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닦는 것에 관한 이야기

 

Y A G I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뱉어왔던 수많은 양치 거품 속의 핏물을 합하면 지금의 나를 두 명쯤은 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퉤, 소리를 내며 입안에 남아있는 아주 작은 거품을 뱉었다. 그 작은 거품에도 선명한 핏물이 들어있었다. 나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양치 컵에 따뜻한 물을 담았고, 오늘도 물이 너무 뜨겁다고 생각하며 입을 헹궜다. 뱉어낸 물에 거품이 섞여 조금씩 자신의 흔적을 잃어가고 있었고 나는 그것이 제법 마음에 들어 일부러 거품을 조준해 물을 뱉었다.

물이 아주 천천히 빠지는 세면대에는 여전히 물이 고여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컵에 따뜻한 물을 받았다. 이번 물도 뜨거웠다. 물의 온도를 맞추는 것은 내가 항상 어려워하는 일이었기에 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고 마지막으로 입을 헹궜다.

계면활성제의 껄끄러운 맛을 느끼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양치를 하고 나면 입이 바싹 말랐다. 다들 그러는지, 아니면 나만 그러는지는 아직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에겐 양치를 하고 나서 목이 마르냐는 질문을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나의 친구들이 말하는 것들은 아주 아름답거나 아주 추악하거나 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사이에서 고작 이를 닦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가 껄끄러워서,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오늘 나는 또 일정 분량의 피를 뱉어냈다는 점이었다. 나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분열하고 살아가는 세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나는 그들이 얼른 그들의 활동을 그만두기를 바랐다.

그렇게 죽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그렇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런 삶이었다.

, 그래서 이를 닦는 이야기.

이를 닦을 때는 원을 그리듯 닦아야 한다. 어금니의 안쪽까지 닦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혀를 닦을 때는 마찬가지로 원을 그리듯 닦는 것이 좋고, 가끔씩 헛구역질이 나면 나약한 자신을 탓하며 눈물을 닮은 침을 뱉어내면 끝난다. 모든 것이 그렇듯 닦는 것보다 헹구는 것이 중요했고 입안 곳곳에 남은 치약의 흔적을 뱉어내며 동시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뱉어내야 한다. 우리의 피와 살과 머릿속을 채우는 생각들은 그렇게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 우리를 오늘도 살아지게 한다.

고작 양치를 한 것만으로 앞이 축축해진 목이 늘어난 티셔츠는 가만히 두면 건조한 겨울의 공기에 빠싹 마르기 마련이었다. 마지막으로 건조해진 입안에 생수를 채운다. 들이키지 않고 입에 물고 있는 것이 포인트이다. 한동안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삼키면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자신이, 거울도 아닌 어두운 창밖의 풍경에 겹쳐 보인다. 그러면 나는 하얗고 단정한 치아를 보이며, 그곳에 있는 나에게 웃어 보인다.

이렇게 생각보다 복잡한 이를 닦는 행위가 매일 밤 시작되고 매일 밤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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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YAGI입니다! 월초에 비공식으로 커미션을 받다가 이렇게 공식적으로 커미션을 열게 되네요! 먼저 관심을 보여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의 글 커미션은 매달 열리며, 해당 달에 슬롯이 모두 찰 경우 추가적으로 커미션을 받지 않습니다. 슬롯은 해당 월의 일정과 컨디션에 따라서 조정됩니다. 다음 달 대기 슬롯은 없으나, 원하시는 경우 커미션이 다시 열렸을 때 DM으로 알려드립니다.

 

 

<1월 슬롯>

 

  ♥ ○

 

 

<진행 과정>

 

 

  DM으로 신청>시놉시스>1차 컨펌>초고>2차 컨펌>탈고

  작업물은 이메일로 한컴/pdf 두 가지 형태로 보내드립니다. 모든 작업물은 제목과 처음 한 두 문단이 크롭되어 트위터에 #야기링_커미션 태그와 함께 업로드 됩니다. 작업물은 저의 아이디와 닉네임만 들어간다면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업로드하거나, 글의 문장을 일부 인용하여 캘리그라피 또는 헤더 및 인장으로 얼마든지 이용 가능합니다. (이용하실 때 저에게도 보여주시면 제가 기뻐합니다!) 다만 글을 회지로 묶으실 때는 반드시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왜냐면 저도 구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회지로 엮는 것까지 부탁하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그것 역시 DM으로 문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견적을 보아 가급적 저렴한 가격에 회지 작업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문의하시면 회지 샘플을 사진으로 보내드립니다 (중철/떡제본 모두 가능합니다.)

 

  신청하실 때 원하시는 분량이 있으시다면 최대한 그에 맞춰 시놉시스를 작성합니다. 분량과 내용이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커미션을 반려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놉시스 비용은 받지 않습니다. 신청을 하실 때 최대한 많은 자료를 주시면 시놉시스를 쓸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신청 취소는 시놉시스 과정에서만 가능하며, 그 이후 취소의 경우 저의 과실이 아닌 이상 일체 환불을 해드리지 않습니다.

