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모가 죽었다는 설정  #연성교환용 글

 

 

죽음을 복기하는 법

 

Y A G I

For. 이나링

 

CLOSED.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문을 닫은 헬터 스켈터의 안에는 우타와 이토리가 나란히 바에 앉아있었다. 이토리는 오른손의 끝으로 와인 잔의 가장자리를 매만졌다. 깊은 침묵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우타였다.

걔는 꼭 우리가 친구가 아니라고 그랬지. 친구라곤 우리밖에 없었으면서.”

그 말에 이토리가 작게 웃었다. 맞아. 걔는 항상 그랬어.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없는 요모를 떠올리고 있었다. 시체조차 회수하지 못한 그를, 그가 없는 곳에서 기억해내고 있었다. 차라리 기억해 내는 것조차 희미하면 좋겠는데, 또렷하게 기억이 나 도리어 더 괴로운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뭐라고 한마디 보탤 것 같네, 우타는 그렇게 생각하며 혈주를 한 모금 목 뒤로 넘겼다. 이토리의 작고 나긋한 목소리가 우타의 귀로 흘러들었다.

그래도 행복했겠지, 렌지.”

마지막에 우리를 떠올렸을까?”

그러게. 우 씨는 어땠으면 좋겠어?”

모르겠어. 마지막까지 기억되는 건 좋은데, 그러면 걔가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할 것 같아서.”

나도 마찬가지야.”

정적이었다. 세 사람은 종종 이런 정적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들은 별 대화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사이였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어느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그런 관계. 오래 알아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모 하나가 없는 상태에서의 정적은 버티기 힘들었다. 자꾸 요모의 마지막이 우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친구로서 하는 말인데, 이번에는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우타는 그 말로 요모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냈다. 아니 어쩌면 그 상태의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계에서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게 맞을지도. 저쪽의 세계에 존재하는 죽음만이 그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어렵구나.”

우타가 속삭이듯 말했다. 정말로 어려웠다. 하지만 무엇이 어려우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답하기는 힘들었다. 그냥 어려웠다. 그의 죽음을 복기할 수밖에 없는 것도 어려웠고, 그가 없는 지금 이 상황도 어려웠고, 이름을 지어줄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버텨내는 것도 어려웠다.

우타는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영 즐겁지 못했다.

이렇게 버텨내기 힘들 줄은 몰랐는데.”

우 씨, 술에 물 들어가면 술맛 떨어져.”

알고 있어. 알고 있는데.”

우타의 목소리는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우타는 떨어지는 눈물방울들을 닦아내지 않았다. 그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미끄러지듯 잔 속의 핏물에 섞여들었다. 우타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그의 속눈썹에 맺힌 눈물이 때를 놓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오늘 일은 다른 사람에겐 비밀로 해 줘.”

알았어. 못 본 거로 해줄 테니까.”

이토리의 목소리도 우타와 비슷하긴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른척하며 서로의 술을 삼켰다.

오늘은 술맛이 없네, 나도.”

이런 날에 술이 맛있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취하기도 힘들어, 이런 날은.”

그래도 취해야지. 그렇게 버텨야지.”

두 사람의 잔이 마주치는 소리가 깜깜한 가게를 나지막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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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구울 전력 60분 : 돌담길  # 고교생 AU

 

 

 

상승기류

 

Y A G I

 

커다란 눈송이가 하늘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요모는 눈을 끔뻑이며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색빛 하늘이 세상을 낮게 가리고 있었다. 요모는 슬쩍 눈을 돌려 우타를 바라보았다. 날씨가 제법 추워졌지만 우타는 여전히 교복 앞섶을 풀어헤친 채 다니고 있었다. 춥지도 않은지. 요모는 하얀 숨결을 뱉으며 생각했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요모도 우타도 둘 다 딱히 어떤 동아리에 들지 않아 두 사람의 하교는 항상 남들보다 빨랐다. 요모는 한산한 하굣길을 좋아했다. 우타의 집으로 가는 길의 중간에 있는, 요모보다 키가 아주 조금 더 큰 돌담길에 하얗게 눈이 쌓이고 있었다.

, 그거 알아?”

어떤 거?”

가만히 쌓인 눈을 바라보고 있던 우타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요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요모는 조용히 우타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재미있는 게 생각난 모양인지, 우타의 표정에는 그 특유의 미소가 만연하게 퍼져있었다.

어느 나라에서는, 돌탑을 쌓으면서 소원을 빈대.”

그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거지.”

요모는 흠. 소리를 냈다. 사실 소원이고 어쩌고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동하지 않았다. 그저 요모는 별 이유를 대지 않고도 우타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을 뿐이었다. 아무런 의심을 사지 않고 얼굴을 이렇게 마주 보고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흔치 않았다.

우타가 사는 곳과 요모가 사는 곳이 정반대에 있음에도, 요모가 그것을 숨기고 우타와 함께 하교를 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면, 그 얼굴을 볼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니까.

왜 하필이면 돌탑일까.”

쌓는 데 공을 들여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런가, 하고 우타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요모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며 평소보다 조금 더 톤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렌지도 해볼래?”

너는?”

좋아. 누가 더 잘 쌓나 내기하는 거야.”

요모는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주위에 있는 돌을 최대한 쌓아서 탑을 쌓았지만, 애초에 이런 길에 돌탑을 쌓을 만한 돌이 많을 리가 없었다. 때문에 그들의 돌탑은 낮고 어딘가 허술해 보였다. 우타는 그것들을 보며 맑게 웃었다. 내리는 눈과 비슷한 느낌의 웃음이었다.

둘 다 별거 없네.”

이래서는 소원 들어주러 오다가도 가버리겠다.”

그건 좀 싫은데. 우타의 말에 요모는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비록 결과물은 이래도 나름 열심히 쌓은 건데. 그래서 요모는 갑자기 자신이 쌓은 돌탑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것이 문득 우타를 향한 자신의 마음에 겹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집에나 가자.”

.”

두 사람은 미련 없이 다시 발을 옮겼다. 아까보다 조금 더 엷게 쌓인 눈이 두 사람의 발아래에서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렌지는 무슨 소원 빌었어?”

그런 건 원래 말 안 하는 거잖아.”

그래도. 소원이 이뤄질지도 모르잖아.”

요모는 잠시 우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잔뜩 호기심이 동한 표정이었다. 요모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말 안 할래.”

그럼 나도 내 소원 말 안 해줄 거야.”

그러시던지.”

아쉽긴 했지만 우타의 소원을 듣는 대가가 자신의 소원을 말하는 것이라면, 요모는 과감히 그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 우타는 자신이 우타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건데, 어떻게 그 소원을 말할 수 있을까. 요모는 자신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을 느꼈다. 괜히 그 소원이 이뤄지는 상상을 해서 그랬다.

공연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 요모는 우타의 집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얼른 나오기를 빌었다. 요모는 발갛게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을 그저 추위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우타가 생각해주기를 바랐다.

나는 이쪽으로 갈게.”

, 잠깐만.”

