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KISS

 

Y A G I

 

 

우타는 처음 그를 봤을 때 그가 참 딱하다고 생각했다.

그 소년은 제 몸보다 훨씬 더 커다란 우리에 갇혀 쓰러지듯 엎드려 있었다. 그는 철로 된 바닥을 몇 번이나 손톱으로 긁었는지, 손끝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바보같이. 그래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은 자기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꼭 힘을 뺀단 말이지. 우타는 입으로 쯧쯧 소리를 내며 그를 불렀다. 소년이 목구멍을 울려 으르렁거렸다. 엉망으로 엉킨 회색 머리 아래에 같은 색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타는 그의 눈동자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아주 약간 놀라움을 느꼈다.

그는 우타에게 달려들었다. 우타는 익숙한 듯 몸을 두어 발자국 뒤로 물렸다. 철창에 매달려 으르렁거리는 그를 보며 우타는 그저 그의 이빨이 날카롭구나, 하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소년은 예부터 발견하기 힘든 백호 인수였다. 그러니 포획되어 여기까지 굴러들어온 것이겠지만. 우타는 손을 뻗어 마치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를 다루듯 그의 콧잔등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면 소년은 손톱을 뻗어 우타의 살점을 조금이라도 긁어내려고 애썼다.

한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해서 상태나 보러 왔더니 아직 멀쩡해 보이네.”

우타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철창 안의 소년과는 다르게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조금 더 힘이 빠지면 다시 찾아올게. 소년은 철창을 붙잡은 채 멀어지는 우타의 뒷모습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소년은 이곳에서 빠져나갈 생각 따위는 사실 하지 않고 있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희귀한 인수나 수인들을 잡아다가 옥션에 파는 악질 중의 악질들. 그는 무대 위에서 자신이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서 거래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미래가 기다릴 바에는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리는 게 나았다.

소년은 다시 철창의 한가운데로 걸어가 몸을 웅크렸다.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는 소년을 다시 찾아온다고 말했다. 소년은 그때는 반드시 그의 목을 물어뜯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지하의 차가운 조명 아래에서 며칠 동안이나 식음을 거부했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머리가 윙윙 도는 것만 같아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이대로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 왜 그 남자가 떠올랐는지는 그도 모를 일이었다. 죽이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일까, 아니면 다시 오겠다는 말이 생각보다 그의 기억에 각인된 걸까.

소년은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게 자신을 팔아넘기려고 하는 사람이라니. 기운이 없는 와중에도 헛웃음이 났다. 소년은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놀랍게도 눈앞에 그 남자가 있었다. 소년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남자는 소년의 어깨를 눌러 그것을 제지했다. 그다지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지만 소년에게는 겨우 그 정도의 힘을 버틸만한 기운 같은 건 없었다.

고집이 센 아이구나.”

우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조심스레 소년의 한쪽 뺨을 쓰다듬었다. 아직은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는 부드러운 살결이었다.

죽고 싶겠지만, 너를 죽게 둘 수는 없어. 나도 내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미안하게 됐어, 하고 우타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묘한 진심이 묻어있었다. 소년은 툭툭 끊기는 생각을 이어붙이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우타는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소년에게 입을 맞췄다.

그 입맞춤은 눅눅했다. 우타는 천천히 머금고 있던 물을 소년에게 넘겨주었다. 그는 우타의 키스를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목을 껴안아 조금 더 그에게 가까이 붙었다. 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우타는 입술을 떼어내며 살며시 눈을 떠 소년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머지는 직접 마셔.”

우타는 소년의 곁에 물병을 놓고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소년은 비척비척 일어나 앉아 멀뚱히 물병을 바라보았다. 우타는 그런 소년을 보고 웃음기가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마실 거야? 아니면 또 키스해 주기를 바라는 거야?”

우타의 말에 소년은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우타는 철창에 등을 기대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우타에게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소년은 우타의 작은 손바닥으로 우타의 뺨을 감쌌다. 우타는 그의 그런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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