 

  작업 과정은 분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틀~일주일 이상) 작업 일시는 입금 확인이 된 이후부터 체크됩니다. 말씀드린 일시를 넘길 경우 50% 환불을 해드리며, 원하실 경우 글은 파기합니다. (물론 결과물을 받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가격>

 

  전연령가 : 1,000자 당 3,000(15,000자가 넘어갈 경우 1,000자당 5,000)

  성인물 : 1,000자 당 6,000(15,000자가 넘어갈 경우 1,000자당 8,000)

  성인물의 경우 표현의 수위에 따라서 5,000(15,000자가 넘어갈 경우 1,000자당 7,000)으로 가격이 하향될 수 있습니다. 현재 가격은 최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의 가격입니다.

 

  모든 가격은 제가 글을 쓰는 시간과 최저 시급을 고려하여 책정되었으며, 성인물이 전연령가의 약 2배인 이유는 실제로 쓰는 시간이 약 2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15,000자가 넘어갈 경우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그 정도 분량이면 그 이하 분량과 시놉시스를 짜는 과정과 저의 스트레스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단편 소설 하나 분량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며, 저는 단편을 쓸 때마다 항상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 경우 시놉시스와 초고 컨펌 횟수도 1회씩 늘어나게 됩니다.

 

  최소 분량은 2,000자입니다. 2,000자 미만인 글은 쓰지 못합니다. 최대 분량은 20,000자입니다. 개인 원고를 하며 커미션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긴 글은 쓰지 못합니다.

 

  분량을 초과했을 경우 추가 분량은 무료로 작업해드립니다. (저의 계산 미스이기 때문에) 분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부족한 분량을 계산하여 환불해드립니다. 다만 부족한 분량이 100자 미만일 경우에는 환불을 해드리지 않습니다. 100자 더 채워달라고 요구하시면 어떻게든 채워서 드립니다만, 가급적이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때 붙는 문장들은 군더더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도리어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샘플>

 

아래 캡처를 제외한 샘플이 궁금하시다면 본 티스토리의 다른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글을 봐주십시오. 글의 분위기는 밝은 것보다는 다소 건조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장르/불가능한 장르>

 

  글 커미션이기 때문에 제가 원작을 알아야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는 제가 원작을 아는 경우이며, 모든 것은 정발본 기준입니다. 해당 목록에 없는 작품일 경우 개인적으로 문의를 주시길 바랍니다. (애니메이션)/(만화)의 경우 괄호 안에 있는 내용만 보았다는 뜻입니다.

  모든 장르 드림 가능합니다! 커플링 성향(HL/BL/GL )은 가리지 않습니다.

 

가능한 장르

 

1(자캐) / 도쿄구울 (본진) / 고스트 헌트 (애니메이션) / 학교 생활 / 모브 사이코 100 / BBC 셜록 / 신체 찾기 / 아인 / 보석의 나라 (애니메이션) / 에반게리온 (애니메이션) / 디 그레이맨 (만화) / 릭 앤 모티 (넷플릭스) / 루시퍼 (드라마/넷플릭스) / 이런 영웅은 싫어 / 소울이터 (애니메이션) 

 

불가능한 장르

 

원피스(길어서 보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 나루토 (취향이 아닙니다.) / 히로아카 (취향이 아닙니다.) / 코난 (길어서 보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 은혼 (길어서 보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 진격의 거인 (취향이 아닙니다.) / 오소마츠상 (취향이 아닙니다.) / 하이큐 (볼 예정에 있으나 아직까지는 보지 않았습니다.) / 앙스타 (저의 통장을 보호하고 싶습니다.) / 데레스타 (앙스타와 같은 이유입니다.) / 가담항설 (볼 예정에 있습니다.) / 페이트 시리즈 (취향이 아닙니다.)

 

 

만약에 커미션으로 우타요모/후루우이를 신청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일정 퍼센트로 할인이 들어갑니다.

 

#엑소시스트 우타 X 악마 요모 

 

 

폭우

 

Y A G I

 

 

그날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우산을 써도 퍼붓는 비를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었다. 요모 렌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온 세상을 빈틈없이 덮고 있었다. 이런 날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괜찮을지도.

안녕.”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잘못일지도 몰랐다. 신이란 작자가 말하기를, 그는 항상 인간을 굽어살피고 있었으니까. 요모가 쓰고 있던 검은 장우산이 바닥에 뒹굴었다.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가 따가웠다. 요모의 눈앞에는 온통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악마 주제에, 생긴 게 제법 취향이네?”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

정말로?”

남자의 입술에 걸린 피어싱이 빗물에 젖어 번들거렸다. 요모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 이 녀석은 신의 총애를 받고 있구나. 남자의 오른손이 요모의 목을 가볍게 졸랐다. 요모는 남자의 손이 닿은 부분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생긴 건 엄하게 생겨가지고서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요모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남자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 취향 어쩌고 하는 말이어서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빗소리가 자꾸 남자의 말을 막았다. 남자는 요모의 목을 조르던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나랑 지낼래?”

