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요모 동거물
Coffee House
Y A G I
요모는 아침에 먼저 일어나면 항상 잠든 우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세상 편한 얼굴이군. 우타의 얼굴을 보면서 요모가 종종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요모는 우타를 깨우지 않았다. 이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우타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그는 퍽 좋아했다.
이러고 있자면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모는 어떤 신화에 나오는, 평생 잠들어버린 소년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던 여신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마치 자신의 기분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요모는 손을 뻗어 우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우타는 살포시 눈을 뜨고 요모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깨어있었으면서 자는 척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좋은 아침, 렌지.”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요모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두툼한 것치고는 크게 무겁지도 않은 이불이 그의 가슴에서 배로 말리듯 내려갔다. 우타는 요모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방법이었다.
요모가 느끼기에, 치약의 맛은 항상 미묘했다. 맛이 아예 없는 치약을 쓰고 있지만 양치를 할 때마다 자꾸 무슨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기분 탓인가. 요모는 칫솔로 어금니를 닦으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다.
우타는 조금 뒤늦게 칫솔에 치약을 짰다. 요모의 것과 색만 다른 치약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거울을 보며 이를 닦았다. 우타는 요모가 거품을 뱉는 타이밍에 맞춰 장난스럽게 그의 엉덩이를 툭 건드렸다. 미간을 찡그린 요모가 고개를 가볍게 돌려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양치를 하고 있었다.
“양치하는 동안에는 건들지 마.”
“내가 뭘 했다고 그러시나.”
“하여튼, 뻔뻔하긴.”
“그게 내 매력이지.”
그 말에 요모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어서, 뭐라 반박하기가 힘들었다. 요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우타가 자신을 더 건드리기 전에 빨리 양치를 마치는 수밖에 없었다.
미지근한 물을 받아 입을 헹구는 요모를 바라보며 우타는 슬쩍 웃었다. 우타는 일부러 칫솔질의 속도를 늦췄다. 우타는 거울을 통해 요모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제법 즐거운 일이었다. 요모가 마지막으로 입을 헹굴 때, 두 사람의 시선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맞았다. 우타는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항상 그런 아침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시답잖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함, 또는 평화로움. 요모 외에 지루하지 않은 평화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우타는 입을 헹구며 자신의 질문을 스스로 부정했다.
“나 커피 내려줘.”
“안 그래도 하던 중이야.”
우타는 요모의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맡는 커피 향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우타는 요모의 넓은 등에 제 얼굴을 비볐다.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같이 사니까 좋다. 진작에 같이 살 걸 그랬나 봐.”
“뭐가 제일 좋은데?”
“렌지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주는 거. 렌지 커피 맛있잖아.”
“그게 제일 좋은 거야?”
“설마.”
요모의 말에 우타가 짓궂게 웃었다. 요모는 더 물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두 사람 분량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뜨거운 물로 둥글게 원을 한 번 더 그렸을 뿐이었다. 우타는 발뒤꿈치를 들어 요모가 나긋하면서도 섬세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보았다.
요모의 커피는 요모이기에 낼 수 있는 맛을 냈다. 우타는 그래서 요모의 커피를 좋아했다. 마치 요모를 마시는 느낌이어서, 그랬다. 자신이 알고 있는 요모의 삶과 자신이 알 수 없었던 요모의 삶은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그랬다.
“렌지는 나랑 같이 사는 게 좋아?”
“응. 왜?”
“그냥 궁금하잖아. 왜 같이 사는 게 좋아?”
“우타 너를 매일 볼 수 있잖아.”
“…되게 훅 들어오네.”
우타는 요모의 허리를 껴안은 손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불편할 법도 한데 요모는 우타를 내치지 않았다.
“잠꼬대도 들을 수 있고.”
“나 잠꼬대해?”
가끔씩, 하고 우타의 말에 답하며 요모는 팔을 뻗어 커피잔을 두 개 꺼냈다. 요모다운 취향의,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잔이었다. 요모는 천천히 커피를 잔에 따랐다. 김과 함께 커피의 향이 천천히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꿈에서도 나를 찾더라.”
잔과 받힘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덜그럭, 하고 났다. 요모가 몸을 돌리기에 우타는 요모이 허리를 껴안고 있던 손을 놓쳤다. 요모의 양손에는 커피잔 두 개가 나란히 들려 있었다.
“없어지지 말라고.”
그 말을 하고 요모는 먼저 식탁으로 향했다. 우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없어지지 말라니. 왜 그런 말을. 우타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나무도 아니면서 나무인 척 하고 있는 바닥재에는 알 수 없는 옹이구멍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요모는 먼저 식탁에 앉았다. 우타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다. 우타의 시선이 천천히 요모에게 향했다. 요모는 작게 한숨을 쉬고 우타에게 향했다. 우타는 멀뚱히 요모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 너를 두고 어디 안 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줘야지.”
요모는 우타를 껴안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우타는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보았다. 다시 고개가 아래로 내려왔을 때, 그의 입술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응. 믿음직스럽네.”
“커피 마셔. 식기 전에.”
“고마워.”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식탁에 앉아 거의 동시에 제 입술에 컵을 가져다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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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 노래를 들으며 계속 썼기 때문에 이미지를 유튜브 영상으로 대신했습니다.
더불어 아 사람이 시놉시를 쓸 때는 쫌 많은 분량을 써둬야 만족스러운 분량이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사실 분량 짧은 글을 쓰면 항상 그런 생각을 하는데, 사람은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네요. 앞으로는 조금 더 열심히 시놉시스를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우타요모에 허덕이던 저에게 주제를 던져주신 으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타가 요모 엉덩이 툭 치고 지나가는 거 너무 귀여워서 글에도 한 번 넣어봤습니다.
오늘의 TMI : 구울들은 치약의 민트맛도 역겨워할까? 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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