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Y A G I

 

 

 

10

 

  사사키 하이세.

  고등학교 3학년. 잘생기고 성격 좋고 똑똑하기로 유명하다. 문무를 겸하는 팔방미인.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하며, 겸손하고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

   고등학교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사사키 하이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사사키는 학생회장 후보로도 거론이 되었지만,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아 그 제안을 거절한 적도 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사람에게 잘하기 위해 힘쓰는 편이었다.

  사사키와 쌍둥이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 학년도 달랐고 행동반경이 겹치는 일도 없었다. 그러니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사사키가 하교하기를 기다리는 것.

  다행히 사사키는 독서 동아리에 들어있었기에 두 자매보다 하교가 늦었다. 시간이 엇갈릴 일은 없었다. 미츠키와 무츠키는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벤치의 끝과 끝에 걸터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걸까. 무츠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K군을 좋아했기 때문일까? 만약에 K군과 교제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K군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자 무츠키는 치마를 꼭 쥐었다. 이제 누군가의 소매를 붙들 수도 없었다. 이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나가야 했다.

  “무츠키.”

  미츠키의 부름에 무츠키는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미츠키의 시선은 무츠키에게 닿아있지 않았다. 언뜻 보면 멍때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무츠키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미안해.”

  “갑자기?”

  “사과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이제 미츠키는 무츠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무츠키가 알고 있던 미츠키 본래의 눈빛이었다.

  “날 용서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난 정말로, 우리를 위해 그렇게 행동한 거였어.”

  “K군을 차지하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K군이 우리 사이를 갈랐었잖아.”

  무츠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무츠키조차 미츠키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느꼈는데 그 대상인 미츠키는 어땠을까.

  “나는 그저, 무츠키와 예전처럼 지내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 말을 하면서 미츠키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무츠키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미츠키의 진심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렇구나. 미츠키는 정말 나를 생각해서 그랬던 거구나.

  무츠키는 미츠키가 조금 용서될 것도 같았다.

  “……사사키 선배 나왔다.”

  사사키의 존재를 먼저 발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미츠키와 함께, 토오루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예전의 우리가 되기 위해서. 무츠키는 미츠키를 보고 순수하게 웃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미소였다.

 

  두 사람은 사사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사사키는 혼자서 귀가하는 타입이었다. 자매는 신중히 뒤를 따랐다. 다른 사람들에 섞여, 마치 이 길로 하교하는 학생들처럼.

  하지만 사사키는 두 사람의 생각보다도 더욱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안녕, 얘들아.”

  사사키가 뒤돌아 두 사람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을 때, 두 사람은 그 인사의 대상이 자신들이 아닌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사사키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흔들림 없이 닿아있었다.

  심지어 그는 성큼성큼 걸어 두 사람의 앞에 섰다. 무츠키는 고개를 들어 사사키를 바라보았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그래서 더 속을 알 수 없었다.

  “너희는1학년 쌍둥이들이구나.”

  “저희를 알고 계세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충 아는 편이야. 이름은 잘 모르지만.”

  사사키는 허리에 양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미행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미츠키는 조금은 허둥지둥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미츠키 토오루입니다. 이쪽은 무츠키 토오루, 제가 언니 쪽이에요.”

  “, . 그렇구나. 정말 닮았네, 두 사람. 인상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사사키의 시선이 두 사람의 얼굴을 잠깐 훑었다가 떨어졌다. 관찰하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결코 기분 나쁜 정도는 아니었다. 사사키의 인간성은 어쩌면 소문으로 들리는 것 이상일지도 몰랐다.

  “미츠키는 좋은 언니겠구나.”

  사사키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렇게 보면 알기라도 하는 걸까. 미츠키는 그것이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사사키가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나한테 볼 일이라도 있는 거야? 두 사람 평소 하굣길은 여기가 아닐 텐데.”

  “, 그게…….”

  “책을, 추천받고 싶어서요.”

  무츠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사사키는 물론이고 미츠키도 놀라 무츠키를 바라보았다. 거짓말 같은 것은 할 줄 모르는 아이일 텐데. 하지만 무츠키의 입에서는 마치 준비하기라도 한 양 말이 쏟아졌다.

  “책을?”

  “사사키 선배는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선생님들도 그러시니까. 혹시 추천받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서요.”

  “그렇구나. 그런 거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그럼 내일 학교에서.”

  “괜찮으시면 선배 방을볼 수 있을까요?”

  무츠키는 사사키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사사키의 얼굴에 곤란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무츠키는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을 확실히 알아둘 심산이었다. 그것이 토오루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그게, 직접 표지를 보고 싶기도 하고……. 선배 방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물론, , 여자 후배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요. 그래도, 그게궁금하니까…….”

  “좋아. 같이 가자.”

  그렇게 말하며 사사키는 웃었다. 무츠키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마치 누가 보면 사사키를 짝사랑하기라도 하는 것으로 오해할지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사사키는 그 표정을 그저, 자신과 같은 독서광의 기쁨 정도로 해석하고 넘어갔다.

  “, 타카츠키 센 작가님 신작 읽으셨어요?”

  “, 아직 안 읽었는데. 무츠키는 읽었어?”

  “저도 아직 안 읽었어요. 사두긴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무츠키와 사사키는 태연하게 책에 관해 얘기를 하며 걸었다. 미츠키는 조금 뒤에서 두 사람을 따랐다. 아주 작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토오루는 어째서 이런 일은 맡긴 것일까.

  하굣길을 아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토오루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럴 터였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을 시키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었다.

  “들어와. 부모님은 지금 안 계시니까 신경 쓰지 말고.”

  미츠키의 의문은 사사키의 집 앞에 도착해서야 멈췄다. 미츠키는 사사키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아마 저기 2층의 어딘가가 사사키 선배의 집이겠지. 미츠키는 사사키의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토오루의 흰 머리카락을 본 것만 같은 착각.

  미츠키의 착각은 사사키가 문을 닫으며 강제로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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