죽을래.”

저기, 미안한데. 내가 묻긴 했지만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남자가 빙긋 웃으며 요모에게서 두 발 뒤로 물러섰다. 어쩌자는 건지. 요모는 멀뚱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서슴없이 요모에게 등을 보이며 말했다.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먼저 발을 옮겼다. 긴장을 하지 않는 타입인 걸까,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걸까? 요모는 어느 쪽인지 선택할 수 없어 그 자리에 굳은 듯이 서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요모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남자가 뒤돌아 요모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째서인지 미소가 걸려있었다. 결코 악마를 대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미소였다.

  “도망칠 거야?”

  “아니.”

  요모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우산을 다시 쓰려다 말고 그냥 남자의 뒤를 따랐다. 도망쳐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거라는 걸, 요모는 잘 알 수 있었다. 남자의 콧노래가 빗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요모의 귓바퀴를 스쳤다.

 

요모는 남자의 집 벽에 반쯤 기대어 서 있었다. 남자가 요모에게 자신의 옷을 권했지만 요모는 단호하게 그것을 거절했다. 딱 봐도 사이즈가 작았다. 요모는 그 대신에 건넨 수건은 거절하지 않았다.

악마의 몸은 감기 따위에 걸릴 정도로 연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둔감하지도 않았다. 요모는 수건으로 얼굴을 꾹꾹 누르듯 닦곤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요모의 눈앞에서 서슴없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요모는 잠시 눈을 피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남자의 마른 몸에 새겨진 수많은 문신이 요모의 시선을 끌었다. 요모는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닦았다. 제 몸에서 나온 물기를 머금은 수건이 순식간에 축축해졌다.

너는, 신부는 아닌 것 같은데.”

. 파문당해서.”

이유는?”

글쎄, 왤까?”

검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우던 남자가 요모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나긋한 발걸음으로 요모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물론 아직 하의는 입지 않은 채였다. 어쩌면 굳이 하의를 입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의 허벅지를 가볍게 덮은 와이셔츠가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렸다.

직접 맞춰보지 않을래?”

남자는 손끝으로 요모의 턱선을 매만졌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흐린 조명 아래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요모는 남자의 나긋한 목소리가 영 신경에 거슬렸다. 신의 목소리보다는, 악마의 목소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사람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와 욕망을 툭툭 건드려 결국엔 터지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목소리. 요모는 그가 파문당했다는 말을 곱씹었다.

너는 무슨 악마야? 이왕이면 색욕 쪽이면 좋겠는데.”

유감이지만, 나는 교만이야.”

오호. 프라이드가 높으시단 말이구만.”

그 말을 하며 남자는 요모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 쪽으로 던지듯 그를 눕혔다. 마른 몸에서 나오기 힘들 정도의 힘에, 요모는 가볍게 놀란 숨을 내쉬었다. 역시 일반 사람과는 다르다는 건가.

침대에 걸터앉듯 누워있는 요모의 허벅지 위에 남자가 올라타 앉았다. 남자는 연신 요모의 양 뺨을 쓰다듬었다.

이거 더 재밌게 됐는데.”

힘겨루기라도 해보자는 건가?”

악마 정도는 내가 이겨. 항상 그래왔으니까.”

교만하구나.”

맞아. 그러니까 우리는 생각보다 더 잘 맞을지도.”

요모는 몸을 완전히 뒤로 뉘었다. 남자는 슬금슬금 요모의 몸을 타고 올라와 남자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댔다. 살아있는 인간의 체온이 느껴졌다. 요모는 혀로 제 아랫입술을 훑었다.

  이 사람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그 느낌은 어떨까? 가히 상상하기 힘든 감각일 것이라고, 요모는 제멋대로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탐이 나는 영혼이었다. 욕구를 이렇게 자극하는 인간이라니. 이런 영혼은 얼마만인가.

  “이름.” 

  “그걸 말하면 쓰나.”

  “인간들이 알고 있는 이름은 있을 거 아니야.”

  “렌지.”

  렌, . 하고 남자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의 따뜻한 숨이 요모의 얼굴에 달큰하게 끼쳤다.

  “나는 우타.”

  그 이름을 듣고 요모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십자가를 뒤집은 이름이라니. 요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가 악마보다 신에 더욱 가까이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신이 선택한 새로운 방식일지도 모르지. 타고나길 욕망에 약한 악마들을 공략하려면 이렇게 제 욕망에 충실한 하인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타라니. 신을 섬기는 자가 할 만한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신을 섬기는 사람이 아니야.”

  요모의 감상에 우타가 느릿한 목소리로 답했다.

  “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지.”

  “이해가 안 되는군.”

  “이해할 필요는 없어. 나는 신의 사랑을 받는다. 그뿐인 거야.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하고서도, 아직도 너를 죽일 수 있는 권능이 있는 거야.”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요모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췄다. 요모는 제 입술을 핥다 결국엔 입안까지 밀려들어오는 우타의 혀를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그의 말캉한 혀끝이 요모의 혀를 핥고, 얽었다. 요모는 우타의 목덜미를 껴안았다.

