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모가 죽었다는 설정 #연성교환용 글
죽음을 복기하는 법
Y A G I
For. 이나링
CLOSED.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문을 닫은 헬터 스켈터의 안에는 우타와 이토리가 나란히 바에 앉아있었다. 이토리는 오른손의 끝으로 와인 잔의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깊은 침묵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우타였다.
“걔는 꼭 우리가 친구가 아니라고 그랬지. 친구라곤 우리밖에 없었으면서.”
그 말에 이토리가 작게 웃었다. 맞아. 걔는 항상 그랬어.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없는 요모를 떠올리고 있었다. 시체조차 회수하지 못한 그를, 그가 없는 곳에서 기억해내고 있었다. 차라리 기억해 내는 것조차 희미하면 좋겠는데, 또렷하게 기억이 나 도리어 더 괴로운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뭐라고 한마디 보탤 것 같네, 우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혈주를 한 모금 목 뒤로 넘겼다. 이토리의 작고 나긋한 목소리가 우타의 귀로 흘러들었다.
“그래도 행복했겠지, 렌지.”
“마지막에 우리를 떠올렸을까?”
“그러게. 우 씨는 어땠으면 좋겠어?”
“모르겠어. 마지막까지 기억되는 건 좋은데, 그러면 걔가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할 것 같아서.”
“나도 마찬가지야.”
정적이었다. 세 사람은 종종 이런 정적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들은 별 대화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사이였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어느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그런 관계. 오래 알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모 하나가 없는 상태에서의 정적은 버티기 힘들었다. 자꾸 요모의 마지막이 우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친구로서 하는 말인데, 이번에는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우타는 그 말로 요모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냈다. 아니 어쩌면 그 상태의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계에서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게 맞을지도. 저쪽의 세계에 존재하는 죽음만이 그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어렵구나.”
우타가 속삭이듯 말했다. 정말로 어려웠다. 하지만 무엇이 어려우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답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어려웠다. 그의 죽음을 복기할 수밖에 없는 것도 어려웠고, 그가 없는 지금 이 상황도 어려웠고, 이름을 지어줄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버텨내는 것도 어려웠다.
우타는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영 즐겁지 못했다.
“이렇게 버텨내기 힘들 줄은 몰랐는데.”
“우 씨, 술에 물 들어가면 술맛 떨어져.”
“알고 있어. 알고 있는데.”
우타의 목소리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우타는 떨어지는 눈물방울들을 닦아내지 않았다. 그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미끄러지듯 잔 속의 핏물에 섞여들었다. 우타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그의 속눈썹에 맺힌 눈물이 때를 놓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오늘 일은 다른 사람에겐 비밀로 해 줘.”
“알았어. 못 본 거로 해줄 테니까.”
이토리의 목소리도 우타와 비슷하긴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른척하며 서로의 술을 삼켰다.
“오늘은 술맛이 없네, 나도.”
“이런 날에 술이 맛있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취하기도 힘들어, 이런 날은.”
“그래도 취해야지. 그렇게 버텨야지.”
두 사람의 잔이 마주치는 소리가 깜깜한 가게를 나지막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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