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및 유혈의 표현이 있습니다.

 

 

혈연

 

Y A G I

 

 

 

6

 

  집으로 돌아온 무츠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미츠키와 토오루가 그 양과자점에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미츠키는 무츠키에게 스콘을 받아들었다. 미츠키는 태연하게 무츠키를 맞이했다.

  “어땠어?”

  “엄청 긴장했는데, K군이 덕분에막 어색하지는 않았어.”

  그 말을 하며 무츠키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미츠키는 웃으며 그런 무츠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좋아?”

  “…….”

  “오늘은 피곤할 테니까 씻고 일찍 자.”

  무츠키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곤 씻고 오겠다며 욕실로 향했다. 그 틈을 타 미츠키는 휴대 전화를 꺼내 토오루에게 문자를 남겼다.

  [할게.]

  그 말이면 충분했다. 미츠키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천장등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시야가 타들어 가듯 군데군데 검게 얼룩졌다. 미츠키는 눈을 감았다.

 

  그 뒤로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 무츠키와 K군은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반 안에서는 공공연하게 둘이 썸을 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무츠키와 미츠키의 삶에 K군이 더해지는 것은 이젠 익숙한 일이었다. 셋은 종종 함께 시내에 나갔다. 최근에는 K군과 함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적도 있었다. 부모님은 K군이 아주 바른 아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무츠키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무츠키와 K군은 점점 서로에 대한 것을 알아갔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삶의 기준과 세상을 보는 시야 같은 것. 알면 알수록 두 사람은 서로가 닮아있다고 느꼈다. 그 덕에 두 사람의 마음은 더욱 빠르게 가까워졌다.

  미츠키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 사람의 옆에서 웃었고, 가끔은 무츠키의 연애 상담을 들어주기도 했다. 아무도 어떠한 이상을 눈치채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자꾸만 흘렀다. 매미 울음소리가 한낮의 열기를 흔들어 놓을 때쯤, 학교는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그해 여름은 전례 없는 폭염을 기록했고 해는 점점 더 길어졌다.

  토오루에게 문자가 온 것은 그즈음이었다. 여름의 중간, 날이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다.

  [오늘이야.]

  미츠키는 그 문자를 보고 휴대 전화를 닫았다. 토오루와 꾸준히 연락이 닿았던 것은 아니었다. 미츠키는 토오루의 계획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토오루에게 물어도 그저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말만 했을 뿐이었다.

  토오루에게서 떨어진 지명은 이것이었다. 무츠키와 K군을 만나기. 이는 쉬운 일이었다. 셋이서 함께 어딘가에 가는 것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은 학교 근처 공원에서 만났다. 공원이라고 했지만 그 크기는 아주 작았고, 웃자란 풀들이 공원의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공원 뒤로는 산, 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지형이 있었고, 이 동네 사람들은 그 언덕을 산책 삼아 오르내리곤 했다.

  미츠키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K군은 보였지만 토오루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토오루는 무슨 생각인 걸까. 미츠키는 조금 불안했지만 그를 티 내지 않으려 했다. 다행인지 사랑에 눈이 먼 무츠키와 K군은 미츠키의 심경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관찰 숙제하기엔 딱 좋을 것 같아.”

  여름 방학 관찰 숙제는 미츠키가 두 사람을 이곳으로 불러내기 위한 핑계였다. 세 사람은 산책로를 따라 언덕을 올랐다. 언덕의 초입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곧 키가 큰 나무들이 즐비한 공간이 나왔다. 햇볕이 드문드문 들어오고 어디선가 바람도 불어왔기에 더위를 크게 느끼지 않아도 좋은 공간이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오는 공터는 공터라기보다는 작은 공간, 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긴 했지만, 두 개의 벤치와 식수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무츠키는 당연한 듯 미츠키의 곁이 아닌, K의 곁에 앉았다.

  “여기쯤에서 시작할까. 더 들어가면 내려오기도 힘드니까.”

  “, K군은 뭐 관찰할 거야?”

  “글쎄……. , 여기 있는 야생화들을 탐구해보는 건 어떨까. 종류도 많아 보이고.”

  두 사람의 대화에서 미츠키는 자연스럽게 제외되고 있었다. 미츠키는 연필의 뒤를 씹었다. 두 사람은 소곤대듯 웃고 있었다. 미츠키는 묵묵히 노트를 펼쳤다.