  옷을 갈아입었다지만 아직은 물기가 있는 우타의 몸이 요모의 손바닥에 뜨겁게 달라붙었다.

  “렌지, 지금까지 내 손에서 죽어간 악마가 몇인지 알아?”

  “궁금하지 않아.”

  “내 밑에서 죽어간 악마가 몇인지는 좀 더 궁금할 텐데.”

  “그다지.”

  “역시 교만인가.”

  그 말에 요모는 소리 없이 웃었다.

  “색욕보다 굴복시키기 어려운 것이 교만인 법이지.”

  “, 교만이랑은 처음이야.” 

  “이런. 네 밑에서 죽어난 동료들의 수가 얼마 되지는 않는가보네.”

  “자신 만만한 모습, 보기 좋아. 나중에 이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되는걸.”

  우타는 한 번 더 입을 맞추며, 요모의 차게 젖은 옷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 손길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뜨거워서 요모는 자기도 모르게 엷은 신음을 뱉었다. 우타의 손은 아주 천천히 요모의 축축한 허리를 손바닥으로 훑었다.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죽어간 악마가 많을지도. 요모는 그 사이의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았서, 도발적으로 우타의 입술을 탐했다.

 

***

 

이렇게 미묘하게 끝나는 이유는

뒷 부분의 수위를 어디까지 정해야할지 아직 고민중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나올 폭우 (2)를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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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축전 이미지가 깨지는 바람에 티스토리에 업로드 합니다 ㅠㅡㅠ!!! 축전 주신 분들 너무 사랑하고 감사드려요...♥

 

 

 

가비님(@kabi_sama)

 

노바님 (@cham_supernova)

 

 

다니아벨님 (@Daniabel0513)

 

 

도쿄구울 카피페 소통계님 (@TG_Copi_Half_EX)

 

 

라냐님 (@RaNya_715)

 

메를로님 (@umm_Gemini)

 

 

이온님 (@akaito1122)

 

 

정하님 (@StayAlone1930)

 

 

지우님(@SPDKSEPFMXKFDLS)

 

 

호빵님 (@hoppang1120)

 

 

다시 한 번 더, 축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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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리x우리에  #For 덥제님

 

 

Y A G I

For. 덥제님

 

 

   그는 내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개가 되겠다고 말했다.

 

권력이란 말은 아주 많은 말로 대체할 수 있었다. 힘이나 가능성, 그것이 아니라면 수많은 죽음. 그중에서 우리에가 선택했던 것은 개였다. 충성심, 애정,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와슈 마츠리의 개.

우리에 쿠키라는 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는 아니었다. 그는 애완용으로 개량된 강아지가 아니었다. 언제든 제 주인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그 위로 올라서려고 하는 투견이었다.

우리에는 투견으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세계의 흐름은 점점 그를 그런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우리에는 짖으라 말하면 짖을 것이고 구르라 말하면 구를 것이었다. 인간은 항상 개들의 그런 행위를 주인에 대한 복종이라고 생각했다. 웃기는 일이었다. 그 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행위를 취하는 지엔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으면서, 그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다니.

아니, 그들은 즐거워해야 했다.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단순히 자신의 개가 그들을 보고 웃는 낯을 취하고 있다는 그 사실밖에 없었다. 그 안에 숨겨진 날카롭게 벼려진 송곳니 같은 것을 볼 필요는 없었다.

물론 우리에는 그렇게 웃음이 많은 개는 아니었다. 와슈 마츠리는 그것이 썩 좋았다.

마츠리는 이제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었고, 그렇게까지 발전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우리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때 그를 집어삼킨 혼란이 얼마나 깊고 어두운 것이었는가. 하지만 어떤 어둠에도 그 끝엔 빛이 있는 법이었다.

와슈 마츠리는 우리에 쿠키에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개가 되라고, 말했다. 우리에는 그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뒷짐을 서고 반듯하게 서 있는 우리에의 모습을 보며 마츠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에는 그 한숨의 의미 같은 것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것은 개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개는 주인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이유를 알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럴 때, 그를 위로할 수 있다면 되었다.

그래서 우리에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

 

우리에 너는 여전히 나의 개가 될 생각이 있나?”

물론입니다.”

언젠가 마츠리가 창밖을 내다보며 한 말이었다. 우리에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즉시 대답을 뱉었다. 물론 그의 머릿속에는 영 다른 생각이 들어있었다. 와슈 마츠리, 어쩌면 무너져가고 있는 이 인간을 어떻게 이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지. 어떻게 주인의 목을 물어뜯고, 또 다른 주인을 찾게 될 것인지.

마츠리는 창문에 비친 우리에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이 차갑게 단정했다. 마츠리는 그런 우리에의 눈빛이 좋았다.

네가 원하는 건 뭐지? 권력? ? 재력?”

지금보다 많은 구울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마츠리는 짧게 웃었다. 우리에는 자기 속마음을 잘 숨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방금 그 말은 너무 노골적인 거짓말이 아니었던가. 마츠리 자신이 알고 있는 우리에가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츠리는 그 말이 좋았다.

