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타요모  # 10대 우타요모~  #진단메이커

 

 

思春期

; 사춘기

 

Y A G I

 

 

요모가 4구를 찾아왔다는 소식은 요모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우타에게 전해졌다. 우타는 눈을 돌려 달력을 바라보았다. 간만이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댔나. 안 그래도 요즘 부쩍 연락이 줄어든 요모에게 퍽 섭섭함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렌지는 항상 먼저 신경을 써줘야 한다니까.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타는 으쌰, 소리까지 내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검은 뿌리가 내려오기 시작하는 우타의 머리카락이 그의 어깨 위에 차분하게 얹혔다.

요모가 4구를 찾아왔다면 어차피 갈 곳은 단 한 군데 밖에 없었다. 4구에서 요모를 봤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타는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양 그곳을 찾았다. 우타는 요모가 왜 요모와 아리마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댄 그곳으로 가는지 알지 못했다. 그에게 그곳은 결코 기쁜 장소가 아닐 터인데.

우타 씨, 갈 거예요?”

안 오면 내가 가야지. 어쩌겠어. 바쁘신 몸인데.”

이번에는 저도 같이 가도 돼요?”

다음에, 다음에.”

우타 씨는 맨날 다음이래.”

우타는 맞은편 소파에 늘어져 있던 남자의 말을 적당히 넘기며 문을 나섰다. 남자는 과장되게 입술을 내밀어 보이다가도 우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직 요모를 기억하고 간간이 떠올리는 구울들이 있기는 있었다. 주로 잔정이 많은 녀석들이었다.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는 것들을 기억하며 괴로워하는 녀석들.

어느덧 많이 차가워진 밤바람을 맞으며 우타는 자신도 그런 부류와 아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저 흘러가는 생각이었다. 한두 발자국 더 걸어가면 사라져버릴 생각들. 우타는 많은 것을 굳이 기억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아버리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

우타는 무너져가는 벽 위에 걸터앉아있는 요모를 부르며 손을 크게 흔들어 보였다. 요모는 그저 우타, 하고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그의 이름을 읊조릴 따름이었다. 우타는 가뿐히 벽을 타고 올라 요모의 곁에 앉았다.

달빛 아래에 이렇게 나란히 앉아있는 것도 간만이어서, 우타는 묘하게 기분이 들떴다.

렌지는 볼 때마다 자라는 것 같네.”

그럴 나이니까.”

그렇지. 쑥쑥 자라라, 우리 렌지.”

우타는 장난스럽게 요모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요모는 발끈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한 소리를 덧붙였을 텐데 말이지. 우타는 괜히 자신을 두고 요모 혼자 훌쩍 자라버린 것만 같았다.

이런 거라면 자라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우타는 자신과 요모의 거리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더욱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계속 가다 보면 요모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사라져버려도, 상관은 없었지만. 구울의 세계에서 누군가 사라지는 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었고. 우타는 잠시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여긴 어쩐 일이야?”

그냥옛날 생각이 나서 들렀어.”

렌지에게 나는, 옛날인가?”

요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에게 곤란한 질문을 한 모양이었다. 우타는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기는 했다. 우타는 구부리고 있던 몸을 길게 폈다. 요모는 그저 팔다리를 쭉 뻗고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우타를 가만히 바라볼 따름이었다.

요시무라 씨는, 렌지한테 잘해줘?”

. 배우는 것도 많고.”

뭘 배우는데? 나도 알려주라.”

그냥. 이것저것.”

비싸게 구는 거야? 치사해, 렌지. 옛날 친구한테.”

평소와 다름없는 시답잖은 얘기였다. 요모는 워낙 말이 없는 편이어서, 이번에도 대화의 주도권은 우타에게 있었다. 우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주로 요모를 기억하는 4구 구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제 두 사람 사이에 공통된 주제라고는 그것밖에 없었다. 벗어나지 못한 과거의 미진한 기억들. 우타는 4구를 떠난 요모가 과연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질까 싶어 태연하게 눈동자만 넘겨 그를 바라보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흐릿한 초점으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요모의 표정을 읽기는 힘들었다.

