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Y A G I

 

4

 

  그 이후의 일상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게 흘러갔다. 여전히 두 자매는 함께 등교하고, 수업을 듣다가, 하교했다. 두 사람은 토오루를 만난 사실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아니면 잊기 위해 노력이라도 하듯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토오루가 그들 곁을 맴돌거나 갑작스레 나타나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일상 속의 긴장을 천천히 누그러트리기 시작했다. 웃고 떠드는 삶의 반복. 그들은 그 평범함의 소중함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총명한 아이들이었다.

  “저기, K.”

  변화가 있다면, 무츠키가 K군에게 아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 정도일까. 미츠키는 K군의 뒷자리에서 무츠키가 그에게 말을 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싱글싱글 웃음이 나오는 걸 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무츠키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기, , 부활동, 언제 끝나는지 궁금해서…….”

  “오늘은 부활동 없는 날이야. 근데, ?”

  “시내에 양과자점이 새로 생겼더라구. K, 혹시 단 걸 좋아한다면…….”

  무츠키는 거기까지 말하고 더는 입을 열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했다. 내가 나서야 하나? 미츠키는 무츠키의 눈치를 살폈다. 무츠키가 무언가를 더 말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이럴 때는 어쩌면 좋나……. 그렇게 생각하며 미츠키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 준비를 했을 때, K군이 입을 열었다.

  “방과 후에 같이 갈래?”

  짜식, 사내 노릇은 하네. 미츠키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무츠키는 아예 귀까지 빨개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 미츠키도 같이 가는 거야?”

  “나는 선약이 있어서. 둘이서 잘 다녀오세요.”

  K군 몸을 돌려 미츠키를 바라보았다. 미츠키는 그런 그들에게 손까지 흔들어 보이며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눈치 없게 그사이에 끼어들 수는 없지. 미츠키는 무츠키만 알도록 살짝 윙크했다. 무츠키는 아주 행복한 듯 웃었다.

  K군은 또 머리를 매만졌다. K군의 버릇. K군에게도 이건 긴장되는 일이었을까. 미츠키는 그의 새까만 머리카락을 지켜보다가 책상에 엎드렸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너무도 쉽게 과거를 잊는다. 분명히 포기하기로 했는데 어째서 아직도 마음이 아린 걸까. 미츠키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여전히, K군과 무츠키 사이에서 중요한 것을 따지자면 당연히 무츠키였다. 무츠키가 행복한 것이, 미츠키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미츠키 혼자서 하교하는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무츠키는 지금쯤 K군과 함께 있겠지. 미츠키는 다소 멍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한테도, 스콘 사서 준다고 했으니까. 미츠키는 그 말로 자신을 달랬다. 달래지지 않는 감정이지만, 달랠 수 있다고 믿었다.

  “미츠키 언니.”

  그런 미츠키 앞에, 토오루가 서 있었다. 학교 근처 사거리였는데, 그 많은 인파 속에서도 토오루는 아주 또렷하게 보였다. 그의 흰 머리카락 때문일까, 아니면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까. 어쨌든 미츠키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토오루에게 손을 흔들었다.

  “, 토오루. 토오루도 하교 중이구나.”

  “. 근데, 무츠키 언니는 어디 있어요?”

  당연한 질문이었다. 미츠키와 무츠키는 떨어져 다니는 일이 드물었으니까.

  “뭐라고 하면 좋을까. 데이트?”

  “데이트요?”

  토오루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떠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귀엽긴 하단 말이지. 미츠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시내에 새로 생긴 양과자점 알아?”

  “, 알고 있어요. 거기로 갔구나.”

  토오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토오루도 알고 있었구나. 어쩐지 토오루라면 그런 데에 관심이 없을 것 같았는데. 미츠키는 토오루를 바라보았다. 토오루의 얼굴은 시선을 살짝 위로 올려야 볼 수 있었는데, 미츠키는 그 표정이 어쩐지 굳어있다고 느꼈다.

  “언니, 우리도 안 갈래요?”

  갑자기 멈춰 선 토오루가 미츠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이었다. 미츠키는 얼른 손을 내저었다.

  “? 에이,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궁금하잖아요? 무츠키 언니가 잘하고 있는지.”

  토오루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미츠키는 토오루의 눈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을 읽었다. 토오루의 손끝이 미츠키의 상의를 가볍게 잡았다.

  그것은 무츠키의 버릇이었다. 무츠키 토오루의 버릇이었다.

 

  미츠키는 양과자점으로 향하면서도, 어째서 토오루의 말을 단호하게 내치지 못했는가를 생각했다. 정말 무츠키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일까? 토오루는 자신의 옆에서 콧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아주 신나는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

  미츠키는 아까 보았던 토오루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꿰뚫려 보이는 느낌. 간파당하는 느낌. 내장부터 그 속에 있는 것까지 모든 것이 투명하게 비춰 보이는 느낌.

  이 아이는 어쩌면, 내가 K군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 리 없다면서도 미츠키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K군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서, 일부러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일을 하는 거지?

  미츠키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길 건너편에 양과자점이 있었다. 토오루가 언니, 하고 미츠키를 불렀다. 미츠키는 흠칫 놀라며 생각을 멈추고 토오루를 바라보았다.

  “, 마카롱 많이 먹을 거예요.”

  토오루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이런 아이에게 어떤 목적이 있을 수 있을까. 미츠키는 제 생각을 예민함으로 넘기곤 토오루와 함께 양과자점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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