우리에 쿠키.”

그 말을 하며 마츠리는 몸을 돌려 우리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에는 마츠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알까?”

무슨 개소리야, 하고 우리에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잘 모르겠군요.”

나는 너와 사랑을 하고 싶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하는 것을 마츠리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우리에는 아주 정직하게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자신도 모르고 있겠지만, 그의 미간이 희미하게 접혀있었다.

그냥 듣고만 있어.”

마츠리는 그 말을 하곤 깊은숨을 내쉬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히 나는 알 수 없어.”

당연하지. 우리에의 생각이었다. 그가 자신의 계획을 눈치챌 가능성도 없었을뿐더러 눈치챈다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와슈 마츠리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체스 말을, 그것도 폰이 아닌 퀸에 가까운 체스 말을 쉽게 버릴 남자는 아니었다.

우리에는 가볍게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도 왜 자신을 하필이면 퀸의 자리에 두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에는 자신의 무의식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이런 상황은, 자신에게 적절하지 않았다.

우리에.”

.”

너는 내 개가 될 것인가, 내 연인이 될 것인가?”

저는 개가 되겠습니다.”

우리에는 이번에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하지만 마츠리는 그의 눈동자가 드물게 떨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를 사랑하기에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미미한 정보였다.

우리에는 왜 자신의 감정이 적절하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자신이 투견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주인을 죽이고 그 위치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는 우리에 자신이 투견으로 태어나지는 않은 걸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 스스로를 투견으로 만들어갔을 뿐이었다.

개의 충성심과, 주인에 대한 애정.”

그 말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 같지 않았다. 우리에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파고들어 손바닥이 얼얼해지기 시작했지만 우리에는 힘을 풀지 않았다.

우리에는 와슈 마츠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의 연인이 될 수 없는 것을, 연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완견이 된다는 것은. 와슈 마츠리에게 길들여진 단 하나의 투견이 된다는 것은.

드리겠습니다. 원하는 만큼.”

우리에는 그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에.”

.”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제가 언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까?”

   우리에의 다소 도발적인 발언에 마츠리는 엷게 웃었다. 왜 모든 흥분에는 욕정이 따라붙는가. 그것은 자신이 우리에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눈앞에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고, 자신이 우리에를 항상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그래서 네가 좋아.”

   그 말을 하며 마츠리는 손을 뻗어 우리에의 뺨을 만졌다. 우리에는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손에 자신의 뺨을 아주 가볍게 비볐다. 마치 자신의 착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희미한 감촉이었지만 마츠리는 그것이 우리에의 의지라고 생각했다.

   “우리에 쿠키. 너는 나의 개다.”

   “.”

 

   그는 나에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개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모든 투견은 주인을 물지 않도록 교육되는 법이었다. 그는 나를 교육할, 나의 주인이었다.

 

 

 

------

 

  아무도 제가 마츠우리를 쓸 줄 몰랐을 것입니다. 왜냐면 저도 몰랐거든요. 급하게 짠 시놉이고 딱히 내용이 없이 분위기만 존재하는 글인데... 일단 무언가 썼다는 것에 의미를 둡시다. 사실 마츠리도, 우리에도 아직은 캐해석이 약한 친구들이라.... 뭐랄까 음 캐해석이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놀라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마츠우리가....... 재밌네요........

  그래서 일단 이런 글을 써봤습니다. 뭔가......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이전의 손풀기 같은 느낌의.... .. 그러니까. .. 마츠우리를 파게 될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문득......

  이 글을 읽으신 다른 분들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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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요모 동거물

 

 

 

Coffee House

 

Y A G I

 

 

요모는 아침에 먼저 일어나면 항상 잠든 우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세상 편한 얼굴이군. 우타의 얼굴을 보면서 요모가 종종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요모는 우타를 깨우지 않았다. 이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우타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그는 퍽 좋아했다.

이러고 있자면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모는 어떤 신화에 나오는, 평생 잠들어버린 소년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던 여신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마치 자신의 기분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요모는 손을 뻗어 우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우타는 살포시 눈을 뜨고 요모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깨어있었으면서 자는 척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좋은 아침, 렌지.”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요모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두툼한 것치고는 크게 무겁지도 않은 이불이 그의 가슴에서 배로 말리듯 내려갔다. 우타는 요모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방법이었다.

 

요모가 느끼기에, 치약의 맛은 항상 미묘했다. 맛이 아예 없는 치약을 쓰고 있지만 양치를 할 때마다 자꾸 무슨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기분 탓인가. 요모는 칫솔로 어금니를 닦으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다.

우타는 조금 뒤늦게 칫솔에 치약을 짰다. 요모의 것과 색만 다른 치약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거울을 보며 이를 닦았다. 우타는 요모가 거품을 뱉는 타이밍에 맞춰 장난스럽게 그의 엉덩이를 툭 건드렸다. 미간을 찡그린 요모가 고개를 가볍게 돌려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양치를 하고 있었다.

