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Y A G I
5
미츠키와 토오루는 무츠키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토오루는 말했던 대로 마카롱을 왕창 주문해 왔다. 맛별로 두 개씩. 미츠키와 하나씩 나눠 먹을 생각이었던 것 같지만, 미츠키는 마카롱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미츠키의 정신은 온통 무츠키와 K군의 대화로 쏠려있었다.
“그래서, K군은 언제부터 사격한 거야?”
“어렸을 때 우연히 체험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때부터 빠져들었어.”
“진로는 그쪽으로?”
“아냐, 사격은 그냥 취미야, 취미.”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구나, K군은.”
두 사람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미츠키의 마음이 일렁였다. 그렇구나. K군은 어렸을 때부터 사격했었구나. 사격하는 모습은 어떨까. 책을 읽는 모습과는 다르겠지. 친절한 그 모습이, 사격할 때도 그대로 있을까.
나에게는 보여주지 않을 모습을 무츠키에게만 보여줄 때도 있겠지. 어쩌면, 무츠키와 나 사이에 비밀이 생길지도 모르지.
“미츠키 언니.”
토오루의 부름에 미츠키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토오루는 혀로 입술을 훑었다. 한쪽 턱을 괴고 있던 토오루는 가만히 무츠키를 바라보았다.
“…좋아하나 봐요. K라는 오빠를.”
미츠키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어떠한 말이 된다는 것을 미츠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부정을 해야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었다.
토오루는 흐음, 하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마카롱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솔티 캐러멜. 토오루의 입안에서 얇은 소금 막이 부서졌다.
“좋아하면, 고백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무츠키가 더 먼저 좋아했는걸.”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 맞죠?”
“하지만 그러면, 무츠키랑 멀어질 것 같아서…….”
“아, 하긴. 그렇겠구나.”
토오루는 태연하게 말하며 솔티 캐러멜 마카롱을 끝까지 먹었다. 미츠키는 토오루에게 이런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쩐지 불편했다. 무츠키에게 직접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무츠키에게 숨기고 싶은 것을 들킨 것만 같았기 때문에.
어쩌면 무츠키와 미츠키 사이의 비밀은, 이미 태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미츠키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양과자점의 커피는 유난히 쓴맛이 강했다. 단 음식과 함께 먹기 위함일까, 아니면 내 마음의 문제일까. 얼음이 서로 부딪히며 쨍강, 하는 소리를 냈다. 미츠키는 테이블을 내려다보았다. 하얀 레이스의 무늬가 유리 아래서 일렁였다.
“미츠키 언니.”
미츠키는 고개를 들어 토오루를 바라보았다. 토오루는 미츠키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흔들림 없는 그 눈동자에 미츠키는 몸을 흠칫 떨었다.
“제가 도와줄까요?”
“뭘…?”
“K 오빠에 대한 거예요.”
토오루의 목소리를 착 가라앉아있었다. 토오루의 양손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포개어져 있었다. 토오루는 위에 올려진 손으로 다른 손의 손등을 원을 그리듯 매만졌다.
“괜찮아. 진짜 안 이어져도.”
“하지만 무츠키 언니가 K 오빠랑 사귀게 되면, 언니랑 멀어질 거 아니에요.”
“…아냐. 무츠키는 그런 아이가 아닌걸.”
“그럴까요.”
토오루는 고개를 돌렸다. 뒷자리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미츠키는 토오루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무츠키와 K군이 앉아있는 바로 그 자리를 꿰뚫어 보듯 보고 있었다. 마침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넘어왔다. 무슨 말을 저렇게 즐겁게 하는 걸까.
K 군의 태도로 보았을 때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하고 있겠지.
아마 사귀게 되는 일도,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등교할 때 앞으로 무츠키는 K군과 함께 등교하게 될까.
점심시간, 교내의 어딘가에서 둘이 입을 맞추게 되지는 않을까.
그 모든 일의 옆에, 내가 없는 것은 아닐까.
미츠키는 자신의 머릿속이 뱅글뱅글 도는 것만 같았다. K군 옆에 있고 싶은 걸까. 무츠키 옆에 있고 싶은 걸까. 미츠키의 욕망은 자꾸만 형태를 바꾸어갔다. 일그러지기 시작한 욕망은 미츠키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피가 빠르게 돌았다. 생각이 비정상적으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미츠키의 과거가 엉킨 필름처럼 엉망으로 섞였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웃는 무츠키, 시험을 망쳐 걱정하는 무츠키, 실내화에 구멍이 나 새로 사야겠다고 말하는 무츠키. 젓가락을 쥐고 있는 무츠키의 손. 단정한 무츠키의 손톱. 무츠키가 읽던 책. K군이 읽던 책. 교복 아래로 보이는 하얀 양말. 눈에 무언가가 들어갔는지 연신 눈을 비비던 그 뒷모습. 머리를 자를 때가 된 K군. 무츠키를 보고 웃는 K군. 나의 존재를 불편해하는 K군. 가볍게 닿는 두 사람의 손등. 일부러 무츠키의 발걸음을 맞춰주는 K군의 발걸음.
토오루는 그런 미츠키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K 오빠가, 없어지면 돼요.”
미츠키는 토오루를 바라보았다. 토오루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돼요. 그러면 언니들은, 예전처럼 지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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