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

 

Y A G I

 

 

죽음은 어째서 사랑과 가까이 붙어있나. 한손으로 턱을 괸 채 먼 곳을 바라보았다.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던 밤의 기운이 새파란 새벽 공기에 밀려 사라지고 있을 때였다. 밤을 샜지만 머리는 맑았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에, 너를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뜨거운 물로 몸을 씻었다. 물줄기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대규모 전투가 예정되어 있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그 중에 나 자신도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 따위가 아니었다. 우리에 쿠키. 그 한 인물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러며 나는 다시 한 번 더, 어째서 죽음과 사랑은, 특히 욕정은 함께 오는 것인지를 고민했다. 인간이란 죽기 전에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들어진 생물인 걸까, 아니면 그 대상이 우리에이기 때문에 이러는 걸까.

샤워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 평소처럼 멀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머리를 정리했다. 그러나 거울에 비치는 것은 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우리에 네가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너의 상처는 참으로 아름답다. 이것은 비단 네 육체적인 상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아마도 너는 필사적으로 부정할 어떠한 의식들까지도 아름다웠다. 평소라면 내가 거들떠보지도 않을 생각들이었지만 그것이 네게 존재하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너는 상처마저 아름다웠다. 나는 너의 비열한 상처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감정이 사랑이 맞기는 하겠지. 나는 가끔 그것이 불안했다. 사랑 따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그런 감정은 업무에 불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완전히 배재해 두었다. 그런 내 삶에 네가 들어왔다. 이런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우리에 너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다.

발걸음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의식이 향하고 있는 것은 전장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장은 전장이지만, 그곳의 전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싸우고 있을 우리에를 보고 있었다. 너의 손끝과 그 끝에서 시뻘건 피를 흘리며 구축될 구울들을 보고 있었다.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이 더해진 모습. 그 이상의 아름다움이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을까.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투 때는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심장을 차게 유지해야만 했다.

아마 우리에 네가 이번 전투에서 죽는다면 나는 몹시 슬플 터였다. 그러나 동시에 너의 죽음에 도취될 것이었다. 아름다운 시절의 너를 그리워하며 나는 또다시 너를 욕정할 것이다.

우리에 네가 만약 죽지 않는다면, 나는.

나는 어쩌면 좋을까. 이 욕정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희미한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내가 파악할 수 없는 미래는 항상 두려움과 함께 있었다. 그렇다. 너는 아름다운 두려움이었다.

너 자체를 파악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너는 의외로 꿰뚫어 보기 쉬운 타입의 인간이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너 자체라기보다는 네가 내게 불러온 감정들이었다. 그래, 어쩌면 나는 나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를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면 또 어떠랴. 이미 상황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곳까지 도달했는데.

작전 개시.

내 입에서 떨어지는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너를 생각했다. 살아있는 너도, 죽은 너도 아닌 내 곁에서 내 욕망을 받아주는 너를 생각했다. 전투에 앞서 너무 부정한 생각이었나. 나는 길게 숨을 내뱉으며 생각을 멈췄다. 다만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아름다운 너의 모습을 한 번 더 눈꺼풀 뒤에 그려보았다.

아무래도 아직 너를 완전히 버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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