양치하는 동안에는 건들지 마.”

내가 뭘 했다고 그러시나.”

하여튼, 뻔뻔하긴.”

그게 내 매력이지.”

그 말에 요모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어서, 뭐라 반박하기가 힘들었다. 요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우타가 자신을 더 건드리기 전에 빨리 양치를 마치는 수밖에 없었다.

미지근한 물을 받아 입을 헹구는 요모를 바라보며 우타는 슬쩍 웃었다. 우타는 일부러 칫솔질의 속도를 늦췄다. 우타는 거울을 통해 요모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제법 즐거운 일이었다. 요모가 마지막으로 입을 헹굴 때, 두 사람의 시선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맞았다. 우타는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항상 그런 아침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시답잖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함, 또는 평화로움. 요모 외에 지루하지 않은 평화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우타는 입을 헹구며 자신의 질문을 스스로 부정했다.

나 커피 내려줘.”

안 그래도 하던 중이야.”

우타는 요모의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맡는 커피 향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우타는 요모의 넓은 등에 제 얼굴을 비볐다.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같이 사니까 좋다. 진작에 같이 살 걸 그랬나 봐.”

뭐가 제일 좋은데?”

렌지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주는 거. 렌지 커피 맛있잖아.”

그게 제일 좋은 거야?”

설마.”

요모의 말에 우타가 짓궂게 웃었다. 요모는 더 물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두 사람 분량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뜨거운 물로 둥글게 원을 한 번 더 그렸을 뿐이었다. 우타는 발뒤꿈치를 들어 요모가 나긋하면서도 섬세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보았다.

요모의 커피는 요모이기에 낼 수 있는 맛을 냈다. 우타는 그래서 요모의 커피를 좋아했다. 마치 요모를 마시는 느낌이어서, 그랬다. 자신이 알고 있는 요모의 삶과 자신이 알 수 없었던 요모의 삶은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그랬다.

렌지는 나랑 같이 사는 게 좋아?”

. ?”

그냥 궁금하잖아. 왜 같이 사는 게 좋아?”

우타 너를 매일 볼 수 있잖아.”

되게 훅 들어오네.”

우타는 요모의 허리를 껴안은 손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불편할 법도 한데 요모는 우타를 내치지 않았다.

잠꼬대도 들을 수 있고.”

나 잠꼬대해?”

가끔씩, 하고 우타의 말에 답하며 요모는 팔을 뻗어 커피잔을 두 개 꺼냈다. 요모다운 취향의,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잔이었다. 요모는 천천히 커피를 잔에 따랐다. 김과 함께 커피의 향이 천천히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꿈에서도 나를 찾더라.”

잔과 받힘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덜그럭, 하고 났다. 요모가 몸을 돌리기에 우타는 요모이 허리를 껴안고 있던 손을 놓쳤다. 요모의 양손에는 커피잔 두 개가 나란히 들려 있었다.

없어지지 말라고.”

그 말을 하고 요모는 먼저 식탁으로 향했다. 우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없어지지 말라니. 왜 그런 말을. 우타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나무도 아니면서 나무인 척 하고 있는 바닥재에는 알 수 없는 옹이구멍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요모는 먼저 식탁에 앉았다. 우타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다. 우타의 시선이 천천히 요모에게 향했다. 요모는 작게 한숨을 쉬고 우타에게 향했다. 우타는 멀뚱히 요모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 너를 두고 어디 안 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줘야지.”

요모는 우타를 껴안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우타는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보았다. 다시 고개가 아래로 내려왔을 때, 그의 입술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 믿음직스럽네.”

커피 마셔. 식기 전에.”

고마워.”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식탁에 앉아 거의 동시에 제 입술에 컵을 가져다 대었다.

 

**

 

  오늘은 저 노래를 들으며 계속 썼기 때문에 이미지를 유튜브 영상으로 대신했습니다.

  더불어 아 사람이 시놉시를 쓸 때는 쫌 많은 분량을 써둬야 만족스러운 분량이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사실 분량 짧은 글을 쓰면 항상 그런 생각을 하는데, 사람은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네요. 앞으로는 조금 더 열심히 시놉시스를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우타요모에 허덕이던 저에게 주제를 던져주신 으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타가 요모 엉덩이 툭 치고 지나가는 거 너무 귀여워서 글에도 한 번 넣어봤습니다.

 

  오늘의 TMI : 구울들은 치약의 민트맛도 역겨워할까? 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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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 우타X인간 요모  #식인 소재가 사용되었음 (아주 직접적인 묘사는 X)  #진단메이커

 

 

 

공범

 

 

Y A G I

 

 

그 때 우타는 요모를 보고 선배, 하고 말했다.

세상에는 보지 않아도 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했다. 요모 렌지는 그것을 아주 잘 아는 인간이었고, 덕분에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간혹 요모의 의지로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곤 했다. 예를 들면, 지금 요모의 눈앞에 서 있는 우타와 같은 일들이었다. 그에게선 피 냄새가 나고 있었다. 요모는 지금껏 한 번도 피 냄새를 적나라하게 맡아본 적이 없었지만, 이것이 피 냄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혁안을 보았다.

