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위에서
Y A G I
나는 지금 내가 너를 죽인 무덤 위에 서 있다.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너는 한두 번 죽은 것도 아니고, 나 역시 너를 한두 번 죽인 것도 아니다. 네가 죽는 방식은 단순했다. 나는 너의 목을 졸랐고 너는 단 한 순간의 반항도 없이 축 늘어졌다. 그러면 나는 너를 바로 이곳에 묻는다.
이곳은 그렇게 특별한 곳은 아니다. 고라니가 뛰어다닌다는, 그리고 가끔씩은 멧돼지가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학교 뒤편의 얕은 언덕이다. 이곳에는 너의 것이 아닌 수많은 무덤이 있다. 누구 말로는 이곳에서 귀신이 나온다고 했다. 어쩌면 그 귀신은 나일지도 몰랐다. 수없이 너를 죽이고 묻는 과정을 반복하는 게, 귀신이 아니고서야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어쩌면 너도 나를 이렇게 죽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이 손끝에서부터 정전기가 일어나듯 내 팔을 타고 오른다.
차라리 그래 줬으면 좋겠어. 내가 너를 증오하는 만큼 너도 나를 증오했으면 좋겠어. 서로의 증오가 그 증오의 이유가 되었으면 좋겠어.
사실 너를 죽이는 것보다 너를 아예 떠올리지 않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너를 그렇게 다루는 것이 훨씬 더 깔끔하고, 아프지 않은 방법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또 너를 죽인다. 어쩌면 나는 너를 미워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끔찍한 생각이지만.
언젠가 꿈에서 너를 죽인 적이 있었다. 교차로였다. 땡땡 소리가 울리면 안전 바가 내려가고 곧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차가 한참 동안 지나가는,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런 교차로였다. 너와 나는 기찻길을 두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너는 웃고 있었고 아마 나도 웃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위험을 알리는 붉은 벨이 울렸다. 우리는 동시에 안전 바를 넘었다. 멀리서 기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 앞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죽이고 싶었고 그만큼 사랑받고 싶었다.
기차가 눈앞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꿈에서 깼다. 불쾌한 꿈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너를 두 번 죽였다. 유령이 나온다는 무덤가에서 뼈를 포함한 어떤 잔해도 남지 않은 장례식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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