두 사람은 평소처럼 갈림길에 서서 인사를 나누려 했다. 우타가 요모를 잡지만 않았더라도 요모는 우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이 가지 않을 골목의 입구에 서서 아주 잠깐의 시간을 보내고 둘이 함께 걸었던 돌담길을 혼자서 되돌아 걸으며 우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복기하려고 했다.

우타가 요모의 뺨에 입을 맞추지만 않았더라도 아마 요모는 평소처럼 그렇게 우타를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을 터였다. 요모의 차가운 뺨에 닿는 우타의 입술은 생각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요모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아버렸다.

, 하고 우타의 입술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그 찰나의 순간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 것만 같았다. 우타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요모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 쉬운 소원은 빌지 말았어야지. 모처럼의 기회였는데.”

내 소원, 그게 아니었는데…….”

진짜? 그럼 뭐였는데?”

잡는 거.”

요모의 말에 우타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요모는 괜히 고개를 돌려 우타를 바라보지 않았다. 진짜, 너무하다니까. 우타는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너무 쉬운 소원이잖아 그건.”

내 소원 말했으니까. 우타 네 소원도 말해줘.”

요모는 괜히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요모는 자신의 심장이 또 눈치 없이 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타가 자신과 비슷한 소원을 빌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요모는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우타는 일부러 뜸을 들이다 소중한 것을 말하는 것처럼 요모의 귓가에 손을 대고 작게 자신의 소원을 속삭였다.

렌이 사는 쪽으로 하교하는 거.”

알고 있었어?”

. 꽤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왜 지금까지 얘기를 안 해 준거지. 요모는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자신이 꼭꼭 감춰두고 싶었던 걸 제일 찾지 말아줬으면 하는 사람이 찾아버린 게, 괜히 신경에 걸렸다.

우타, 너는 눈치가 너무 빨라.”

그래서 싫어?”

아주, 아주, 아주 조금.”

렌지가 좋아서 렌지 한정으로 눈치가 빠른 건데.”

요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떨어지는 눈을 맞으며 우타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싫어?”

……아니.”

역시 렌지는 좋다니까.”

우타가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요모가 좋아하는 우타의 모습이었다. 하기사 싫어하는 모습이 존재할 수 있을 리도 없었지만. 요모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우타는 요모에게 한 발짝 다가가 아까와는 반대쪽 뺨에 입술을 맞댔다.

이건 서비스야.”

요모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우타의 입술이 닿은 곳이 어쩐지 간질간질한 것만 같아 요모는 손끝으로 그곳을 만지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써야만 했다.

내일은 손잡고, 렌지 집 쪽으로 가는 거야.”

.”

잘 가, 렌지. 내일 봐.”

우타.”

?”

이번에는 요모가 우타를 불러 세웠다. 우타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요모를 바라보았다.

   “내일도해 줘.”

   “뭐를?”

   요모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우타가 꽤나 즐겁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알았어. 더 장난 안 칠게. 내일도 해줄 거니까. 기대하고 있어, .”

   요모는 우타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얀 눈에 가려 우타가 사라졌을 때 요모는 그제야 우타가 입을 맞췄던 자리를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어째서인지 아직까지도 그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서, 요모의 심장이 또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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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13권의 이야기  #진단메이커

 

 

너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Y A G I

 

   삶의 바닥에 닿았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란 게 있었다. 요모 렌지는 발을 우뚝 멈췄다. 갖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감각이 요모의 신경을 거칠게 찔러대고 있었다.

   “우타.”

   “역시 렌지구나.”

   그림자 속에서 우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항상 그렇듯 이 상황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태연한 미소였다. 요모 렌지는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피에로의 방향과 목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요모의 눈앞에 있는 우타는, 그의 오랜 친구인 우타가 아니라 피에로라는 조직에 속해있는 우타라는 구울이었다.

   “켄을 따라가야겠어.”

   “당연히 안 되는 거, 알지?”

   카네키 역시 삶의 바닥에 닿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요모는 그런 그의 직감을 믿고 그를 식량조에서 이탈할 수 있게 도왔던 것이었다. 요모가 카네키의 일부러 카네키의 마지막을 배웅한 것은 같은 감각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우타가 여기 나타난 이상, 어쩌면 카네키의 끝은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몰랐다. 요모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뒤집어야만 했다. 카네키는 운명 따위에 굴복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요모 자신도 그랬다. 이 세상에 미리 정해진 것은 없었다. 삶은 수많은 원인과 결과가 엮인 것이라고, 요모는 믿었다.

   우타는 그림자 속에서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요모는 그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만큼 뒤로 물러섰다. 보이지 않는 긴장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두 사람의 사이를 채우고 있었다. 우타가 작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이거,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같네. 기억해?”

   “그걸 어떻게 잊겠어.”

   “기억해주고 있다니까 뭔가 기쁘네.”

우타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요모가 먼저 공격을 한다면, 우타는 저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요모의 공격을 모두 피하거나, 반격을 할 것이다. 그렇지.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어쩌면 우타는 그때 끝내지 못했던 싸움을 이제야 끝내려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렌지는 그때 내가 어떻게 그렇게 강하냐고 물어봤었지. 그때는 대답 안 해줬는데, 지금 와서 답해도 괜찮을까?”

요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타는 천천히 원을 그리듯 걸음을 옮기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집착하지 않으면 돼. 집착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있어.”

우타.”

렌지. 나는 렌지를 소중하게 생각해. 물론 카네키도 그렇지만, 내게는 렌지가 더 소중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지금 물러서 주면 렌지는 살려줄 수 있어. 렌지. 이건 친구로서 하는 말이 아니야. 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야.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렌지는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우타의 나긋한 목소리가 요모의 명치를 아프게 두드렸다. 이런 때 왜 우타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떠오르는 걸까. 그냥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있으면 좋을 텐데, 왜 하필이면 이럴 때.

렌지는 어떤 선택할 거야?”

나는집착하지 않으면 강해진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어.”

, 그렇다면?”

강해지려면 집착해야 해. 내 삶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의 삶에.”

그런 삶은 재미가 없잖아.”

우타는 발을 뚝 멈췄다. 요모의 바로 앞이었다. 요모는 우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우타의 날카로운 눈꼬리가 조금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유감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오답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요모는 정답을 말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기 때문에.

나는 재미로 살아가는 게 아니야.”

그런 모습이 재밌는 거, 알아? 열심히 살아보려고 버둥거리는 그런 모습이?”

그래서 나에게 좋아한다고 얘기한 건가?”

요모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었다. 지금까지 우타와 친구로 지냈던 시간들, 그리고 애인으로 지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우타에겐 모두 그런 것이었나. 그러나 우타는 바로 표정을 굳히고 아니, 하고 답했다.

그런 거였으면 이런 선택지도 안 줬어. 나는 렌지를 아직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렌지의 앞에 있을 수 있는 거야.”

요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진심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렌지. 다시 한번 더 물어볼게. 정말로 피에로에 들어올 생각은 없어?”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질문을 이런 때 다시 듣게 될 줄이야. 요모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타는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네, 우리는.