선배.”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

그때 요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요모는 그의 피 냄새를 못 본 척 했다. 우타의 뒤에 누워 신체의 일부분이 이미 사라진, 인간이었던 것도 못 본 척 했다. 요모는 그저 우타가 자신을 선배가 아닌 이름으로 불러주기만을 바랐다.

렌지.”

그리고 우타는 요모를 선배도, 요모도 아닌, 렌지, 라고 불렀다.

우타는 혀로 그의 붉은 입술을 핥았다. 요모는 우타에게서 도망쳐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요모의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죽는다. 이러다가는 죽는다.

하지만 요모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우타를 바라보았다. 요모보다 약간 키가 작은 우타는 요모를 가볍게 올려보았다. 요모의 머릿속을 탐색하는 듯한 그의 시선에 요모는 아주 살짝 몸을 떨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해? 렌지는 구울도 아닌 것 같은데.”

요모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타는 아하, 하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한 감탄사를 뱉었다. 우타는 렌지, 하고 요모를 불렀고 요모는 입을 여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 렌지는 살고 싶어, 아니면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정답을 골라버렸네.”

요모는 지금껏 우타에게 품어왔던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다. 사실 고백이라고 말하기도 미묘한 상황이었다. 우타 역시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고백이라기보다는, 어떤 사실의 단순 기술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했다.

우타는 몸을 옆으로 비켜 요모가 시체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요모는 가볍게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뿐이었다. 우타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렌지는 뭔가 마음에 들어.”

그날로 요모는 우타와 함께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인간을 우타에게 데려가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요모는 솔깃한 꼬드김을 인간의 귓가에 속삭이기만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우타의 몫이었다. 요모는 우타가 식사를 하는 동안, 근처 골목에 서서 멍하니 가로등이 불빛을 흘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올까 봐 감시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타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오직 그뿐이었다.

요모는 대부분 식사를 하고 있는 우타를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끔씩 요모가 마지막까지 그를 기다리면 그는 요모에게 키스를 했다. 우타와의 키스는 항상 비렸다. 요모는 의외로 그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요모는 우타와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럴 때마다 요모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요모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생존 욕구일 수도 있었지만, 요모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타는 결코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요모는 조금 초조했지만, 그저 그를 사랑하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런 일까지 하는 거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우타와 함께 존재 하고 싶었지만.

요모는 그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되었다. 인간과 구울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타와 요모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요모의 욕심 때문이었다. 요모는 우타와의 키스가 더 이상 비리지 않았으면 했다. 우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비로 그 시선이 식욕이더라도, 그랬다.

 

그래서 언젠가 요모는 다른 사람 대신 우타가 기다리고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우타가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의 표정 변화는 미미했다. 그때 요모는 자신이 우타에게 그가 먹어치운 인간들 이하의 무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나야. 우타, 네 손으로 나를 죽여줘.”

그때 렌지는, 살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

우타는 우둘투둘한 시멘트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요모 쪽으로 다가왔다. 요모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품 안으로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요모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그저 우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그러면 이제, 나를 사랑하지 마. 그게 맞는 거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없잖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될 거야.”

우타는 주머니에서 몇 개인가의 신분증을 꺼내 요모에게 건넸다. 요모는 그것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익숙하고 싶지 않지만, 익숙해져 버린 얼굴들이었다. 자신이 죽인 얼굴들은 신분증 안에서 다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 이 중 누군가는 이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했을 것이었다.

우타.”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하고 싶어.”

그건, 사랑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까운 거야.”

우타는 요모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타의 양손이 요모의 목덜미에 닿았다. 그 손끝이 예상보다 차가워서, 요모는 몸을 움찔 떨었다.

습관. 잊어야 할 나쁜 습관.”

우타는 요모의 목을 아주 가볍게 졸랐다. 숨은 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갑갑함이 없는 건 아닌, 딱 그런 애매한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우타는 곧 그 손을 풀었다. 그리고 대신에 그는 축축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그는 요모에게 키스했다.

애초에 렌지와 나는 엮이면 안 됐을지도 몰라.”

비리지 않은 키스는 처음이었다. 우타의 키스는,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나는 이제, 렌지의 인생에서 없어질 거야.”

우타.”

렌지는, 선배는 이제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

요모는 우타를 잡을 수 없었다. 요모는 자신의 손에 담긴 신분증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요모는 그것들을 모두 그 골목에 버렸다. 죽은 이들의 흔적이 엉망으로 흩어졌다.

그것 역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요모는 우타를 떠올렸다. 그를 이 골목에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자신은, 살고 싶다고 대답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우타는 요모의 대답이 정답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오답투성이의 길이었을지도 몰랐다. 요모는 구울도 아니면서 구울의 길에 이미 접어 들어버렸다.

이제 와서 되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요모는 별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우타를 생각했다. 우타 역시, 인간의 길로는 접어들 수 없는 존재였다.

