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Y A G I

 

 

11

 

  사사키 하이세의 방은 예상대로 깔끔했다. 모든 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어딘가 사람 냄새가 없는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미츠키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의외로 책이 별로 없네요…….”

  “서재가 따로 있어. 아버지 책들이 많아서.”

  “서재…….”

  무츠키는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미츠키는 그런 무츠키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최근 본 무츠키의 모습 중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정되어 보였다. 정말로 우리 자매는 이렇게 더 돈독해질 수 있겠지. 미츠키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빼곡히 나무가 심겨 있었다. 옆집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곳이군. 아무도 모를 이런 독립적인 공간에서조차 사사키 하이세는 자신을 완벽히 가다듬고 있었다.

 

  무츠키는 기어이 책 두 권을 사사키에게 빌리고 나서야 그의 집에서 나섰다. 책이라는 공통 주제로 두 사람은 제법 친해진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미츠키까지 신경 쓰는 사사키의 인간성이란. 직접 그를 보고 나니 괜히 그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무츠키, 이러려고 일부러 선배 집까지 따라간 건 아니지?”

  “아니, 그건 아닌데. 이야기 하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간만에 웃는 얼굴 봐서 좋았어.”

  미츠키의 말에 무츠키는 조금은 수줍은 듯 미소지었다. 무츠키는 품속의 책 두 권을 보았다. 사사키와의 대화는 정말로 재미있었다. 독서를 원래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사사키의 시선으로 본 독서의 세계란, 너무도 새로웠다. 앞으로 무츠키 역시 향유할 그 세계. 무츠키는 거기까지 생각했다가, 문득 토오루의 얼굴이 떠올랐다.

  “토오루한테 말하게?”

  “. 그래야지.”

  선선한 미츠키의 반응과는 달리, 무츠키는 어딘가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K군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모양이었다.

  “좀 그래?”

  “사실, 조금……. 설마 토오루가 좋아하는 사람한테까지 나쁜 일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불안하긴 해. 무츠키는 속삭이듯 말했다.

  “언니들.”

  토오루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흠칫 놀라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한 블록 앞의 가로등 아래에서, 토오루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우리 대화를 얼마나 들었을까. 미츠키는 사사키의 집에서 나온 이후의 대화들을 복기했다. 딱히 걸릴만한 것은 없어 보였다.

  토오루는 사뿐사뿐 걸어 아직 당황이 가시지 않은 두 사람의 앞까지 왔다.

  분명 우리보다 키도 덩치도 작다. 하지만 왜 이렇게 토오루의 존재는 커 보일까. 압도당하는 느낌. 마치 거대한 그림자가, 그만큼의 어둠이 드리워지는 느낌이었다.

  “제가 설마, 하이세 오빠 집도 모를 거로 생각한 건 아니죠?”

  “그럼 왜 우리한테 그런 일을 시킨 건데?”

  “조금 놀라긴 했어요. 저도 집 안까지 들어가 본 적은 없거든요.”

  토오루는 역시 사사키의 집을 알고 있었다. 미츠키는 단침을 삼켰다. 토오루가 자신의 질문을 일부러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더욱 긴장되고, 초조했다.

  “어땠어요? 하이세 오빠의 방은? 역시 깔끔하겠죠? 특이한 게 있었나요? 어서 말해봐요. 어서.”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할 의무는 없잖아.”

  “하지만 미츠키 언니, 우리는 공범인걸요. 공범끼리는 뭐든지 공유해야죠. 그래야 배신을 안 하지.”

  그리고 토오루는 표정을 바꿨다. 순진무구한 아이의 표정.

  “저에게 이복 언니들이 있었다구요? 세상에. 전혀 몰랐어요…….”

  두 자매는 토오루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저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모두들 믿으리라는 것도, 두 자매가 토오루에게 맞선다 한들 승률이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토오루의 말이었을 뿐이야.

  미츠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츠키와의 관계, K군에 대한 연정, 그런 건 토오루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토오루가 내게 접근한 것은 오직, 자신의 말을 철저하게 듣는 꼭두각시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토오루.”

  “시험이었어요. 내 말을 얼마나 들을지 궁금하잖아요.”

  토오루는 그저 웃었다. 미츠키와 무츠키는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스스로 어둠 속으로 걸어간 꼴이었다. 투명한 어둠은 타인에게 들키는 일 없이 두 사람의 목을 졸라올 것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요, 언니들.”

  토오루와의 관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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