 보인 것은 내 손이었다. 아직까지 머리가 흐렸다. 나는 손을 천천히 쥐었다가 폈다. 그러니까, 네가 없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나직하게 너의 이름을 불렀다. 푹 잠겨 있어 내 것 같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우타.”

   “일어났어?”

   응. 나는 한껏 몸을 웅크렸다. 조금 더 자고 싶기도 했고, 지금 바로 침대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어쨌든 우타를 불러버렸으니, 일어나는 게 좋은가.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는 그제야 커피 냄새를 맡았고, 너는 익숙한 머그 두 개를 들고 침대로 왔다. 옷을 제대로 챙겨 입는 것도 귀찮았는지, 너는 바지에다가 카디건만 걸친 채였다. 네가 입고 있는 어두운 갈색의, 보풀이 일어나기 시작한 카디건은 내 것이어서, 그것은 너의 왼쪽 어깨에서 거의 흘러내리기 직전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끌어 올려주곤 네가 건넨 커피를 받았다.

   “렌지 커피가 더 맛있는데.”

   “다음에 내려줄게.”

   “. 오늘은 렌지 늦잠 잤으니까.”

   나는 네가 내린 커피의 향을 맡았다. 너는 불만스럽게 말하는 것 치고 제법 커피를 잘 내리는 축이었다. 손이 예민한 탓이겠지. 너는 침대에 걸터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아침 인사는 혀를 섞지 않은 입맞춤이었다.

   “맛있어.”

   “다행이다. 렌은, 카페 하는 것 치고 웬만한 커피는 다 잘 마시지만.”

   “생활력이 좋은 거야.”

   “그렇지.”

커피는 따뜻했다. 나는 머리가 서서히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밤새도록 불던 바람은 어느덧 잦아든 모양인지, 바깥은 그저 조용하기만 했다. 나는 혀로 입술에 묻은 커피를 핥으며 어제 밤새도록 맡은 너의 냄새를 떠올렸다.

너와 나의 차이는 아주 근본적인 것이었다. 우리의 체취가 전혀 다른 것처럼. 나는 종종 그것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무심코 그런 말을 할 때면 너는 내게 항상, 내가 업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으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당연히 부정이었고, 그러면 너는 그래서 내가 좋다는 말을 했다. 너의 커피를 마시며,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는 내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라면 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너를 어째서 사랑하는가.

우타.”

, 렌지.”

우타는 내 어디가 좋아?”

섹스를 잘 하는 거.”

할 말이 없었다. 너는 내 표정을 보고 웃었다. 아무튼, 우리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런 모습까지.

렌은 내 어디가 좋아?”

글쎄.”

바로 답 못 해주는 거야?”

섹스를 잘 하는 거, 하고 너의 대답을 돌려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붙임성은 내게 없었다. 나는 그 말을 생각만 하다가, 별생각 없이 떠오른 말을 툭 뱉었다.

너는 내 구원이라서.”

우와, 진지하네…….”

농담이야.”

렌지 농담 같은 거 안 하잖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이 튀어나왔담. 어쩌면 아직 잠이 덜 깼을 리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간만에 네가 내려 준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었을지도. 우타는 소리 없이 웃더니, 커피를 들고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반쯤 사라진 너의 커피가 네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흔들거렸다.

구원이라니, 무거운걸.”

신경 쓰지 마. 잠이 덜 깨서 그런 거니까.”

너는 흐응, 하는 소리를 냈다. 내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말을 덧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잠시간 아무 말 없이 커피만을 마셨다. 그러는 동안 나는 그 구원이라는 말을 잠시 생각했다.

살아있는 것은 곧 다른 생명을 죽인다는 것이었다. 삶은 곧 죄악이었고 때문에 내 존재는 죄악이었다. 그 죄의 무게를 나는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 죄의 무게를 알아야만, 내게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방식이었다.

너의 방식은 나와는 달랐다. 우리의 삶은 죄악 투성이었지만 너는 마치 네게는 그런 것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너는 정말로 그런 것 같았다. 내게는 죄악인 것들이 네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네가 부러웠고, 그래서 너는 종종 나의 유일한 구원이 되기도 했다. 나는 네게 몸을 기대었다. 너는 팔을 뻗어 내 어깨를 껴안았다.

   “렌지한텐 유감이지만.”

   그 말을 하고 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생각해 봤는데, 나는 구원은 아닌 것 같아.”

   “신경 쓰지 말라니까.”

   “대신에 나는 렌지의 메피스토는 될 수 있어.”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를 읽은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그 내용을, 그 악마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메피스토펠레스라.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너는 나의 욕망이기도 했고 쾌락이기도 했으니.

   동시에 너는 나의 사랑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면 됐어.”

   “어쨌든, 렌이랑 하는 섹스는 좋으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말 나온 김에 한 번 더 할래?”

  너는 네 몫의 커피를 침대 옆 탁자에 두곤 나를 돌아보며 맑게 웃었다.

   “아침인데?”

   “무슨 상관이야. 이번엔 내가 위야.”

   “좋을 대로.”

   구울에게도, 내게도 영혼이 있다면. 나는 순순히 네게 내 머그를 넘겨주었다. 너는 그것을 네 머그 옆에 나란히 두고는 내 위에 자연스럽게 올라탔다. 나는 네가 내 구원이 아니라 악마라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 입술은 달콤했고 나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

 

왜 프사가 안 뜨지... 암튼 이 진단이었구요 문장은 쪼금 바꿨습니다

제목은 고민을 좀 했는데....... 구도자가 적절하진 않은 것 같은데 그것 말고는 당장 생각이 안 나서 구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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