 

 

***

 

 

  쓰고 난 직후에 했던 생각 : 나 역시 ..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게 아닐까.... 이 진단이 아니라.. 다른 진단을 했어야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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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썼던 <My Sweety> (http://hereisyagi.tistory.com/66?category=719922) 의 이후 내용

# 케이크버스  # 어느정도 적나라한 섹스 묘사 있음

 

 

 

Time Bomb

 

Y A G I

 

 

요모는 목을 뒤로 젖히며 달뜬 숨을 뱉었다. 지금 이 상황에도 이성의 끈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요모에게는 상당히 기적적인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타의 손끝이 요모의 허리와 골반을 쓸었다. 그 예민한 감각보다 요모를 자극하는 것은 우타의 체취였다.

그는 냄새는 유독 독특했다. 다른 케이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각이 있었다.

우타, 그만.”

싫은데.”

우타…….”

이제 와서 그만두면 재미없잖아.”

우타는 혀끝으로 요모의 아랫배를 핥았다. 포크의 맛은, 우타도 잘 몰랐다. 그저 케이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타는 요모의 아랫배에 입을 맞추고, 가볍게 깨물며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우타의 손 아래에 잡힌 요모의 손목이 움찔 흔들렸다. 우타는 숨을 내쉬었다. 요모의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그는 생생히 느끼고 있었다.

이런 장난은, 더 이상 싫어.”

장난 같은 거 아니야.”

우타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진지했다. 우타가 불쑥 몸을 위로 올려 요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요모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나는 렌지를 그 정도로 좋아하고 있어.”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마.”

요모는 우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요모가 긴 숨을 뱉는 소리가 우타의 귓가에 스쳤다. 우타는 요모의 귓바퀴를 앞니로 가볍게 깨물었다. 이런 작은 자극에도 요모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우타는 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런 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잖아?”

우타.”

우타의 이름을 부르는 요모의 목소리엔 물기가 축축하게 묻어 있었다. 이렇게 나오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데. 요모는 우타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미끈한 체온이 우타에게 옮겨붙었다.

렌지한테라면 먹혀도 좋아. 물론 그 전에, 내가 렌지를 먹어버릴 거지만.”

우타는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요모는 우타를 밀어내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아래에서 간간이 몸을 움찔거리며 우타를 받아내고 있었다. 요모의 목울대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우타는 그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요모의 축축한 신음이 방안을 조용히 채웠다. 요모는 손톱을 세워 우타의 등을 긁었지만, 우타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우타는 요모가 제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무는 것을 보았다.

필시 식욕을 참고 있는 것이겠지.

울지 마.”

우타는 요모의 눈 밑을 엄지로 쓸었다. 요모는 우타의 손 대신 자신의 손을 깨무는 것으로 식욕을, 그리고 식욕과 아주 가까이 닿아있는 성욕을 참았다. 그럴수록 우타는 몸을 강하게 움직였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모의 신음에 섞여 흩어졌다.

우타는 요모의 손을 잡아 깍지를 껴 침대에 푹 눌렀다. 정제되지 않은 소리들이 흘러넘쳤고, 그럴수록 요모는 자신의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우타의 목덜미가 신경 쓰였다. 요모는 충동적으로 우타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그의 잇자국을 따라 엷은 핏자국이 배어 나왔다.

옳지.”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웃었다. 그는 정말로, 이대로 요모에게 먹혀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요모는 우타를 깨무는 대신에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의 모든 것을 받아내었다.

 

결국 안 먹었네.”

후회할 것 같아서.”

다음에 또 해줄 거야?”

아니.”

요모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우타가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의 격렬함이 지나가고 난 후에는 파도처럼 잔잔한 감정과 온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우타는 그 감각을 즐기고 있었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나 봐.”

그 반대라서, 문제라는 거야.”

그러면 다음에 또 해주라.”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스릴있잖아.”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웃었다. 요모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우타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우타는 여전히, 공들인 세공품처럼 아름다웠고,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요모는 또다시 제 입술을 깨물었다.

항상 렌지랑 같이 있으면 재미있었어.”

우타는 요모의 입술을 매만졌다. 더 이상 요모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피를 흘려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어야만 했다. 우타는 요모라면 자신의 생을, 쾌락을 모두 맡길 수 있었다.

섹스도 마찬가지야. 이런 섹스를 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랑은 못한단 말이야.”

우타는 그 말을 하며 요모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요모의 이마에는 엷게 땀이 배어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렌지가 책임져야지. 안 그래?”

  “우타.”

  “싫어?”

  아니, 하고 요모가 주저하며 말했다. 요모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질문에는 항상 솔직하게 답했다. 그것이 우타가 요모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좋아해, 렌지.”

  그 말에 요모는 반응하지 않았다. 우타는 요모의 허리를 껴안았다. 복잡한 관계였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그들은 연인이 아니었고, 상대를 먹거나 상대에게 먹히고 싶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관계. 우타는 요모와 자신의 관계를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이 요모와의 관계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우타는 요모가 좋았다. 자신을 먹지 않는 요모가,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을 먹어버릴 요모가, 우타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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