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너는 태연하게 너다운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나도 너를 사랑해 하고 말했다. 나도 너를 사랑해. 그 말을 얼마나 듣고 싶었던가. 하지만 너의 사랑과 나의 사랑의 결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저 너를 따라 기본으로 제공되는 이모티콘에서 적당한 것을 하나 골라 네게 보내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런 밤들이었다.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받지만 결국 내 안에서는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는 그런 밤들. 이것이 네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였다면 아마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에게 오해를 하다가 결국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겠지. 하지만 현실은 영화도 아니었고 이것은 너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더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질투심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결과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사랑해서 죽어버리거나 죽여버리고 누군가는 사라져버리고. 그 결과가 어떻든 어떻게든 그 감저이 끝이 난다는 것이 나는 부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고 다양한 너의 이모티콘 중 하나를 선물받는 것뿐인데. 나는 너를 사랑하지도 못하고 사랑해서 죽어버리거나 너를 죽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너에게서 훌쩍 떠나버리지도 못하는데.
나는 그 사실이 억울해서 아주 조금의 눈물을 흘렸을 때도 있었다. 너는 모르는 나의 눈물이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매일같이 내일의 너와 마주하기를 두려워했다. 혹시 실수라도 해버려서 내 감정을 털어놓을까봐. 그래도 너는, 활짝 웃으며 나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겠지만. 너는 눈치가 없는 아이였고 나는 그것이 항상 좋기도, 싫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모습까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은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나는 오늘도 너를 상상한다. 상상 속의 너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그려진 얼굴이 없다. 지금이라도 얼굴을 그리자면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너의 얼굴이 없는 것은 내가 네 얼굴을 그리기를 주저했기 때문이었다.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의 얼굴을 정말로 똑같이 그릴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상상과 현실의 괴리에 더 괴로워할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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