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에는 분명히 시계가 없는데도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렸다. 불면의 밤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불면에는 항상 시계 초침 소리가 있었다. , , , , 하고 내 심박과 맞지 않는 울림에 내 심장이 뛰었다. 그러면 나의 불면은 더욱 더 깊어져 갔다. 그럴수록 소리는 커졌고, 그제야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면 벌써 초침 소리와 동화된 내 심장 소리가 들렸다. 내 기억 속 평생은 그런 불면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긋지긋하지도 않는지.

   나는 어두운 시선을 공기 중의 어딘가에 두고 멍하니 그 소리를 들었다. 나는 양 대신 초침 소리를 속으로 세었다. , 하나. , . , . 언제까지 이것을 셀 수 있을까. 사실 나는 마흔 이후의 숫자는 잘 세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마흔이 넘어가면 다시 하나부터 시작해야할까. 그때까지 나의 잠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으니.

   그러고 보면 밤은 항상 고요히 흘러갔고 나의 삶은 이런 사소한 소음들로 채워져 있었다. 내가 놓아버린 수많은 것들과 내가 잃어버린 수많은 것들. 그러고 보면 누군가 그렇게 말했지.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게 된다고. 초침 소리가 마흔에 닿았다. 나는 다시 하나부터 소리를 세어가기 시작했다. 잃어버렸음에도 내가 아직 인지하고 있지 못한 잃어버림이 내게는 얼마나 있을까. 내가 센 초침의 숫자만큼 존재할까. 나는 고작 마흔까지 밖에 세지 못하는 인간인데. 분명히 나는 마흔 개 이상의 무언가를 내게서 놓아버렸고 마흔 개 이상의 무언가를 잃어버렸겠지.

   내가 알지 못하는, 더는 내게 없는 무언가. 나는 몸을 웅크렸다. 초침은 어느새 서른을 넘어가고 있었다.

   내 것이 아니라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것들을, 떠오르지도 않는 것들을 공연히 떠올리는 밤이었다. 나의 불면은 곧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런 무의미의 반복 속에서 나는 눈을 뜨고 있었다.

   마흔.

   나는 거기까지만 숫자를 세고 더 이상 시계 소리를 세지 않았다. 초침을 세면 셀수록, 내가 잃어버린 마흔 이후의 숫자들이 자꾸 나를 찌르는 것만 같아서 그랬다. 나는 멍하니 공중을 바라보고 있던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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