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울 우타X인간 요모 #식인 소재가 사용되었음 (아주 직접적인 묘사는 X) #진단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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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Y A G I
그 때 우타는 요모를 보고 선배, 하고 말했다.
세상에는 보지 않아도 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했다. 요모 렌지는 그것을 아주 잘 아는 인간이었고, 덕분에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간혹 요모의 의지로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곤 했다. 예를 들면, 지금 요모의 눈앞에 서 있는 우타와 같은 일들이었다. 그에게선 피 냄새가 나고 있었다. 요모는 지금껏 한 번도 피 냄새를 적나라하게 맡아본 적이 없었지만, 이것이 피 냄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혁안을 보았다.
“선배.”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
그때 요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요모는 그의 피 냄새를 못 본 척 했다. 우타의 뒤에 누워 신체의 일부분이 이미 사라진, 인간이었던 것도 못 본 척 했다. 요모는 그저 우타가 자신을 선배가 아닌 이름으로 불러주기만을 바랐다.
“렌지.”
그리고 우타는 요모를 선배도, 요모도 아닌, 렌지, 라고 불렀다.
우타는 혀로 그의 붉은 입술을 핥았다. 요모는 우타에게서 도망쳐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요모의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죽는다. 이러다가는 죽는다.
하지만 요모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우타를 바라보았다. 요모보다 약간 키가 작은 우타는 요모를 가볍게 올려보았다. 요모의 머릿속을 탐색하는 듯한 그의 시선에 요모는 아주 살짝 몸을 떨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해? 렌지는 구울도 아닌 것 같은데.”
요모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타는 아하, 하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한 감탄사를 뱉었다. 우타는 렌지, 하고 요모를 불렀고 요모는 입을 여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 렌지는 살고 싶어, 아니면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정답을 골라버렸네.”
요모는 지금껏 우타에게 품어왔던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다. 사실 고백이라고 말하기도 미묘한 상황이었다. 우타 역시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고백이라기보다는, 어떤 사실의 단순 기술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했다.
우타는 몸을 옆으로 비켜 요모가 시체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요모는 가볍게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뿐이었다. 우타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렌지는 뭔가 마음에 들어.”
그날로 요모는 우타와 함께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인간을 우타에게 데려가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요모는 솔깃한 꼬드김을 인간의 귓가에 속삭이기만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우타의 몫이었다. 요모는 우타가 식사를 하는 동안, 근처 골목에 서서 멍하니 가로등이 불빛을 흘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올까 봐 감시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타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오직 그뿐이었다.
요모는 대부분 식사를 하고 있는 우타를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끔씩 요모가 마지막까지 그를 기다리면 그는 요모에게 키스를 했다. 우타와의 키스는 항상 비렸다. 요모는 의외로 그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요모는 우타와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럴 때마다 요모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요모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생존 욕구일 수도 있었지만, 요모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타는 결코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요모는 조금 초조했지만, 그저 그를 사랑하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런 일까지 하는 거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우타와 함께 존재 하고 싶었지만.
요모는 그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되었다. 인간과 구울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타와 요모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요모의 욕심 때문이었다. 요모는 우타와의 키스가 더 이상 비리지 않았으면 했다. 우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비로 그 시선이 식욕이더라도, 그랬다.
그래서 언젠가 요모는 다른 사람 대신 우타가 기다리고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우타가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의 표정 변화는 미미했다. 그때 요모는 자신이 우타에게 그가 먹어치운 인간들 이하의 무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나야. 우타, 네 손으로 나를 죽여줘.”
“그때 렌지는, 살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
우타는 우둘투둘한 시멘트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요모 쪽으로 다가왔다. 요모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품 안으로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요모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그저 우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그러면 이제, 나를 사랑하지 마. 그게 맞는 거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없잖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될 거야.”
우타는 주머니에서 몇 개인가의 신분증을 꺼내 요모에게 건넸다. 요모는 그것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익숙하고 싶지 않지만, 익숙해져 버린 얼굴들이었다. 자신이 죽인 얼굴들은 신분증 안에서 다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 이 중 누군가는 이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했을 것이었다.
“우타.”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하고 싶어.”
“그건, 사랑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까운 거야.”
우타는 요모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타의 양손이 요모의 목덜미에 닿았다. 그 손끝이 예상보다 차가워서, 요모는 몸을 움찔 떨었다.
“습관. 잊어야 할 나쁜 습관.”
우타는 요모의 목을 아주 가볍게 졸랐다. 숨은 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갑갑함이 없는 건 아닌, 딱 그런 애매한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우타는 곧 그 손을 풀었다. 그리고 대신에 그는 축축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그는 요모에게 키스했다.
“애초에 렌지와 나는 엮이면 안 됐을지도 몰라.”
비리지 않은 키스는 처음이었다. 우타의 키스는,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나는 이제, 렌지의 인생에서 없어질 거야.”
“우타.”
“렌지는, 선배는 이제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
요모는 우타를 잡을 수 없었다. 요모는 자신의 손에 담긴 신분증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요모는 그것들을 모두 그 골목에 버렸다. 죽은 이들의 흔적이 엉망으로 흩어졌다.
그것 역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요모는 우타를 떠올렸다. 그를 이 골목에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자신은, 살고 싶다고 대답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우타는 요모의 대답이 정답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오답투성이의 길이었을지도 몰랐다. 요모는 구울도 아니면서 구울의 길에 이미 접어 들어버렸다.
이제 와서 되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요모는 별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우타를 생각했다. 우타 역시, 인간의 길로는 접어들 수 없는 존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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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난 직후에 했던 생각 : 나 역시 ..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게 아닐까.... 이 진단이 아니라.. 다른 진단을 했어야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