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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피

 

Y A G I

 

  렌지. 너를 위한 촛불을 켰어.

  스테인드글라스. 십자가. 성당. 그 모든 것들을 싫어하는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야. 렌지 너를 위한 촛불을 켜고, 아마도 마지막일 너의 생각을 하고 싶어서. 너의 생각을 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란 건 언제나 특별한 일이니까.

  있잖아, 렌지. 우리 같은 거짓말쟁이의 피는 다른 사람들의 그것보다 훨씬 진하고 질겨. 태어나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삼키고 감내해야만 했던 거짓말쟁이의 피……. 마치 구울의 피와도 같은 그것……. 구울의 피와 거짓말쟁이의 피 둘 다를 품고 태어난 나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어. 렌지도 아마 알고 있겠지. 렌지는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쏟고 있는 사람이니까.

  렌지 너는 내 숱한 거짓말 중에 얼마를 믿었고 얼마를 믿지 않았어? 이 질문을 네 얼굴을 보면서 하는 것이 아닌, 성당의 거대한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달빛을 보며 하고 있다는 것이 퍽 유감이야. 마지막이니 직접 너에게 물어도 좋을 텐데, 그럴만한 용기가 내게는 없어서.

  모든 거짓말을 다 믿어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그렇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어. 렌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내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단 걸 누군가 깨닫는 건 지독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것조차 렌지라면 괜찮을 것 같아.

  렌지, 지금부터 나는 너를 죽이러 갈 거야. 사실은 너를 죽이기보다는 네 손에 죽고 싶은 마음이 커. 하지만 내가 너를 죽일 각오로 네게 가지 않는다면 너는 나를 죽이려 들지 않겠지. 어쨌든 우리의 유예되었던 싸움이 드디어 끝날 때가 온 거야. 살아남은 누군가의 싸움은 계속되긴 하겠지만, 그건 살아남은 사람의 몫이니까. 지금 미리 애쓰고 고민해봤자 아무 소용없겠지.

  역시 나는 아버지를 너무 닮아버렸나 봐. 사랑하는 존재를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고 있는 게 아주 똑같아. 어쩌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지 못했던 것을 갈망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아버지의 성격과 닮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나는 그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너에게 갈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나는 네게 얼마나 기대고 있던 것일까. 너는 그 숱한 시간 속에서 얼마나 나를 견디고 있었을까.

 

  모든 것을 고백하자면.

 렌지, 나는 너를 죽이고 싶었고, 너를 사랑했고,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는 성경 구절에도 마음이 흔들리곤 했어. 렌지, 나는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십자가를 믿을 거야. 네가 내 이런 마음을 알아채지 않게 해달라고, 내가 끔찍이 싫어하는 그 신에게 빌어볼 거야.

  렌지, 너를 위해 켠 촛불은 끄지 않을게. 이 촛불을 네가 직접 끌 수 있기를 빌며, 나는 이제 너를 만나러 갈 거야.

 

 

 

 

넘 간만의 우타요모라 손풀기로 짧게 ㅜㅡㅜ 앞으로 다시 우타요모라이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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