  벨 소리가 울린 것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토오루일까? 미츠키는 자신의 휴대 전화를 꺼냈지만 들어오는 전화는 없었다. 여보세요, 하고 무츠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 토오루? ? 뒤를 봐?”

  그 말을 하며 무츠키는 몸을 돌렸다. 산꼭대기에서 이 공터로 내려오는 길목에, 토오루가 서 있었다. 토오루는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토오루의 흰 머리카락이 흩어지는 햇빛에 반짝였다.

  “언니들, 잘 지냈어요?”

  미츠키는 도대체 토오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것들이 모두, 토오루의 계획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토오루는 고작 중학생이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차이는 본인이 몸으로 느껴서 알고 있었다. 토오루의 계획은 과연 얼마나 꼼꼼할까? 오히려 K군과 사이만 더 나빠지는 게 아닐까. 미츠키는 불안감에 몸을 일으켰다.

  “토오루!”

  “토오루?”

  K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야 K군은 토오루를 처음 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무츠키와 똑같은 얼굴에, 토오루라는 이름까지. K군은 무츠키와 토오루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토오루는 그런 K군 앞에 서서 허리를 꾸벅 굽혔다.

  “안녕하세요. 무츠키 토오루입니다. 미츠키 언니와 무츠키 언니의 동생이에요.”

  “동생이 있었어?”

  “사정이 좀 있어서요.”

  토오루는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K군은 흘긋 쌍둥이를 바라보았지만 그들이 태연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동생이라는 것도 사정이 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 듯싶었다.

  K군의 경계는 너무도 쉽게 허물어졌다. 토오루는 몸을 굽혀 K군의 노트를 바라보았다.

  “, 관찰 숙제 중이셨구나.”

  “. 토오루도 관찰 숙제 때문에 여기 온 거야?”

  “. 사실은, 이제 숙제를 해야 하는데, 언니 오빠들이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사람 좋은 K군은 응, 하고 말하며 웃었다. 토오루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러곤 뒤로 매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돌려 가방 안에서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노트 따위를 찾고 있는 것이겠지.

  그러나 토오루의 손에 들린 것은, 날카롭게 벼려진 작은 칼 하나였다.

  “옛날부터, 사람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했어요.”

  “토오루?”

  “도와주세요, 오빠.”

  토오루가 K군에게 달려든 것은 순간이었다. 미츠키는 그 상황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똑똑히 지켜보았다. 토오루가 K군을 넘어트리는 것. K군이 발버둥 치는 것. 토오루가 K군의 눈을 찌르는 것. 소리를 지르는 무츠키. 흔들림 없는 토오루의 손. 무츠키는 토오루를 밀어내려 했다.

  미츠키는 그런 무츠키를 껴안았다.

  “괜찮아, 무츠키.”

  비명은 없었다. 토오루를 길게 숨을 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K군이 그 아래에서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었다.

  “토오루, ……! !”

  무츠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꿈은 아닐까. 이게 정말, 현실일까.

  토오루는 또 싱긋 미소지었다. K군은 토오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상처로 흘러나가는 숨을 붙잡으며 기어가고 있었다. 토오루는 그런 K군의 등을 발로 밟았다. 고통에 찬 신음이 흘렀다. 토오루는 미츠키에게 칼을 내밀었다.

  “마무리는 언니가 해요.”

  “미츠키!”

  “할 수 있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미츠키는 토오루를 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미츠키에게 파편처럼 남아있었다. 조각조각 부서진 기억이, 미츠키의 정신을 이리저리 찌르고 상처입히고 있었다.

  확실한 건 자신은 분명, 즐기고 있었다.

  날붙이가 육체를 가르는 감각. 파고들었던 칼을 붙들어 놓는 살의 조직, 힘으로 그것을 다시 빼었다가 반동을 이용해 더 깊이 찌른다. 틈 사이로 보이는 근육의 조직들. 조금 더 파헤쳐 가면 보이는 희고 흰 뼈.

  미츠키는 분명, 사람을 찌르며 웃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그토록 아꼈던 동생의 애인을, 연적의 상대를, 앞자리 동급생을, 깨끗했던 한 사람을, 몇 번이고 찌르고 죽이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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