, 나는 기왕이면 네 옆에서 웃고 싶었는데. 어쩌면 이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우타가 손을 뻗었다. 요모는 그것을 피하려 했지만 우타의 손이 빨랐다. 우타는 요모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랑해, .”

마찬가지야.”

그들의 마지막 말이었고, 마지막 입맞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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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 키쇼 X 나가치카 히데요시

 

 

바라보기

Y A G I

 

 

  “그래서 말인데요, 타키자와 씨.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뭔데?”

  “안대라는 이름의 구울을 어쩌다가 들어서요. 무섭잖아요. 안대라니.”

  나가치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타키자와 쪽으로 몸을 가볍게 기울였다. 마치 비밀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타키자와는 그런 나가치카의 어깨를 슬쩍 밀어내며 말했다.

  “그런 건 어디서 들은 거야?”

  “그냥, 돌아다니다보면 여기저기서 들리잖아요.”

  나가치카는 타키자와가 두고 간 서류에서 안대라는 이름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CCG의 아르바이트생으로서, 거기까지는 손대면 안 되는 정보였다. 나가치카는 제 속내를 숨긴 채 입술에서 미소를 떼어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금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 어떻게 생겼는지나.”

  “. 나는 한 번도 본 적은 없어서. 그래서 내 상사인 아몬 씨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타키자와.”

  낯선 목소리가 그들의 대화 사이에 얹혔다. 나가치카와 타키자와는 동시에 뒤를 돌아봤고, 타키자와는 보통 당황한 것이 아닌 듯 순식간에 몸을 굳히고 눈앞을 바라보았다. 반면에 나가치카는 눈을 끔뻑이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흔치 않은 흰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매와 그를 숨기지 못한 얇은 테의 안경.

  “, 아리마 특등!”

  “외부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곤란하지 않을까?”

  색이 엷은 남자의 입술이 움직였다. 나가치카는 자기도 모르게 그 입술이 단어 하나하나를 발음할 때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가치카가 정신을 차린 것은 타키자와가 허리를 깊이 숙여 그에게 사과를 했을 때였다. 나가치카는 얼른 그의 뒤를 따라 허리를 굽혔다. 자신의 발끝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아직 이야기를 하기 전이었으니까. 내가 적절한 때 이야기를 끊은 것 같군.”

  타키자와를 보던 아리마의 눈빛이 천천히 나가치를 향했다. 나가치카는 자기소개를 할 타이밍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가치카는 한 번 더 허리를 굽혔다. 물론 이번에는 사과의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었다.

  “나가치카 히데요시. CCG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치카는 아리마의 시선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 나가치카는 그것이 아마 자신이 아리마에게 보낸 시선과 같은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호기심이었다. 그것도 제법 깊은 호기심.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나가치카의 옆에서 타키자와가 과장된 한숨을 쉬었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나가치카는 뒤통수를 긁으며 눈썹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아리마 키쇼의 뒷모습에 박혀있었다.

 

  “저기, 아리마 씨.”

  “너는 아까.” 

  나가치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간간이 깜빡이던 가로등이 어느 순간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하게 백색 불빛을 쏘아대고 있었다. 나가치카는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어내곤 아리마의 앞에 섰다.

  “, 정식으로 CCG에 취업하고 싶은데요.”

  “그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지?”

  “아리마 씨는 높은 사람이잖아요. 어떻게, 안 될까요?”

  나가치카의 말에 아리마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캐치하지 못할 나가치카가 아니었다. 나가치카는 그 웃음에서 일종의 확신을 보았다.

  “돌려 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면 한 번 고려는 해보도록 하지.”

  “안대의 정체도 궁금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 아리마 씨가 더 궁금해졌어요.”

  “조금 더 솔직하게.”

  “보기보다 짓궂으시네요.”

  나가치카가 씩 웃어 보이며 아리마를 바라보았다. 아리마는 표정의 변화가 그렇게 다채로운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나가치카는 그것이 좋았다. 아직까지 그가 자신을 숨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원래 감정 변화가 없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가치카는 사실 그 중 어느 것이라도 별로 상관없었다.

  어느 쪽이든 나가치카의 호기심을 잡아당겼고, 그 호기심은 빠르게 그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대상이 아리마 키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테지만. 아리마에게는 사람을 잡아끄는 어떤 것이 분명히 있었다.

  “아리마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감정이 얼마나 커질지 궁금하군.”

  “적어도 CCG에 입사할 만큼은 커질 것 같아요.”

  “만약에 네가 입사를 하게 되면.”

  아리마는 그 말을 하고 숨을 한 번 쉬었다. 나가치카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가 폈다. 일부러 애간장을 태우는 게 분명했다. 아리마는 그런 나가치카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가치카는 자신의 초조함을 들킨 것 같아 명치가 뜨끈해졌다.

  “많은 것을 알려주도록 하지.”

  “안대에 관한 거요? 아니면 아리마 씨에 대해서?”

  “욕심이 많군.”

  “그래서 싫어요?”

  “아니. 싫지 않아.”

  그 말을 하며 아리마는 오른손을 나가치카를 향해 뻗었다. 나가치카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 때문에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고작 이런 작은 행동 때문에.

  “둘 다 알려주도록 하지. 그리고 서비스로어른의 이야기에 대한 것도.”

  아리마는 소리 없이 웃으며 나가치카의 이마를 검지로 한 번 톡 건들고 손을 거두었다. 나가치카는 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상당히 아쉬웠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신이 손을 내밀 타이밍은 아닌 듯 보였다. 그래서 나가치카는 기다리기로 했다. 아리마가 자신에게 직접 모든 것을 알려줄 때까지.

  “기대해도 되나요.”

  “글쎄. 기대는 하지 마. 실망하면 곤란해지니까.”

  “실망 하는 일 없을 거예요.”

  아리마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잔잔한 바람이 대로를 스치고 지나갔다.

  “수사관으로서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하지. 나가치카 히데요시.”

  “꼭 기다리고 계세요. 아리마 키쇼 선배님.”

  선배님이라니. 아리마는 그 말에 짧게 웃었다. 그래. 잘 해봐, 후배님. 아리마는 그대로 몸을 돌려 CCG 건물을 떠났다. 나가치카는 참고 있었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었다. 아리마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나가치카는 자신이 마음먹은 것은 어떻게든 해내는 스타일이라는 점이었다.

 

  나가치카는 아리마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일찍 CCG에 입사했다. 아리마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의 정장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띠었다. 나가치카는 시간이 나자마자 바로 아리마를 찾아 왔다는 말을 아주 빠르게 뱉었다. 그는 약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우러 왔습니다.”

  “그래. 알려주도록 하지. 약속했으니까.”

  아리마는 오른손을 나가치카에게 뻗었다. 나가치카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아리마의 손이 그의 이마를 건드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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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스트 우타 X 악마 요모 

 

 

폭우

 

Y A G I

 

 

그날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우산을 써도 퍼붓는 비를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었다. 요모 렌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온 세상을 빈틈없이 덮고 있었다. 이런 날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괜찮을지도.

