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X10대 요모   #어쩌다 우타는 10대 요모를 만나고 어쩌다 요모는 10대 우타를 만나는 그런 시리즈

 

 

 

신드롬

 

Y A G I

 

 

우타는 누군가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꽤 조심스러운 소리였다. 우타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일정을 정리했지만 오늘 이곳을 찾아오기로 약속된 사람은 없었다.

뭐 어때.

우타는 작업물을 그대로 작업대 위에 올려놓곤 손님을 맞이하러 발을 옮겼다. 재미있는 일들은 항상,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만남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었다. 우타는 오늘의 이 만남도 그런 것이길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우타는 조금은 무거운 가게의 문을 열었고, 자신 앞에 서 있는 어린 남자아이를 보았다.

이런.

우타는 속으로 짧게 혀를 찼다. 우타의 눈앞에는 십 대쯤으로 보이는 어린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아이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우타를 올려다보았다. 우타는 그 눈빛을, 얼굴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눈을 떠보니 여기였어.”

일단 들어올래?”

우타는 몸을 옆으로 비켜 그가 들어올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가게 안쪽으로 들어왔다. 우타는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작은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요모 렌지의 얼굴이었다.

우타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야 들여야 할지 몰라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봐도 저 아이는 자신이 렌지를 처음 만났을 때 봤던 그 얼굴과 그 분위기였다. 지금보다 조금 더 신경을 날카롭게 벼려놓은 아이.

이 낯선 상황에 아이는 온몸으로 긴장을 뿜어대고 있었다. 우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의 렌지를 다시 보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우타와 요모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요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우타와는 달리, 요모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먼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깬 것은 우타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였다.

이름이 뭐야?”

렌지.”

돼지?”

렌지!”

그 말에 우타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역시 내가 아는 그 렌지가 맞구나. 우타는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도 같았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이 상황에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는 이름이 뭔데.”

우타.”

정말로?”

요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희마하게 웃었다. 이때의 요모도 제법 알기 쉬운 편이었다. 우타는 그래서 요모를 좋아했다. 자신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존재. 우타가 아는 모든 요모는 그런 사람이었다.

. 내 이름이랑 똑같은 친구가 있어?”

요모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긴 것도 비슷해서, 더 놀랐는데.”

나도 너랑 이름이 똑같은 친구가 있어.”

나랑 닮았어?”

글세. 내가 아는 렌은 키가 이만큼 큰데. 너는 아니잖아.”

우타는 요모의 한참 위쪽으로 손을 뻗어 공중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듯 손을 움직였다. 우타는 그것을 보고 요모가 가볍게 발끈한 것을 느꼈다. 역시 어리구나. 우타는 손을 내리고 요모를 향해 소리 없이 웃어 보였다.

지낼 곳 없지?”

요모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 없이 고개만을 끄덕이는 게 요모답다고, 우타는 생각했다.

당분간은 여기 있어도 돼.”

고마워.”

이 정도 가지고 뭘.”

그 대화를 끝으로 우타는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가게를 한 바퀴 돌며 자신이 만든 가면을 살펴보던 요모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우타가 가면을 만드는 것을 구경했다. 우타는 그의 시선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할 일을 이어갔다.

손재주가 더 좋아졌네.”

나는 더 이상 10대가 아니어서.”

그 말을 하고 우타는 곁눈질로 요모를 슬쩍 바라보았다. 자존심이 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는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뭘 고민하는 걸까. 우타는 방금 서로가 나눈 대화를 복기해봤지만 그중에서 저 정도로 신경 쓸만한 말은 딱히 없다고 느꼈다. 우타는 들고 있던 가위를 놓고 요모를 바라보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뭔데? 답해줄 수 있는 거라면 말해줄게.”

요모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꺼내기를 조금 주저하고 있었다. 우타는 빙긋 웃으며 요모가 말을 꺼내기를 침착하게 기다렸다.

아니, 기다리지 않아도 요모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우타는 선수를 치는 대신 요모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그 말을 하길 기다렸다.

너는렌지를. 아니, 그러니까. 이 세계의 어른이 된 렌지를 좋아해?”

뭐야, . 나를 좋아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렌지, 어렸을 땐 역시 조금 더 귀여운 구석이 있었나. 우타는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말 안 해줄래.”

심술부리긴.”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그렇게 묻는 건 뭔가 반칙 같잖아.”

너는 반칙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틀린 말은 아닌데. 연애 문제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 말에 동의라도 한 듯, 요모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하는 답을 했다. 그 이후로 요모가 먼저 우타에게 말을 꺼내는 법은 없었지만 우타는 그것이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과 요모의 관계는 항상 그랬으니까.

우타는 괜히 기분이 들떠 예상보다 일찍 작업을 마감했다.

 

  “렌지. ?”

  “아니.”

  “아까 물었던 거 말이야.”

  “.”

  두 사람은 우타의 침대에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다. 어느 누구도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우타는 몸을 돌려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답은 아니라도 힌트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요모의 의문스러운 시선이 우타에게 닿았다. 우타는 그 자그맣고 보드러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요모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우타는 나긋하게 그쪽으로 몸을 옮겨 요모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요모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져서, 우타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어둠 속에서도 요모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는 것을 우타는 느낄 수 있었다.

  “잘 자. 렌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이 얼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요모에게서 등을 돌려 누웠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편하게 잠에 들기는 힘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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