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마 키쇼 X 나가치카 히데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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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요, 타키자와 씨.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뭔데?”
“안대라는 이름의 구울을 어쩌다가 들어서요. 무섭잖아요. 안대라니.”
나가치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타키자와 쪽으로 몸을 가볍게 기울였다. 마치 비밀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타키자와는 그런 나가치카의 어깨를 슬쩍 밀어내며 말했다.
“그런 건 어디서 들은 거야?”
“그냥, 돌아다니다보면 여기저기서 들리잖아요.”
나가치카는 타키자와가 두고 간 서류에서 안대라는 이름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CCG의 아르바이트생으로서, 거기까지는 손대면 안 되는 정보였다. 나가치카는 제 속내를 숨긴 채 입술에서 미소를 떼어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금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왜, 어떻게 생겼는지나.”
“흠. 나는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서…. 그래서 내 상사인 아몬 씨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타키자와.”
낯선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 사이에 얹혔다. 나가치카와 타키자와는 동시에 뒤를 돌아봤고, 타키자와는 보통 당황한 것이 아닌 듯 순식간에 몸을 굳히고 눈앞을 바라보았다. 반면에 나가치카는 눈을 끔뻑이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흔치 않은 흰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매와 그를 숨기지 못한 얇은 테의 안경.
“아, 아리마 특등!”
“외부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곤란하지 않을까?”
색이 엷은 남자의 입술이 움직였다. 나가치카는 자기도 모르게 그 입술이 단어 하나하나를 발음할 때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가치카가 정신을 차린 것은 타키자와가 허리를 깊이 숙여 그에게 사과를 했을 때였다. 나가치카는 얼른 그의 뒤를 따라 허리를 굽혔다. 자신의 발끝이 보였다.
“그… 죄송합니다.”
“괜찮아. 아직 이야기를 하기 전이었으니까. 내가 적절한 때 이야기를 끊은 것 같군.”
타키자와를 보던 아리마의 눈빛이 천천히 나가치를 향했다. 나가치카는 자기소개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가치카는 한 번 더 허리를 굽혔다. 물론 이번에는 사과의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었다.
“나가치카 히데요시. CCG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치카는 아리마의 시선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 나가치카는 그것이 아마 자신이 아리마에게 보낸 시선과 같은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호기심이었다. 그것도 제법 깊은 호기심.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나가치카의 옆에서 타키자와가 과장된 한숨을 쉬었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나가치카는 뒤통수를 긁으며 눈썹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아리마 키쇼의 뒷모습에 박혀있었다.
“저기, 아리마 씨.”
“너는 아까.”
나가치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간간이 깜빡이던 가로등이 어느 순간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하게 백색 불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나가치카는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어내곤 아리마의 앞에 섰다.
“저, 정식으로 CCG에 취업하고 싶은데요.”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지?”
“아리마 씨는 높은 사람이잖아요. 어떻게, 안 될까요?”
나가치카의 말에 아리마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캐치하지 못할 나가치카가 아니었다. 나가치카는 그 웃음에서 일종의 확신을 보았다.
“돌려 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면 한 번 고려는 해보도록 하지.”
“안대의 정체도 궁금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아리마 씨가 더 궁금해졌어요.”
“조금 더 솔직하게.”
“보기보다 짓궂으시네요.”
나가치카가 씩 웃어 보이며 아리마를 바라보았다. 아리마는 표정의 변화가 그렇게 다채로운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가치카는 그것이 좋았다. 아직까지 그가 자신을 숨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원래 감정 변화가 없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가치카는 사실 그 중 어느 것이라도 별로 상관없었다.
어느 쪽이든 나가치카의 호기심을 잡아당겼고, 그 호기심은 빠르게 그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대상이 아리마 키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테지만. 아리마에게는 사람을 잡아끄는 어떤 것이 분명히 있었다.
“아리마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감정이 얼마나 커질지 궁금하군.”
“적어도 CCG에 입사할 만큼은 커질 것 같아요.”
“만약에 네가 입사를 하게 되면.”
아리마는 그 말을 하고 숨을 한 번 쉬었다. 나가치카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가 폈다. 일부러 애간장을 태우는 게 분명했다. 아리마는 그런 나가치카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가치카는 자신의 초조함을 들킨 것 같아 명치가 뜨끈해졌다.
“많은 것을 알려주도록 하지.”
“안대에 관한 거요? 아니면 아리마 씨에 대해서?”
“욕심이 많군.”
“그래서 싫어요?”
“아니. 싫지 않아.”
그 말을 하며 아리마는 오른손을 나가치카를 향해 뻗었다. 나가치카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 때문에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고작 이런 작은 행동 때문에.
“둘 다 알려주도록 하지. 그리고 서비스로… 어른의 이야기에 대한 것도.”
아리마는 소리 없이 웃으며 나가치카의 이마를 검지로 한 번 톡 건들고 손을 거두었다. 나가치카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상당히 아쉬웠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신이 손을 내밀 타이밍은 아닌 듯 보였다. 그래서 나가치카는 기다리기로 했다. 아리마가 자신에게 직접 모든 것을 알려줄 때까지.
“기대해도 되나요.”
“글쎄. 기대는 하지 마. 실망하면 곤란해지니까.”
“실망 하는 일 없을 거예요.”
아리마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잔잔한 바람이 대로를 스치고 지나갔다.
“수사관으로서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하지. 나가치카 히데요시.”
“꼭 기다리고 계세요. 아리마 키쇼 선배님.”
선배님이라니. 아리마는 그 말에 짧게 웃었다. 그래. 잘 해봐, 후배님. 아리마는 그대로 몸을 돌려 CCG 건물을 떠났다. 나가치카는 참고 있었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었다. 아리마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나가치카는 자신이 마음먹은 것은 어떻게든 해내는 스타일이라는 점이었다.
나가치카는 아리마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일찍 CCG에 입사했다. 아리마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의 정장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나가치카는 시간이 나자마자 바로 아리마를 찾아 왔다는 말을 아주 빠르게 뱉었다. 그는 약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우러 왔습니다.”
“그래. 알려주도록 하지. 약속했으니까.”
아리마는 오른손을 나가치카에게 뻗었다. 나가치카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아리마의 손이 그의 이마를 건드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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