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여름이라고 나비는 해바라기 씨가 가득하다는 별로 가버렸다. 나는 예쁘고 쓸모없는 담배를 손에 들고 있었다. 내 자리는 창문 바로 앞에 놓여있는 의자였다. 너를 기다릴 때마다 앉아 있는 자리였고, 때문에 오늘 나는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하늘은 상한 우유를 아주 묽은 농도로 물에 희석시켜 놓은 색깔이었다.

   나비는 햄스터였다. 많은 사람이 나비는 왜 고양이가 아니라 햄스터냐고 물었다. 나비라는 이름은 네가 지은 것이었다. 그것은 한 때 네가 나를 부르는 애칭이었고. 너는 네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에게 나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고 했다. 봄에 데려온 나비는 이제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이름을 잘못 지어준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더 이상 나비가 아니었다.

  너는 두 시간 째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지 않았다. 화장실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귀를 가져다 대보면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러다가 너의 울음을 듣기도 싫고, 듣지 않기도 싫었다. 나는 모르는 척 하고 앉아있고 싶었다.

   내 의자는 푹신하다. 네가 돈을 모아 내게 선물한 것이었다. 내 작은 몸을 폭 감싸 안을 정도로 큰 틀이 부드럽고 약간은 뻣뻣한 천으로 싸여 있는 것이었다. 나는 오트밀 색 쿠션을 사서 의자에 안겨주었다. 그것은 아주 잘 어울렸고 내 맘에 쏙 들었다.

   나는 이 의자에서 너무 오랜 시간동안 너를 기다렸다. 너는 그 어디에도 붙어 있지 못하는 껌딱지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일지도 몰랐다. 더 이상 가치도 없고, 지긋지긋하고 더러운 감상이었다.

   예쁘장한 포장지에 맛이 없는 유명한 담배를 손에 들고 있었다. 나는 담배 맛을 몰랐다. 이전에 얻어 피워 본 담배의 맛은 기억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창문을 조금 열었다. 요즘 나오는 라이터는 불을 붙이기가 너무 쉬웠다.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 끝이 천천히 타들어갔고 나는 긴 숨을 들이켰다. 피울만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담배 한 갑을 모두 태워버렸다.

 

 

 

 

*

산다이바나시 : 우유, 나비, 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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