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모 생일 축전으로 쓰려던 글

 

 

이제는.

 

Y A G I

 

 

 

  1

 

 

너는 태어난 걸 후회하지 않아?”

요모의 말에 우타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시선을 요모에게 돌렸다. 그런 말을 해놓고 요모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타는 반쯤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곤 요모를 바라보고 누웠다. 요모는 눈을 내리깔곤 나른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데?”

너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

후회라. 우타는 흐린 시선을 천장의 어딘가에 두었다. 요모는 참을성 있게 우타의 다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염색한 것이 분명한, 우타의 노란빛 머리카락이 그의 어깨 위에서 한 번 흔들렸다가 가라앉았다.

별로. 후회라거나,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

그래.”

질문에 비해 대답은 꽤 담백했다. 우타는 호기심이 담뿍 묻은 미소를 얼굴에 띄운 채 다시 요모를 바라보았다. 요모는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우타를 대했지만 으레 있는 일이기에 우타도 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도리어 우타는 그 굳을 얼굴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우타를 제외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표정이란 게 존재하는 얼굴이었으니까. 우타는 손을 뻗어 요모의 벗은 어깨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요모는 그 손의 온도에 살짝 몸을 움츠리면서도 그의 손을 받아내었다.

우타는 사뭇 다정한 목소리로 요모에게 말을 건넸다.

렌지는 후회해?”

모르겠어.”

즉답이었다. 확실히 요모의 속에서 많이 숙성된 질문인 모양이었다. 태어난 걸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 요모는 그 질문을 제 속에서 얼마나 굴린 후에 물어본 것일까.

어떻든, 렌지 생일 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생일이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괜히 생각하게 되잖아. 우타는 요모의 말에 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못 하게 해줄까?”

뭐야.”

생일 선물.”

우타는 그렇게 말하며 요모의 위에 올라탔다. 그의 따뜻한 입술이 요모의 몸 곳곳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요모는 그런 우타를 밀어내지 않았다. 확실히, 아무 생각 안 들게 만들어 주긴 하지. 우타의 손끝이 제 허리를 쓸어내리는 것을 느끼며 요모는 우타의 목을 껴안았다.

생일이라고 해서 평소와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기분의 차이, 같은 애매한 말도 없었다. 그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는 느낌, 그리고 그것을 채우는 낯설지 않은 욕망. 그런 것들만이 요모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우타의 마른 어깨를 껴안고 모든 것을 쏟아냈을 때, 요모의 머릿속엔 다시 한 번 더 그 질문이 떠올랐다. 너는, 과연 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가.

 

 

2

 

예전에 그런 말 했던 거 기억나?”

지금의 우타는 담배 같은 것은 피우지 않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짧은 일탈이라고 했던가. 대신에 그는 침대에 엎드려 천장을 바라보고 새된 숨을 내뱉고 있는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의 질문에 요모는 눈동자만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우타는 싱긋 웃어보였다. 뭐가 그렇게 마냥 좋은 건지. 다음부턴 포지션을 바꾸자고 해야겠어. 요모는 우타에게 몇 번이나 물려 약간은 쓰라린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떤 말?”

태어난 걸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

요모는 아, 하고 짧은 탄성을 뱉으며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 요모의 기억이 맞다면 그때도 자신의 생일이었을 것이었다. 우타는 손을 뻗어 요모의 손끝과 자신의 손끝을 맞대었다.

지금은 어때?”

글쎄…….”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뜻일까. 우타는 요모에게로 몸을 가까이 붙이며 말했다.

내가 있는데도 후회가 돼?”

무슨 상관이야, 그건.”

뻣뻣하다니까, 렌지는.”

우타의 목소리는 나긋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다지 불만스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우타가 있으면, 된 건가. 요모는 포지션을 바꾸지는 말도 잊고 제 위로 타고올라오는 우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모는 자연스레 제게 입을 맞추려 드는 우타의 얼굴을 밀어내었다. 우타는 한쪽 눈썹을 밀어올리며 의문스러움을 표했다. 요모의 표정은 어딘가 굳어있었다. 싫은건가, 하고 우타가 생각할 때, 요모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며 신중하나 아주 무겁지는 않은 말을 뱉어냈다.

후회하지 않아.”

그럼 됐어.”

요모의 말에 우타가 픽 웃었다. 곧이어 우타의 입술이 요모의 입술에 닿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목덜미를 껴안으며, 후회하지 않는다는 요모의 말을 되뇌고 있었다.정말로 그럼 됐다. 렌지 네가 더는 살아남은 걸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걸로 우타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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