안녕.”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잘못일지도 몰랐다. 신이란 작자가 말하기를, 그는 항상 인간을 굽어살피고 있었으니까. 요모가 쓰고 있던 검은 장우산이 바닥에 뒹굴었다.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가 따가웠다. 요모의 눈앞에는 온통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악마 주제에, 생긴 게 제법 취향이네?”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

정말로?”

남자의 입술에 걸린 피어싱이 빗물에 젖어 번들거렸다. 요모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 이 녀석은 신의 총애를 받고 있구나. 남자의 오른손이 요모의 목을 가볍게 졸랐다. 요모는 남자의 손이 닿은 부분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생긴 건 엄하게 생겨가지고서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요모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남자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 취향 어쩌고 하는 말이어서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빗소리가 자꾸 남자의 말을 막았다. 남자는 요모의 목을 조르던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나랑 지낼래?”

죽을래.”

저기, 미안한데. 내가 묻긴 했지만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남자가 빙긋 웃으며 요모에게서 두 발 뒤로 물러섰다. 어쩌자는 건지. 요모는 멀뚱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서슴없이 요모에게 등을 보이며 말했다.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먼저 발을 옮겼다. 긴장을 하지 않는 타입인 걸까,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걸까? 요모는 어느 쪽인지 선택할 수 없어 그 자리에 굳은 듯이 서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요모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남자가 뒤돌아 요모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째서인지 미소가 걸려있었다. 결코 악마를 대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미소였다.

  “도망칠 거야?”

  “아니.”

  요모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우산을 다시 쓰려다 말고 그냥 남자의 뒤를 따랐다. 도망쳐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거라는 걸, 요모는 잘 알 수 있었다. 남자의 콧노래가 빗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요모의 귓바퀴를 스쳤다.

 

요모는 남자의 집 벽에 반쯤 기대어 서 있었다. 남자가 요모에게 자신의 옷을 권했지만 요모는 단호하게 그것을 거절했다. 딱 봐도 사이즈가 작았다. 요모는 그 대신에 건넨 수건은 거절하지 않았다.

악마의 몸은 감기 따위에 걸릴 정도로 연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둔감하지도 않았다. 요모는 수건으로 얼굴을 꾹꾹 누르듯 닦곤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요모의 눈앞에서 서슴없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요모는 잠시 눈을 피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남자의 마른 몸에 새겨진 수많은 문신이 요모의 시선을 끌었다. 요모는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닦았다. 제 몸에서 나온 물기를 머금은 수건이 순식간에 축축해졌다.

너는, 신부는 아닌 것 같은데.”

. 파문당해서.”

이유는?”

글쎄, 왤까?”

검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우던 남자가 요모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나긋한 발걸음으로 요모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물론 아직 하의는 입지 않은 채였다. 어쩌면 굳이 하의를 입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의 허벅지를 가볍게 덮은 와이셔츠가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렸다.

직접 맞춰보지 않을래?”

남자는 손끝으로 요모의 턱선을 매만졌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흐린 조명 아래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요모는 남자의 나긋한 목소리가 영 신경에 거슬렸다. 신의 목소리보다는, 악마의 목소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사람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와 욕망을 툭툭 건드려 결국엔 터지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목소리. 요모는 그가 파문당했다는 말을 곱씹었다.

너는 무슨 악마야? 이왕이면 색욕 쪽이면 좋겠는데.”

유감이지만, 나는 교만이야.”

오호. 프라이드가 높으시단 말이구만.”

그 말을 하며 남자는 요모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 쪽으로 던지듯 그를 눕혔다. 마른 몸에서 나오기 힘들 정도의 힘에, 요모는 가볍게 놀란 숨을 내쉬었다. 역시 일반 사람과는 다르다는 건가.

침대에 걸터앉듯 누워있는 요모의 허벅지 위에 남자가 올라타 앉았다. 남자는 연신 요모의 양 뺨을 쓰다듬었다.

이거 더 재밌게 됐는데.”

힘겨루기라도 해보자는 건가?”

악마 정도는 내가 이겨. 항상 그래왔으니까.”

교만하구나.”

맞아. 그러니까 우리는 생각보다 더 잘 맞을지도.”

요모는 몸을 완전히 뒤로 뉘었다. 남자는 슬금슬금 요모의 몸을 타고 올라와 남자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댔다. 살아있는 인간의 체온이 느껴졌다. 요모는 혀로 제 아랫입술을 훑었다.

  이 사람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그 느낌은 어떨까? 가히 상상하기 힘든 감각일 것이라고, 요모는 제멋대로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탐이 나는 영혼이었다. 욕구를 이렇게 자극하는 인간이라니. 이런 영혼은 얼마만인가.

  “이름.” 

  “그걸 말하면 쓰나.”

  “인간들이 알고 있는 이름은 있을 거 아니야.”

  “렌지.”

  렌, . 하고 남자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의 따뜻한 숨이 요모의 얼굴에 달큰하게 끼쳤다.

  “나는 우타.”

  그 이름을 듣고 요모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십자가를 뒤집은 이름이라니. 요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가 악마보다 신에 더욱 가까이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신이 선택한 새로운 방식일지도 모르지. 타고나길 욕망에 약한 악마들을 공략하려면 이렇게 제 욕망에 충실한 하인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타라니. 신을 섬기는 자가 할 만한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신을 섬기는 사람이 아니야.”

  요모의 감상에 우타가 느릿한 목소리로 답했다.

  “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지.”

  “이해가 안 되는군.”

  “이해할 필요는 없어. 나는 신의 사랑을 받는다. 그뿐인 거야.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하고서도, 아직도 너를 죽일 수 있는 권능이 있는 거야.”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요모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췄다. 요모는 제 입술을 핥다 결국엔 입안까지 밀려들어오는 우타의 혀를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그의 말캉한 혀끝이 요모의 혀를 핥고, 얽었다. 요모는 우타의 목덜미를 껴안았다.

  옷을 갈아입었다지만 아직은 물기가 있는 우타의 몸이 요모의 손바닥에 뜨겁게 달라붙었다.

  “렌지, 지금까지 내 손에서 죽어간 악마가 몇인지 알아?”

  “궁금하지 않아.”

  “내 밑에서 죽어간 악마가 몇인지는 좀 더 궁금할 텐데.”

  “그다지.”

  “역시 교만인가.”

  그 말에 요모는 소리 없이 웃었다.

  “색욕보다 굴복시키기 어려운 것이 교만인 법이지.”

  “, 교만이랑은 처음이야.” 

  “이런. 네 밑에서 죽어난 동료들의 수가 얼마 되지는 않는가보네.”

  “자신 만만한 모습, 보기 좋아. 나중에 이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되는걸.”

  우타는 한 번 더 입을 맞추며, 요모의 차게 젖은 옷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 손길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뜨거워서 요모는 자기도 모르게 엷은 신음을 뱉었다. 우타의 손은 아주 천천히 요모의 축축한 허리를 손바닥으로 훑었다.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죽어간 악마가 많을지도. 요모는 그 사이의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았서, 도발적으로 우타의 입술을 탐했다.

