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구울 전력 60분_ 우연의 일치 #아몬우타? 우타아몬? 

#도나토와 우타가 부자 관계라는 가설이 맞다면, 아몬과 우타는 어린 시절에 만나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기반 (그러니까 날조)

 

 

Bittersweet

 

Y A G I

 

 

1

 

 

  필연은 우연을 가장한 옷을 입고 온다.

  우연이라고 취급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2

 

 

  내겐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책의 구절을 읽으며 이게 무슨 개소리야,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아버지의 책들은 항상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있었고 나는 간간이 그것들을 펼쳐 공연히 욕설을 지껄이곤 하였다. 신을 믿지 앉는 자의 삶이란 그랬다. 모두들 함께 손을 모으고 신에게 봉사하는 것을 기도하고 있을 때, 나는 홀로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유치한 욕설을 내뱉곤 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유난히 옛 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었다. 이 모든 게 다 그 애 때문이었다. 다 그 애가 나를 잡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왜일까. 왜 그 애는 날 그대로 가게 두었던 것일까.

 

  나의 아버지는 나를 거의 유기한 것과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내 주위에는 항상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아주 어린 아이들이 있었고 아버지는 그들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그들이 내게 어떤 질투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는 내가 아주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내게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는 말을 했다.

  내게 있어 아버지는 아버지라기보다는 신부님이었던 존재였고,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미워했다. 아버지는 구울보다는 신에게 더 가까이 있는 존재였던 것 같아서, 나는 조금 외롭기도 했다.

  그 애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였다. 그 애도 부모가 없는 인간이었고 그 애가 처음 들어왔을 때 나는 그 애와 다른 여자애를 두고 누가 먼저 고아원에서 나가게 될지를 재고 있었다. 물론 그 고아원에서 나간다는 것은 다른 어른들에게 입양된다는 말이기도 했고, 그게 아니라면 아버지와 나의 뱃속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재미있게도, 대부분은 후자였다.

  구울과 인간의 관계라는 게 그런 게 아닌가? 필연이라면 이런 것이 필연이었다. 구울과 인간이 있으면, 인간이 먹힌다. 인간은 구울에게 먹히기 위해 있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구울은 인간을 먹기 위한 존재였다. 그러니까 구울의 입장에서 인간이 있으면 먹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인걸.

  그러나 그 애와 내가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 애는 나의 생각보다 오랫동안 그 고아원에 남아있었고, 조금 쓸쓸해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애에게 관심이 갔다. 우리는 둘 다 부모를 잃은 존재들이었고, 그 애가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 보였지만 어쨌든 비슷한 나이대의 소년들이었으니까.

  “뭐해? 기도하는 거 재밌어?”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너는, 이름이.”

  “우타야.”

  “우타. 나는, 아몬 코타로야.”

  그 애의 이름은 아몬 코타로였다. 아몬드? 아몬드는 내가 먹지 못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래서 그 이름이 조금 별나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별난 그 애와 나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 애의 까맣고 둥근 눈동자를 볼때마다 나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말로서 표현하기 힘든, 아주 여러 색이 섞여있는 감정이었다. 그래도 굳이 정의 내리자면 그것은 아픔이었다. 아픔. 그 애를 보면서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애를 보면 심장 한 켠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그 애는 내게 우리가 친구라고 말했고, 나는 내가 구울이란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 코타로는 안 돼.”

  “?”

  “친구래, 우리가.”

  아버지는 한참동안 나를 내려다보았다. 흐음, 하고 아버지는 바람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며 자신의 턱을 긁었다. 나는 아버지가, 내가 그 애를 먹어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러면 지금까지 내가 느껴왔던 아픔이 나를 완전히 잡아먹어버릴 것만 같은 직감이 그때의 내게는 있었다.

  “그래. 알았다.”

  아버지의 안에서 무언가의 스위치가 딸깍, 하고 내려간 모양이었다.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니라, 신부님이지, 아가. 아버지의 그 말에도 나는 웬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버지를 떠난 건 무슨 이유였더라.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이유였다. 그저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은 다락에 수년간 쌓여 와 닦아내도 닦아내도 사라지지 않는 먼지처럼 그 이유들이 쌓여왔을 뿐이었다.

  우리는 어차피 남남이었고, 나는 아버지를 떠났다.

  마지막 밤에 나는 그 애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 애의 단정한 입매를, 정직한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그에게서 나던 희미하고 달콤한 향기를. 나는 결국 그 애를 먹어버리지 못했으나 그것이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사춘기란 게 으레 그렇듯, 어린 내게 소중했던 것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빛을 띠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그 애를 녹이 슨 십자가 아래에 두고 떠날 수 있었다.

