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닦는 것에 관한 이야기
Y A G I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뱉어왔던 수많은 양치 거품 속의 핏물을 합하면 지금의 나를 두 명쯤은 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퉤, 소리를 내며 입안에 남아있는 아주 작은 거품을 뱉었다. 그 작은 거품에도 선명한 핏물이 들어있었다. 나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양치 컵에 따뜻한 물을 담았고, 오늘도 물이 너무 뜨겁다고 생각하며 입을 헹궜다. 뱉어낸 물에 거품이 섞여 조금씩 자신의 흔적을 잃어가고 있었고 나는 그것이 제법 마음에 들어 일부러 거품을 조준해 물을 뱉었다.
물이 아주 천천히 빠지는 세면대에는 여전히 물이 고여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컵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이번 물도 뜨거웠다. 물의 온도를 맞추는 것은 내가 항상 어려워하는 일이었기에 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고 마지막으로 입을 헹궜다.
계면활성제의 껄끄러운 맛을 느끼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양치를 하고 나면 입이 바싹 말랐다. 다들 그러는지, 아니면 나만 그러는지는 아직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에겐 양치를 하고 나서 목이 마르냐는 질문을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나의 친구들이 말하는 것들은 아주 아름답거나 아주 추악하거나 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사이에서 고작 이를 닦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가 껄끄러워서,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오늘 나는 또 일정 분량의 피를 뱉어냈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분열하고 살아가는 세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나는 그들이 얼른 그들의 활동을 그만두기를 바랐다.
그렇게 죽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그렇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삶이었다.
아, 그래서 이를 닦는 이야기.
이를 닦을 때는 원을 그리듯 닦아야 한다. 어금니의 안쪽까지 닦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혀를 닦을 때는 마찬가지로 원을 그리듯 닦는 것이 좋고, 가끔씩 헛구역질이 나면 나약한 자신을 탓하며 눈물을 닮은 침을 뱉어내면 끝난다. 모든 것이 그렇듯 닦는 것보다 헹구는 것이 중요했고 입안 곳곳에 남은 치약의 흔적을 뱉어내며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뱉어내야 한다. 우리의 피와 살과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들은 그렇게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 우리를 오늘도 살아지게 한다.
고작 양치를 한 것만으로 앞이 축축해진 목이 늘어난 티셔츠는 가만히 두면 건조한 겨울의 공기에 빠싹 마르기 마련이었다. 마지막으로 건조해진 입안에 생수를 채운다. 들이키지 않고 입에 물고 있는 것이 포인트이다. 한동안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삼키면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자신이, 거울도 아닌 어두운 창밖의 풍경에 겹쳐 보인다. 그러면 나는 하얗고 단정한 치아를 보이며, 그곳에 있는 나에게 웃어 보인다.
이렇게 생각보다 복잡한 이를 닦는 행위가 매일 밤 시작되고 매일 밤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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