 

***

 

이렇게 미묘하게 끝나는 이유는

뒷 부분의 수위를 어디까지 정해야할지 아직 고민중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나올 폭우 (2)를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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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리x우리에  #For 덥제님

 

 

Y A G I

For. 덥제님

 

 

   그는 내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개가 되겠다고 말했다.

 

권력이란 말은 아주 많은 말로 대체할 수 있었다. 힘이나 가능성, 그것이 아니라면 수많은 죽음. 그중에서 우리에가 선택했던 것은 개였다. 충성심, 애정,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와슈 마츠리의 개.

우리에 쿠키라는 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는 아니었다. 그는 애완용으로 개량된 강아지가 아니었다. 언제든 제 주인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그 위로 올라서려고 하는 투견이었다.

우리에는 투견으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세계의 흐름은 점점 그를 그런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우리에는 짖으라 말하면 짖을 것이고 구르라 말하면 구를 것이었다. 인간은 항상 개들의 그런 행위를 주인에 대한 복종이라고 생각했다. 웃기는 일이었다. 그 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행위를 취하는 지엔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으면서, 그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다니.

아니, 그들은 즐거워해야 했다.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단순히 자신의 개가 그들을 보고 웃는 낯을 취하고 있다는 그 사실밖에 없었다. 그 안에 숨겨진 날카롭게 벼려진 송곳니 같은 것을 볼 필요는 없었다.

물론 우리에는 그렇게 웃음이 많은 개는 아니었다. 와슈 마츠리는 그것이 썩 좋았다.

마츠리는 이제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었고, 그렇게까지 발전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우리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때 그를 집어삼킨 혼란이 얼마나 깊고 어두운 것이었는가. 하지만 어떤 어둠에도 그 끝엔 빛이 있는 법이었다.

와슈 마츠리는 우리에 쿠키에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개가 되라고, 말했다. 우리에는 그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뒷짐을 서고 반듯하게 서 있는 우리에의 모습을 보며 마츠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에는 그 한숨의 의미 같은 것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것은 개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개는 주인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이유를 알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럴 때, 그를 위로할 수 있다면 되었다.

그래서 우리에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

 

우리에 너는 여전히 나의 개가 될 생각이 있나?”

물론입니다.”

언젠가 마츠리가 창밖을 내다보며 한 말이었다. 우리에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즉시 대답을 뱉었다. 물론 그의 머릿속에는 영 다른 생각이 들어있었다. 와슈 마츠리, 어쩌면 무너져가고 있는 이 인간을 어떻게 이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지. 어떻게 주인의 목을 물어뜯고, 또 다른 주인을 찾게 될 것인지.

마츠리는 창문에 비친 우리에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이 차갑게 단정했다. 마츠리는 그런 우리에의 눈빛이 좋았다.

네가 원하는 건 뭐지? 권력? ? 재력?”

지금보다 많은 구울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마츠리는 짧게 웃었다. 우리에는 자기 속마음을 잘 숨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방금 그 말은 너무 노골적인 거짓말이 아니었던가. 마츠리 자신이 알고 있는 우리에가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츠리는 그 말이 좋았다.

우리에 쿠키.”

그 말을 하며 마츠리는 몸을 돌려 우리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에는 마츠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알까?”

무슨 개소리야, 하고 우리에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잘 모르겠군요.”

나는 너와 사랑을 하고 싶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하는 것을 마츠리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우리에는 아주 정직하게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자신도 모르고 있겠지만, 그의 미간이 희미하게 접혀있었다.

그냥 듣고만 있어.”

마츠리는 그 말을 하곤 깊은숨을 내쉬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히 나는 알 수 없어.”

당연하지. 우리에의 생각이었다. 그가 자신의 계획을 눈치챌 가능성도 없었을뿐더러 눈치챈다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와슈 마츠리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체스 말을, 그것도 폰이 아닌 퀸에 가까운 체스 말을 쉽게 버릴 남자는 아니었다.

우리에는 가볍게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도 왜 자신을 하필이면 퀸의 자리에 두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에는 자신의 무의식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이런 상황은, 자신에게 적절하지 않았다.

우리에.”

.”

너는 내 개가 될 것인가, 내 연인이 될 것인가?”

저는 개가 되겠습니다.”

우리에는 이번에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하지만 마츠리는 그의 눈동자가 드물게 떨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를 사랑하기에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미미한 정보였다.

우리에는 왜 자신의 감정이 적절하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자신이 투견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주인을 죽이고 그 위치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는 우리에 자신이 투견으로 태어나지는 않은 걸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 스스로를 투견으로 만들어갔을 뿐이었다.

개의 충성심과, 주인에 대한 애정.”

그 말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 같지 않았다. 우리에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파고들어 손바닥이 얼얼해지기 시작했지만 우리에는 힘을 풀지 않았다.

우리에는 와슈 마츠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의 연인이 될 수 없는 것을, 연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완견이 된다는 것은. 와슈 마츠리에게 길들여진 단 하나의 투견이 된다는 것은.

드리겠습니다. 원하는 만큼.”

우리에는 그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에.”

.”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제가 언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까?”

   우리에의 다소 도발적인 발언에 마츠리는 엷게 웃었다. 왜 모든 흥분에는 욕정이 따라붙는가. 그것은 자신이 우리에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눈앞에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고, 자신이 우리에를 항상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그래서 네가 좋아.”

   그 말을 하며 마츠리는 손을 뻗어 우리에의 뺨을 만졌다. 우리에는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손에 자신의 뺨을 아주 가볍게 비볐다. 마치 자신의 착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희미한 감촉이었지만 마츠리는 그것이 우리에의 의지라고 생각했다.

   “우리에 쿠키. 너는 나의 개다.”

   “.”

 

   그는 나에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개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모든 투견은 주인을 물지 않도록 교육되는 법이었다. 그는 나를 교육할, 나의 주인이었다.

 

 

 

------

 

  아무도 제가 마츠우리를 쓸 줄 몰랐을 것입니다. 왜냐면 저도 몰랐거든요. 급하게 짠 시놉이고 딱히 내용이 없이 분위기만 존재하는 글인데... 일단 무언가 썼다는 것에 의미를 둡시다. 사실 마츠리도, 우리에도 아직은 캐해석이 약한 친구들이라.... 뭐랄까 음 캐해석이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놀라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마츠우리가....... 재밌네요........

  그래서 일단 이런 글을 써봤습니다. 뭔가......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이전의 손풀기 같은 느낌의.... .. 그러니까. .. 마츠우리를 파게 될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문득......

  이 글을 읽으신 다른 분들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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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요모 동거물

 

 

 

Coffee House

 

Y A G I

 

 

요모는 아침에 먼저 일어나면 항상 잠든 우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세상 편한 얼굴이군. 우타의 얼굴을 보면서 요모가 종종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요모는 우타를 깨우지 않았다. 이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우타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그는 퍽 좋아했다.