 

 

3

 

 

  그랬던 그 애를 다시 만났다. 이것 역시, 필연이라기보다는 우연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진즉에 그를 죽여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아버지는 내 생각보다 나를 미워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아버지가 미워하는 것 따위는 없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그는 신부였으니까.

  그 애는 나를 보고 아주 동그랗게 눈을 떴다. 어렸을 때보다 많이 늙어있는 그 애의 얼굴에 나는 그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 애는 여전히 내가 구울일 것이라는 생각을 아주 조금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는많이 변했는데, 어째 그대로 같달까…….”

  “그러는 코타로 군이야 말로, 그대로구나. 어렸을 때랑 아주 똑같아.”

  “잘 지냈어?”

  “그럭저럭.”

  너무 흔해서 따분한 재회였고, 나는 그 애가 여전히 그다지 재미없는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그 애는 여전히 그 고아원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다 피해자라고 생각하겠지. 우타라는 단 하나의 어린 구울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나는 그것이 조금 짜증이 났다. 이유는 몰랐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버지 얘기를 했다. 그 애가 아는 우리의 공통사라고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 애는 주저하다가,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나도 알아야할 사실이 있다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구울이었대.”

  “아버지가?”

  “생각보다 별로 안 놀라네. 하긴 너는 어렸을 때부터…….”

  “당연하지. 아버지니까.”

  조금 과한 심술을 부려버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그 애의 입매가 단단히 굳어가는 것을 보았다. 내가 말하는 아버지가 자신이 말하는 아버지와는 다른 의미라는 것을, 눈치가 빠른 그 애는 금방 알아채주었다.

  “이만 가볼게. 즐거웠어.”

  나는 그 애에게서 등을 돌렸고, 이제는 구울 수사관이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던 그는 나를 잡지 않았다. 이것은 내 안에서 아주 오랫동안 해결되지도 않고 그저 아프기만 한 수수께끼로 남았다.

 

 

4

 

 

  그 애와 내가 다시 마주한 것은 그 애가 우리의 몸이 되고 난 이후였다. 달도 죽어버린 까만 밤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건물의 갈비뼈 쯤 될 철골이 하얗게 빛나는 폐건물이었다.

  4구에 알 수 없는 구울이 흘러 들어왔대서 인사차 행한 걸음이었는데, 바로 그 구울이 그 애였을 줄이야. 어렸을 때 읽었던, 이해할 수도 없었고 공감되지도 않았던 문장이 문득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건 정말, 우연인가?

  그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우리는 무너져가는 건물에 앉아 빛나는 도쿄의 야경을 함께 바라보았다.

  “구울이 되어보니까 어때?”

  “복잡한 심경이야.”

  “인간은 먹어봤어?”

  “.”

  대답을 주저하는 그 애는 그런 몸이 되고 나서도 변함없이 강직해보였고, 그래서 연약해 보이기도 했다. 코타로, 나는 그런 너를 싫어하진 않았어. 나는 그때 왜 나를 놔주었는지 네게 묻고 싶었지만, 그것 말고 다른 질문을 했다.

  “있잖아, 코타로. 우리는 아직도 친구야?”

  “글쎄. 있잖아, 우타. 너는 그때 같이 살던 친구들을 먹었나?”

  “당연하잖아. 그래서 내가 싫어졌어?”

  “……글쎄.”

  “그때 같이 입양가자고 약속했는데, 같이 구울이 되어버렸네.”

  그 애는 그 말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 애의 올곧은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애도, 많이 아파 보였다. 많이 아파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아픔의 원인이란 무엇일까.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먼지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애의 시선이 내게 붙었다.

  “이만 가볼게. 즐거웠어, 코타로.”

  “우타.”

  그 애는 그제야 나를 잡았고, 나는 그 애에게 잡힐 만큼의 믿음이 없어서 그 애를 그대로 떠나려 했다. 아픔은 아픔으로 남기고, 과거의 기억은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아주 공을 들인 상자 안에 넣어 평생토록 보관할 생각이었다.

  그러려고 했는데.

  이 모든 것은 필연이었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이것이 필연이라면, 이 희극의 끔찍한 개연성은 도대체 어느 웃기는 작자의 손에서 태어났단 말인가. 나는 그것이 아버지가 말했던 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그것이 신이라면, 나는 그 신을 저주하리라. 지금껏 그래왔던 것보다 더욱 그를 미워하리라.

  내가 이렇다면 너는 어떨까, 코타로.

 

 

5

 

 

  나는 너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6

 

  이제 그곳에 단맛은 없었다.

 

 

 

 

 

***

주제가 우연의 일치인데 그냥 우연만 가지고 써버린 것 같기두 하구 그렇네요... (머쓱) 낮에 풀었던 썰을 기반으로 한 글입니다. 여러분, 아몬우타하시구 겸사겸사 우타요모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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