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FLAKE
요모 렌지는, 언젠가 저온 화상으로 얼룩진 누군가의 무릎을 본 적이 있었다. 난로를 너무 오래 쬐고 있었다고, 그 여성은 말했다. 거미줄 같은 실핏줄이 적나라하게 번진 것이 그의 눈에 박히듯 들어왔다. 인간이란 건 그런 건가. 요모는 제 주먹을 몇 번 쥐었다가 펴보았다. 그 주먹에 단단히 박히던 몇 개의 뼛조각과 그럼에도 다시 형형히 눈을 빛내는 동족들을 떠올렸다.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연약한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일까.
요모 렌지는, 그렇다면 자신은 인간을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안테이크의 차임벨이 울렸다. 인간 손님이었다. 카푸치노 둘. 요모 렌지는 커피를 내리며 곁눈으로 그들을 흘긋 바라보았다. 누군가 덧없는 것이 아름답다 말했던가. 요모는 그것을 말한 것도 인간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끓는 물에 손을 데는 일 따위는 겪어본 적이 없었다.
요모에게 있어 덧없는 것은 곧 다치기 쉬운 것이었고 그것은 곧 사라지기 쉬운 것이었다. 비둘기들. 그리고 아리마, 라는 단 하나의 독보적인 비둘기. 그들을 자극하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요모는 쉬운 핑계를 대며 잃어버린 것들을 잊을 수 없었다. 비둘기들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 생전의 동료들을 공격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분명 구울이란 것은 시체를 먹는 존재였다. 하지만 시체를 그렇게 욕보이는 자들은 아니었다. 그런 인간들인 주제에. 요모는 더 이상 인간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살의일 수도 있고, 어쩌면 외로움일 수도 있었다. 구울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까. 요모가 아는 구울 중에서 늙어 죽은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안테이크의 점장이라는 구울이 그 나이가 되도록 살아있는 것은 그가 인간과 가까이 살아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리스크를 껴안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수많은 구울들과 관계하면서도 인간들 사이에서 부대낀다. 요모 렌지는 그만한 구울이 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저는 접대랑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모 군.”
점장의 눈빛은 제법 아팠다. 꿰뚫리는 듯한 감각. 요모는 그런 눈길을 받을 때마다 자신의 낱낱이 까발려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도 이런 눈빛을 가진 사람을 본 것 같은데.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이상한 선글라스를 낀 녀석이었지. 요모 렌지는 그 눈이 제법 불쾌하다고 느꼈으나 그것을 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점장의 눈빛을 오롯이 받았다. 자, 보거라. 당신이 내 안을 봐도 볼 수 있는 것은 없을 테니, 하는 속이었다.
“가게 일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 대신 다른 일을 도와줄 수 있겠나?”
요모 렌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창밖에선 이른 저녁부터 눈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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