이러고 있자면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모는 어떤 신화에 나오는, 평생 잠들어버린 소년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던 여신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마치 자신의 기분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요모는 손을 뻗어 우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우타는 살포시 눈을 뜨고 요모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깨어있었으면서 자는 척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좋은 아침, 렌지.”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요모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두툼한 것치고는 크게 무겁지도 않은 이불이 그의 가슴에서 배로 말리듯 내려갔다. 우타는 요모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방법이었다.

 

요모가 느끼기에, 치약의 맛은 항상 미묘했다. 맛이 아예 없는 치약을 쓰고 있지만 양치를 할 때마다 자꾸 무슨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기분 탓인가. 요모는 칫솔로 어금니를 닦으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다.

우타는 조금 뒤늦게 칫솔에 치약을 짰다. 요모의 것과 색만 다른 치약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거울을 보며 이를 닦았다. 우타는 요모가 거품을 뱉는 타이밍에 맞춰 장난스럽게 그의 엉덩이를 툭 건드렸다. 미간을 찡그린 요모가 고개를 가볍게 돌려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양치를 하고 있었다.

양치하는 동안에는 건들지 마.”

내가 뭘 했다고 그러시나.”

하여튼, 뻔뻔하긴.”

그게 내 매력이지.”

그 말에 요모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어서, 뭐라 반박하기가 힘들었다. 요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우타가 자신을 더 건드리기 전에 빨리 양치를 마치는 수밖에 없었다.

미지근한 물을 받아 입을 헹구는 요모를 바라보며 우타는 슬쩍 웃었다. 우타는 일부러 칫솔질의 속도를 늦췄다. 우타는 거울을 통해 요모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제법 즐거운 일이었다. 요모가 마지막으로 입을 헹굴 때, 두 사람의 시선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맞았다. 우타는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항상 그런 아침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시답잖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함, 또는 평화로움. 요모 외에 지루하지 않은 평화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우타는 입을 헹구며 자신의 질문을 스스로 부정했다.

나 커피 내려줘.”

안 그래도 하던 중이야.”

우타는 요모의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맡는 커피 향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우타는 요모의 넓은 등에 제 얼굴을 비볐다.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같이 사니까 좋다. 진작에 같이 살 걸 그랬나 봐.”

뭐가 제일 좋은데?”

렌지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주는 거. 렌지 커피 맛있잖아.”

그게 제일 좋은 거야?”

설마.”

요모의 말에 우타가 짓궂게 웃었다. 요모는 더 물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두 사람 분량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뜨거운 물로 둥글게 원을 한 번 더 그렸을 뿐이었다. 우타는 발뒤꿈치를 들어 요모가 나긋하면서도 섬세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보았다.

요모의 커피는 요모이기에 낼 수 있는 맛을 냈다. 우타는 그래서 요모의 커피를 좋아했다. 마치 요모를 마시는 느낌이어서, 그랬다. 자신이 알고 있는 요모의 삶과 자신이 알 수 없었던 요모의 삶은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그랬다.

렌지는 나랑 같이 사는 게 좋아?”

. ?”

그냥 궁금하잖아. 왜 같이 사는 게 좋아?”

우타 너를 매일 볼 수 있잖아.”

되게 훅 들어오네.”

우타는 요모의 허리를 껴안은 손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불편할 법도 한데 요모는 우타를 내치지 않았다.

잠꼬대도 들을 수 있고.”

나 잠꼬대해?”

가끔씩, 하고 우타의 말에 답하며 요모는 팔을 뻗어 커피잔을 두 개 꺼냈다. 요모다운 취향의,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잔이었다. 요모는 천천히 커피를 잔에 따랐다. 김과 함께 커피의 향이 천천히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꿈에서도 나를 찾더라.”

잔과 받힘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덜그럭, 하고 났다. 요모가 몸을 돌리기에 우타는 요모이 허리를 껴안고 있던 손을 놓쳤다. 요모의 양손에는 커피잔 두 개가 나란히 들려 있었다.

없어지지 말라고.”

그 말을 하고 요모는 먼저 식탁으로 향했다. 우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없어지지 말라니. 왜 그런 말을. 우타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나무도 아니면서 나무인 척 하고 있는 바닥재에는 알 수 없는 옹이구멍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요모는 먼저 식탁에 앉았다. 우타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다. 우타의 시선이 천천히 요모에게 향했다. 요모는 작게 한숨을 쉬고 우타에게 향했다. 우타는 멀뚱히 요모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 너를 두고 어디 안 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줘야지.”

요모는 우타를 껴안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우타는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보았다. 다시 고개가 아래로 내려왔을 때, 그의 입술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 믿음직스럽네.”

커피 마셔. 식기 전에.”

고마워.”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식탁에 앉아 거의 동시에 제 입술에 컵을 가져다 대었다.

 

**

 

  오늘은 저 노래를 들으며 계속 썼기 때문에 이미지를 유튜브 영상으로 대신했습니다.

  더불어 아 사람이 시놉시를 쓸 때는 쫌 많은 분량을 써둬야 만족스러운 분량이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사실 분량 짧은 글을 쓰면 항상 그런 생각을 하는데, 사람은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네요. 앞으로는 조금 더 열심히 시놉시스를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우타요모에 허덕이던 저에게 주제를 던져주신 으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타가 요모 엉덩이 툭 치고 지나가는 거 너무 귀여워서 글에도 한 번 넣어봤습니다.

 

  오늘의 TMI : 구울들은 치약의 민트맛도 역겨워할까? 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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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 우타X인간 요모  #식인 소재가 사용되었음 (아주 직접적인 묘사는 X)  #진단메이커

 

 

 

공범

 

 

Y A G I

 

 

그 때 우타는 요모를 보고 선배, 하고 말했다.

세상에는 보지 않아도 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했다. 요모 렌지는 그것을 아주 잘 아는 인간이었고, 덕분에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간혹 요모의 의지로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곤 했다. 예를 들면, 지금 요모의 눈앞에 서 있는 우타와 같은 일들이었다. 그에게선 피 냄새가 나고 있었다. 요모는 지금껏 한 번도 피 냄새를 적나라하게 맡아본 적이 없었지만, 이것이 피 냄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혁안을 보았다.

선배.”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

그때 요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요모는 그의 피 냄새를 못 본 척 했다. 우타의 뒤에 누워 신체의 일부분이 이미 사라진, 인간이었던 것도 못 본 척 했다. 요모는 그저 우타가 자신을 선배가 아닌 이름으로 불러주기만을 바랐다.

렌지.”

그리고 우타는 요모를 선배도, 요모도 아닌, 렌지, 라고 불렀다.

우타는 혀로 그의 붉은 입술을 핥았다. 요모는 우타에게서 도망쳐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요모의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죽는다. 이러다가는 죽는다.

하지만 요모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우타를 바라보았다. 요모보다 약간 키가 작은 우타는 요모를 가볍게 올려보았다. 요모의 머릿속을 탐색하는 듯한 그의 시선에 요모는 아주 살짝 몸을 떨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해? 렌지는 구울도 아닌 것 같은데.”

