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원 이메레스

 

 

"도망치게 한 이 상황이 나빠"

 

Y A G I

 

 

아키라가 의외의 인물을 만난 것은 잠이 오지 않아서 찾은 건물의 옥상이었다. 천장에 누워있던 히나미도 아키라를 만난 것이 꽤 의외였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키라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 없이 두 사람만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키라는 아주 잠깐 멈칫하다 히나미의 옆에 누웠다. 히나미는 그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별이라도 보고 있었나?”

그러려고 나왔는데, 별이 없네요.”

그렇군.”

아키라는 히나미의 말을 듣고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심지어 달도 없는 어두운 하늘이 아키라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 대화를 끝으로 한동안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한참의 정적 이후에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의외로 아키라였다.

후에구치, 궁금한 게 있는데.”

, 말씀하세요.”

너희들은구울들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으니까요.”

예상외로 바로 나온 대답에 아키라는 고개를 돌려 히나미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앳된 기운이 있는 히나미의 얼굴은 사뭇 비장해 보였다. 아키라는 아주 인상적인 것이라도 본 듯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키라가 입을 연 것은 그녀가 다시 시선을 하늘로 돌렸을 때였다.

나는 도망치게 한 이 상황이 나쁜 거라고 생각해.”

이제는 히나미가 아키라를 바라보았다. 아키라는 히나미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당신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 이제는 같은 처지니까.”

그 말을 하고 아키라는 숨을 내뱉었다.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아니었다. 탓할 것이 있다면, 그녀의 말대로 이 상황밖에 없었다. 이런 몸이 되고 나서야 그런 것을 깨닫다니. 아키라는 자신의 아둔함에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나 그녀는 동시에 그렇게 생각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키라는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는 것보다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데 훨씬 능한 사람이었다.

낙원은 만들어 가면 되는 거야. 그러기 위해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잖아.”

그렇네요.”

히나미의 목소리는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아키라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구울의 기분이 나아진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이전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이전의 자신은 이미 사라져버린 존재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아키라는 더는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히나미의 말에 집중했다.

우리들의 낙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그 말을 듣고 히나미가 무슨 말을 하려 하기 전에 아키라는 하지만, 하고 먼저 운을 떼었다. 무어라 말을 하려던 히나미는 다시 아키라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단정한 옆모습이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보였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세상일 거야.”

그렇겠죠.”

믿음을 가져. 너희들이 하는 건 옳은 일이다.”

너희가 아니라, 우리예요.”

히나미의 말에 아키라는 한숨을 쉬듯 웃었다.

그렇군. 우리, .”

아키라는 그 말을 음미하듯 말을 되뇌었다. 그러곤 그녀는 소리 없이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그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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