결국 두 사람 사이를 어두운 침묵이 파고들었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낼 때만 해도 그들의 침묵은 이토록 어둡진 않았다. 마침 달빛도 어두워서, 우타는 속이 쓰렸다. 왜 자신의 속이 이토록 쓰린 걸까. 우타는 자꾸 요모의 그림자만을 붙잡고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들어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

고민 상담은 언제든 환영이야.”

침묵을 깬 것은 의외로 요모 쪽이었다. 고민이 있다는 말에 우타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친구의 고민을 이렇게 기뻐하는 것도 이상했지만, 어쨌든 우타는 요모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우타, 너한테 만큼은 말 못 하겠는데.”

다른 사람한텐 할 수 있다는 거야? 그거 섭섭한걸.”

자신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이라. 우타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우타는 문득 요모가 자신을 더 이상 찾아주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요모가 자신을 만나는데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요모 렌지가, 우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요모가 아니게 될까 봐 두려웠다.

우타는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짧게 자른 손톱이 손바닥 아래를 거칠게 긁었다. 그에 따른 통증도, 압박감 같은 것도 없었다. 그의 손바닥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우타는 무심코 요모의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댔다.

렌지 몸은, 생각보다 딱딱하진 않네. 우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우타는 요모가 손끝으로 시멘트의 우둘투둘한 겉면을 훑는 것을 느꼈다. 요모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우타. 우린아직도 친구지?”

아니, 이제 친구 아니야.”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우타 자신도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우타는 멱살을 잡듯 요모의 옷깃을 끌어당겼다. 그의 얇은 피부를 통해 가느다란 손등뼈가 달빛 아래에서 하얗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우타의 목 위에는 마냥 다정함과 부드러움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요모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팔을 뻗어 우타의 어깨를 껴안았다. 우타의 손에서 천천히 힘이 빠져나가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욱 가까이 붙을 수 있었다.

 

달아오른 뺨 때문에 공기가 차가웠다. 별 꼴이구만. 자조적인 생각이었다. 싫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처음의 거리를 되찾은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렇지. 사실은 나도, 우타랑 더 이상 친구로 남고 싶지는 않았어.”

오늘따라 유난히 요모가 말이 많은 날이었다. 우타는 눈동자만 돌려 요모를 바라보았다. 아래쪽 어딘가를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이 제법 편안해 보였다. 하여간 렌지,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이 빠졌다니까.

혹시 고민거리가 이거였어?”

.”

이런 거라면 말 못 할 만 해.”

우타의 말에 요모가 작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요시무라 씨가 렌지에게 준 것은 무엇일까. 그게 뭔지는 몰라도, 우타는 그것이 자신이 평생 누릴 수 없는 무언가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요시무라 씨에게 느끼고 있던 건, 질투였나.

그런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 자기도 웃긴 사람이지만.

물러졌네, 렌지.”

그래서, 싫어?”

싫다는 말은 아니야. 절대.”

우타는 뒤로 손을 짚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물러진 사람은 요모 렌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단단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기는 했지만. 사무라이도 아니고, 말이야. 우타는 요모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멋대로라니까, 렌지는.

있잖아. , 그거 알아? 렌지는 내가 만나 본 사람 중에 제일 재밌는 사람이야.”

그래서 날 좋아하는 건가?”

좋아한다니……. 바보 요모답게, 직설적으로 말하는구나. 우타는 태연하게 농담이나 할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요모가 이렇게 나와 주는 지금이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 이런 말을 해보겠는가.

우타는 후회하지 않고 싶었다. 저물어가는 초승달을 가만히 바라보던 우타가 고개를 돌려 요모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냥 렌지 옆에 더 있고 싶어서. 렌지는 어때?”

비슷해.”

확실하게 말해줘.”

우타 너한테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궁금했어.”

이제 됐네, 특별한 사람. 그러면 고민 해결?”

, 고민 해결.”

만약에 자신도 요모가 받은 것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요모 렌지에게서 내게로 오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우타는 희미하게 웃었다. 렌지에게라면, 그런 것을 받아봐도 좋을 것 같았다.

 

 

**

 

 

생각보다 쓰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쓰고 보니 사춘기네요~ 진단메이커 + 푸딩머리 우타가 보고싶어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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