요모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타는 아하, 하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한 감탄사를 뱉었다. 우타는 렌지, 하고 요모를 불렀고 요모는 입을 여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 렌지는 살고 싶어, 아니면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정답을 골라버렸네.”

요모는 지금껏 우타에게 품어왔던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다. 사실 고백이라고 말하기도 미묘한 상황이었다. 우타 역시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고백이라기보다는, 어떤 사실의 단순 기술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했다.

우타는 몸을 옆으로 비켜 요모가 시체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요모는 가볍게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뿐이었다. 우타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렌지는 뭔가 마음에 들어.”

그날로 요모는 우타와 함께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인간을 우타에게 데려가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요모는 솔깃한 꼬드김을 인간의 귓가에 속삭이기만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우타의 몫이었다. 요모는 우타가 식사를 하는 동안, 근처 골목에 서서 멍하니 가로등이 불빛을 흘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올까 봐 감시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타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오직 그뿐이었다.

요모는 대부분 식사를 하고 있는 우타를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끔씩 요모가 마지막까지 그를 기다리면 그는 요모에게 키스를 했다. 우타와의 키스는 항상 비렸다. 요모는 의외로 그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요모는 우타와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럴 때마다 요모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요모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생존 욕구일 수도 있었지만, 요모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타는 결코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요모는 조금 초조했지만, 그저 그를 사랑하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런 일까지 하는 거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우타와 함께 존재 하고 싶었지만.

요모는 그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되었다. 인간과 구울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타와 요모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요모의 욕심 때문이었다. 요모는 우타와의 키스가 더 이상 비리지 않았으면 했다. 우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비로 그 시선이 식욕이더라도, 그랬다.

 

그래서 언젠가 요모는 다른 사람 대신 우타가 기다리고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우타가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의 표정 변화는 미미했다. 그때 요모는 자신이 우타에게 그가 먹어치운 인간들 이하의 무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나야. 우타, 네 손으로 나를 죽여줘.”

그때 렌지는, 살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

우타는 우둘투둘한 시멘트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요모 쪽으로 다가왔다. 요모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품 안으로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요모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그저 우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그러면 이제, 나를 사랑하지 마. 그게 맞는 거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없잖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될 거야.”

우타는 주머니에서 몇 개인가의 신분증을 꺼내 요모에게 건넸다. 요모는 그것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익숙하고 싶지 않지만, 익숙해져 버린 얼굴들이었다. 자신이 죽인 얼굴들은 신분증 안에서 다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 이 중 누군가는 이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했을 것이었다.

우타.”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하고 싶어.”

그건, 사랑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까운 거야.”

우타는 요모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타의 양손이 요모의 목덜미에 닿았다. 그 손끝이 예상보다 차가워서, 요모는 몸을 움찔 떨었다.

습관. 잊어야 할 나쁜 습관.”

우타는 요모의 목을 아주 가볍게 졸랐다. 숨은 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갑갑함이 없는 건 아닌, 딱 그런 애매한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우타는 곧 그 손을 풀었다. 그리고 대신에 그는 축축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그는 요모에게 키스했다.

애초에 렌지와 나는 엮이면 안 됐을지도 몰라.”

비리지 않은 키스는 처음이었다. 우타의 키스는,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나는 이제, 렌지의 인생에서 없어질 거야.”

우타.”

렌지는, 선배는 이제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

요모는 우타를 잡을 수 없었다. 요모는 자신의 손에 담긴 신분증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요모는 그것들을 모두 그 골목에 버렸다. 죽은 이들의 흔적이 엉망으로 흩어졌다.

그것 역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요모는 우타를 떠올렸다. 그를 이 골목에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자신은, 살고 싶다고 대답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우타는 요모의 대답이 정답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오답투성이의 길이었을지도 몰랐다. 요모는 구울도 아니면서 구울의 길에 이미 접어 들어버렸다.

이제 와서 되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요모는 별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우타를 생각했다. 우타 역시, 인간의 길로는 접어들 수 없는 존재였다.

 

 

***

 

 

  쓰고 난 직후에 했던 생각 : 나 역시 ..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게 아닐까.... 이 진단이 아니라.. 다른 진단을 했어야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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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썼던 <My Sweety> (http://hereisyagi.tistory.com/66?category=719922) 의 이후 내용

# 케이크버스  # 어느정도 적나라한 섹스 묘사 있음

 

 

 

Time Bomb

 

Y A G I

 

 

요모는 목을 뒤로 젖히며 달뜬 숨을 뱉었다. 지금 이 상황에도 이성의 끈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요모에게는 상당히 기적적인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타의 손끝이 요모의 허리와 골반을 쓸었다. 그 예민한 감각보다 요모를 자극하는 것은 우타의 체취였다.

그는 냄새는 유독 독특했다. 다른 케이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각이 있었다.

우타, 그만.”

싫은데.”

우타…….”

이제 와서 그만두면 재미없잖아.”

우타는 혀끝으로 요모의 아랫배를 핥았다. 포크의 맛은, 우타도 잘 몰랐다. 그저 케이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타는 요모의 아랫배에 입을 맞추고, 가볍게 깨물며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우타의 손 아래에 잡힌 요모의 손목이 움찔 흔들렸다. 우타는 숨을 내쉬었다. 요모의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그는 생생히 느끼고 있었다.

이런 장난은, 더 이상 싫어.”

장난 같은 거 아니야.”

우타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진지했다. 우타가 불쑥 몸을 위로 올려 요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요모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나는 렌지를 그 정도로 좋아하고 있어.”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마.”

요모는 우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요모가 긴 숨을 뱉는 소리가 우타의 귓가에 스쳤다. 우타는 요모의 귓바퀴를 앞니로 가볍게 깨물었다. 이런 작은 자극에도 요모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우타는 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런 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잖아?”

우타.”

우타의 이름을 부르는 요모의 목소리엔 물기가 축축하게 묻어 있었다. 이렇게 나오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데. 요모는 우타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미끈한 체온이 우타에게 옮겨붙었다.

렌지한테라면 먹혀도 좋아. 물론 그 전에, 내가 렌지를 먹어버릴 거지만.”

우타는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요모는 우타를 밀어내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아래에서 간간이 몸을 움찔거리며 우타를 받아내고 있었다. 요모의 목울대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우타는 그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요모의 축축한 신음이 방안을 조용히 채웠다. 요모는 손톱을 세워 우타의 등을 긁었지만, 우타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우타는 요모가 제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무는 것을 보았다.

필시 식욕을 참고 있는 것이겠지.

울지 마.”

우타는 요모의 눈 밑을 엄지로 쓸었다. 요모는 우타의 손 대신 자신의 손을 깨무는 것으로 식욕을, 그리고 식욕과 아주 가까이 닿아있는 성욕을 참았다. 그럴수록 우타는 몸을 강하게 움직였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모의 신음에 섞여 흩어졌다.

우타는 요모의 손을 잡아 깍지를 껴 침대에 푹 눌렀다. 정제되지 않은 소리들이 흘러넘쳤고, 그럴수록 요모는 자신의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우타의 목덜미가 신경 쓰였다. 요모는 충동적으로 우타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그의 잇자국을 따라 엷은 핏자국이 배어 나왔다.

