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AU  #담배 언급 있음

 

 

열감

 

Y A G I

 

 

여름의 열기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잡아먹고 있었다. 우타는 옥상의 좁은 그늘에 몸을 피하고 있었다. 그의 손끝에 걸려있는 담배에서 하얀 연기가 느리게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옥상의 문이 열리는 순간, 우타는 일순 당황해서 가볍게 손을 떨었고, 그 탓에 쌓여가던 담뱃재가 회색 페인트가 발린 옥상 바닥에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보던 요모는 자신이 열고 들어온 옥상의 무거운 문을 밀어 닫았다.

여긴 어쩐 일이야?”

왠지 옥상에 네가 있을 것 같아서.”

소위 말하는 촉, 같은 거야?”

.”

우타는 다시 입술로 담배를 가져갔다. 요모는 문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어디선가 갑자기 매미들이 악을 써대는 소리가 들렸다. 우타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매캐한 연기의 맛이 우타의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며 우타는 요모를 흘긋 바라보았다. 요모의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해있었다.

의외로 아무 말도 안 하네.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방과 후니까.”

담배, 피울래?”

우타의 말에 요모는 그를 잠시 멀뚱히 바라보다가 응, 하는 소리를 내며 손을 내밀었다. 우타는 선선히 요모에게 담배 한 대를 건넸다. 요모는 아주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담배를 입에 물었고, 곧 불을 붙여달라는 듯 우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우타는 라이터를 켜 내밀었다. 작은 불꽃의 열기가 우타의 손끝을 매섭게 적셨다.

담배 피워봤어?”

몇 번.”

안 그렇게 생겼는데.”

사람은 겉으로 봐선 모르는 거니까.”

요모는 담배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우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수긍했다.

하긴, 그건 그렇지.”

한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않고 담배만을 태웠다. 아마도 여러 운동부 중 하나가 운동장에서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쟤들은 덥지도 않나. 우타는 중얼거리듯 말하며 요모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나 요모의 시선은 여전히 우타가 알 수 없는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거기 뭐라도 있어?”

결국 우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요모에게 물었다. 요모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약간은 멍한 눈빛으로 우타를 돌아보았다. 우타는 방금까지 요모의 시선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도 없는 파란 하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그런데 왜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

그냥. 할 것도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요모는 다시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우타는 거의 필터 근처까지 온 담뱃불을 바닥에 비벼 끄곤 담배를 한 대 더 꺼내 물었다. 우타는 불은 붙이지 않은 채 담배 필터만을 앞니로 가볍게 씹다가, 다시 요모에게 말을 붙였다.

넌 집에 안 가?”

가봤자 할 것도 없어.”

나도 그래.”

우타는 묻지도 않은 것에 답하며 요모에게 슬쩍 몸을 기대었다. 희미한 땀 냄새와 짙은 담배 냄새가 우타의 코끝을 스쳤다. 요모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는 어딘가 달큰한 감각이 있었다.

비슷하구나, 우리.”

아마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을 거야.”

거리 두는 거야?”

딱히.”

그 말에 우타는 멀겋게 웃었다. 요모는 가볍게 고개를 돌려 우타의 하얀 이마를 보다가 반쯤 남은 담배를 껐다.

맛없다, 이거.”

빌려 피우는 입장에서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야?”

우타는 웃음기가 서려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요모는 흠, 하고 숨을 뱉더니 눈을 깜빡이며 답했다.

안될 건 없지.”

그렇네. 안될 건 없지만.”

우타는 말을 이으려다 말고 멀뚱히 요모를 바라보았다. 요모가 우타가 기대고 있던 어깨를 빼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에 우타는 무어라 말을 하려 했으나 그는 더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햇빛에 젖은 요모의 입술은 따뜻하다기보다는 뜨거운 것에 훨씬 더 가까웠다. 여름에 걸맞은 온도라고 생각하며, 우타는 요모의 목덜미를 껴안았다. 두 사람의 입안에서 담배의 향이 지워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남은 것은 열감뿐이었고, 우타는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난 좀 더 맛있는 게 좋아.”

나도 그래.”

잠시 가라앉았던 매미의 울음이 다시 소란스레 공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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