옳지.”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웃었다. 그는 정말로, 이대로 요모에게 먹혀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요모는 우타를 깨무는 대신에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의 모든 것을 받아내었다.

 

결국 안 먹었네.”

후회할 것 같아서.”

다음에 또 해줄 거야?”

아니.”

요모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우타가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의 격렬함이 지나가고 난 후에는 파도처럼 잔잔한 감정과 온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우타는 그 감각을 즐기고 있었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나 봐.”

그 반대라서, 문제라는 거야.”

그러면 다음에 또 해주라.”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스릴있잖아.”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웃었다. 요모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우타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우타는 여전히, 공들인 세공품처럼 아름다웠고,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요모는 또다시 제 입술을 깨물었다.

항상 렌지랑 같이 있으면 재미있었어.”

우타는 요모의 입술을 매만졌다. 더 이상 요모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피를 흘려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어야만 했다. 우타는 요모라면 자신의 생을, 쾌락을 모두 맡길 수 있었다.

섹스도 마찬가지야. 이런 섹스를 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랑은 못한단 말이야.”

우타는 그 말을 하며 요모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요모의 이마에는 엷게 땀이 배어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렌지가 책임져야지. 안 그래?”

  “우타.”

  “싫어?”

  아니, 하고 요모가 주저하며 말했다. 요모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질문에는 항상 솔직하게 답했다. 그것이 우타가 요모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좋아해, 렌지.”

  그 말에 요모는 반응하지 않았다. 우타는 요모의 허리를 껴안았다. 복잡한 관계였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그들은 연인이 아니었고, 상대를 먹거나 상대에게 먹히고 싶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관계. 우타는 요모와 자신의 관계를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이 요모와의 관계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우타는 요모가 좋았다. 자신을 먹지 않는 요모가,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을 먹어버릴 요모가, 우타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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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우이  #후루타는 봐도 봐도 모르겠다 미스테리  #정하님 리퀘스트

 

 

비밀

 

Y A G I

For. 정하님

 

 

 

그는 매우 단단하게 곧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기 쉽다고 말할 수 있나. 후루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쩌면 알기 쉬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속이기 쉬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적당할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후루타는 그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낯선 감각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의 감각. 아주 약간의 불안과, 초조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모순적인 기대감. 후루타는 우이 코오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우이 코오리는 자신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그 생각을 하면 후루타는 웃음부터 나왔다.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곧을 수 있을까. 후루타로서는 그다지 공감을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인간의 슬픔이나 반항 따위를 그런 것으로 터트리다니. 어쩌면 우이 코오리의 무의식은 CCG의 멸망을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

정말로 그 멸망이 찾아온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즐거워할까, 아니면 괴로워할까.

너무 곧은 사람은 부러지기 쉬웠다. 후루타는 우이 코오리를 손바닥 위에 두고 손끝으로 그 끄트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부러트릴까. 아니면 이대로 둘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쪽이 더 재밌을까. 우이 코오리 정도 되는 사람이 자신을 후원해주면 CCG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일이 훨씬 편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후루타는 그를 자꾸 망쳐버리고 싶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결국 그것을 파괴하는 것과 같았다.

후루타 니무라는 어쩌면 자신이 우이 코오리를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직까지 미처 정의내리지 못한 감정이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쿄의 거리에 가로등의 불빛이 천천히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도 어떤 사람은 죽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는다는 것. 아무런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게 되는 것.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우이 코오리는 무얼 위해 살고 있을까.

후루타는 우이의 그 모든 것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 엉성하게 깎아내린 절벽에서 내려오는 단 하나의 가느다란 밧줄. 후루타는 우이의 밧줄이 되고 싶었다. 표면이 거칠고 너무 가늘어서 제 몸을 맡기기 어려워 보이는 그런 밧줄이지만, 결국에는 온 힘을 다해서 붙잡게 되는 그런 것이. 그리고 그가 절벽의 끝을 바라보았을 때 끊어져 버려 결국에는 또다시 그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그런 밧줄이.

그것도 아니라면 그의 곁에 끝까지 남아 그의 목을 조르게 될 밧줄이 되고 싶었다.

 

후루타.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을까.

우이 코오리의 말에 후루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 이에게선 항상 희미한 연기 냄새가 났다. 후루타는 담배 냄새를 그렇게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일단 항상 단정한 그에게서 담배 냄새 따위가 나는 그 갭을 후루타는 퍽 좋아하고 있었다. 우이 코오리라는 단단한 인간의 자잘한 흠집 같은 것일까. 후루타는 머릿속으로 그 흠집들을 손끝으로 쓰다듬는 상상을 했다.

예민한 감각 아래에서 흐르는 잔물결 같은 느낌. 아마 옷 아래의 맨살을 쓰다듬을 때도 느껴질 그 섬세하고 희미한 촉감. 후루타는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서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꾸 눈앞에 그의 맨살이 어른거리는 탓이었다.

우이 씨.

.

후루타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짤막하게 답을 하는 우이 코오리의 입술이 가볍게 터있는 것을 발견했다. 후루타는 잘못 뜯어내면 선명한 붉은빛의 피가 배어 나올지도 모르는 그 연약하고 얇은 아랫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라도 묻었어?

아뇨. 그냥요.

후루타의 말에 우이 코오리는 눈동자만을 움직여 후루타를 바라보았다. 후루타는 그의 시선에 빙긋 웃어 보였다.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를 조금 더 모를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오래오래 볼 수 있으니까. 물론 그가 모든 사실을 알아버려도 우이 코오리를 잡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에게 두고 있던 시선을 곧 거두었다. 우이 코오리의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우이 씨, 하고 후루타는 또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

   음, 그런 것 같네요.

   그제야 우이 코오리는 고개를 들어 후루타를 바라보았다.

   있잖아요, 우이 씨.

   응.

   우이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이의 손바닥 아래에서 가볍게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이 코오리는 한쪽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너무 충동적이었나. 후루타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가볍게 기울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우이 코오리의 시선은 조금 복잡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은 그렇게 단단하던 우이 코오리가 조금은 물러져 있는 상황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후루타는 또 웃었다.

   함께 일하면 편해요.

   ….

   무슨 생각을 했나요?

   아무것도.

   우이 씨는 제가 우이 씨를, 사적인 감정으로 좋아하면 좋겠나요?

   후루타의 말에 우이 코오리는 답하지 않고 다시 서류로 고개를 돌렸다. 대답할 가치도 없기 때문일까. 후루타는 그런 그의 속마음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커피 어때요? 수사관 표 특제 커피.

   나는 그냥 커피로 줘.

   재미없게. 수사관 표 특제 커피에는 제 사랑이 잔뜩 들어간다구요.

  우이 코오리는 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후루타는 그냥 조용히 웃었다.

 

 

***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다보면 제목을 대충 정하게 됩니다

후루우이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완결나도 평생 제 캐해석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얘기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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