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우타 X 악마 요모 

 

 

폭우

 

Y A G I

 

 

그날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우산을 써도 퍼붓는 비를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었다. 요모 렌지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온 세상을 빈틈없이 덮고 있었다. 이런 날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괜찮을지도.

안녕.”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잘못일지도 몰랐다. 신이란 작자가 말하기를, 그는 항상 인간을 굽어살피고 있었으니까. 요모가 쓰고 있던 검은 장우산이 바닥에 뒹굴었다.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가 따가웠다. 요모의 눈앞에는 온통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악마 주제에, 생긴 게 제법 취향이네?”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

정말로?”

남자의 입술에 걸린 피어싱이 빗물에 젖어 번들거렸다. 요모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 이 녀석은 신의 총애를 받고 있구나. 남자의 오른손이 요모의 목을 가볍게 졸랐다. 요모는 남자의 손이 닿은 부분이 따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생긴 건 엄하게 생겨가지고서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요모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남자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한 말이 취향 어쩌고 하는 말이어서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빗소리가 자꾸 남자의 말을 막았다. 남자는 요모의 목을 조르던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나랑 지낼래?”

죽을래.”

저기, 미안한데. 내가 묻긴 했지만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남자가 빙긋 웃으며 요모에게서 두 발 뒤로 물러섰다. 어쩌자는 건지. 요모는 멀뚱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서슴없이 요모에게 등을 보이며 말했다.

따라와.”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먼저 발을 옮겼다. 긴장을 하지 않는 타입인 걸까, 아니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걸까? 요모는 어느 쪽인지 선택할 수 없어 그 자리에 굳은 듯이 서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요모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남자가 뒤돌아 요모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째서인지 미소가 걸려있었다. 결코 악마를 대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미소였다.

  “도망칠 거야?”

  “아니.”

  요모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우산을 다시 쓰려다 말고 그냥 남자의 뒤를 따랐다. 도망쳐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거라는 걸, 요모는 잘 알 수 있었다. 남자의 콧노래가 빗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요모의 귓바퀴를 스쳤다.

 

요모는 남자의 집 벽에 반쯤 기대어 서 있었다. 남자가 요모에게 자신의 옷을 권했지만 요모는 단호하게 그것을 거절했다. 딱 봐도 사이즈가 작았다. 요모는 그 대신에 건넨 수건은 거절하지 않았다.

악마의 몸은 감기 따위에 걸릴 정도로 연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둔감하지도 않았다. 요모는 수건으로 얼굴을 꾹꾹 누르듯 닦곤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요모의 눈앞에서 서슴없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요모는 잠시 눈을 피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저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남자의 마른 몸에 새겨진 수많은 문신이 요모의 시선을 끌었다. 요모는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닦았다. 제 몸에서 나온 물기를 머금은 수건이 순식간에 축축해졌다.

너는, 신부는 아닌 것 같은데.”

. 파문당해서.”

이유는?”

글쎄, 왤까?”

검은 와이셔츠의 단추를 채우던 남자가 요모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나긋한 발걸음으로 요모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물론 아직 하의는 입지 않은 채였다. 어쩌면 굳이 하의를 입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의 허벅지를 가볍게 덮은 와이셔츠가 그가 움직일 때마다 살랑거렸다.

직접 맞춰보지 않을래?”

남자는 손끝으로 요모의 턱선을 매만졌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흐린 조명 아래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요모는 남자의 나긋한 목소리가 영 신경에 거슬렸다. 신의 목소리보다는, 악마의 목소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사람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와 욕망을 툭툭 건드려 결국엔 터지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목소리. 요모는 그가 파문당했다는 말을 곱씹었다.

너는 무슨 악마야? 이왕이면 색욕 쪽이면 좋겠는데.”

유감이지만, 나는 교만이야.”

오호. 프라이드가 높으시단 말이구만.”

그 말을 하며 남자는 요모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 쪽으로 던지듯 그를 눕혔다. 마른 몸에서 나오기 힘들 정도의 힘에, 요모는 가볍게 놀란 숨을 내쉬었다. 역시 일반 사람과는 다르다는 건가.

침대에 걸터앉듯 누워있는 요모의 허벅지 위에 남자가 올라타 앉았다. 남자는 연신 요모의 양 뺨을 쓰다듬었다.

이거 더 재밌게 됐는데.”

힘겨루기라도 해보자는 건가?”

악마 정도는 내가 이겨. 항상 그래왔으니까.”

교만하구나.”

맞아. 그러니까 우리는 생각보다 더 잘 맞을지도.”

요모는 몸을 완전히 뒤로 뉘었다. 남자는 슬금슬금 요모의 몸을 타고 올라와 남자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댔다. 살아있는 인간의 체온이 느껴졌다. 요모는 혀로 제 아랫입술을 훑었다.

  이 사람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그 느낌은 어떨까? 가히 상상하기 힘든 감각일 것이라고, 요모는 제멋대로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탐이 나는 영혼이었다. 욕구를 이렇게 자극하는 인간이라니. 이런 영혼은 얼마만인가.

  “이름.” 

  “그걸 말하면 쓰나.”

  “인간들이 알고 있는 이름은 있을 거 아니야.”

  “렌지.”

  렌, . 하고 남자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의 따뜻한 숨이 요모의 얼굴에 달큰하게 끼쳤다.

  “나는 우타.”

  그 이름을 듣고 요모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십자가를 뒤집은 이름이라니. 요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가 악마보다 신에 더욱 가까이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신이 선택한 새로운 방식일지도 모르지. 타고나길 욕망에 약한 악마들을 공략하려면 이렇게 제 욕망에 충실한 하인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타라니. 신을 섬기는 자가 할 만한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신을 섬기는 사람이 아니야.”

  요모의 감상에 우타가 느릿한 목소리로 답했다.

  “신이 사랑하는 사람이지.”

  “이해가 안 되는군.”

  “이해할 필요는 없어. 나는 신의 사랑을 받는다. 그뿐인 거야.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하고서도, 아직도 너를 죽일 수 있는 권능이 있는 거야.”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요모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췄다. 요모는 제 입술을 핥다 결국엔 입안까지 밀려들어오는 우타의 혀를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그의 말캉한 혀끝이 요모의 혀를 핥고, 얽었다. 요모는 우타의 목덜미를 껴안았다.

  옷을 갈아입었다지만 아직은 물기가 있는 우타의 몸이 요모의 손바닥에 뜨겁게 달라붙었다.

  “렌지, 지금까지 내 손에서 죽어간 악마가 몇인지 알아?”

  “궁금하지 않아.”

  “내 밑에서 죽어간 악마가 몇인지는 좀 더 궁금할 텐데.”

  “그다지.”

  “역시 교만인가.”

  그 말에 요모는 소리 없이 웃었다.

  “색욕보다 굴복시키기 어려운 것이 교만인 법이지.”

  “, 교만이랑은 처음이야.” 

  “이런. 네 밑에서 죽어난 동료들의 수가 얼마 되지는 않는가보네.”

  “자신 만만한 모습, 보기 좋아. 나중에 이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되는걸.”

  우타는 한 번 더 입을 맞추며, 요모의 차게 젖은 옷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 손길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뜨거워서 요모는 자기도 모르게 엷은 신음을 뱉었다. 우타의 손은 아주 천천히 요모의 축축한 허리를 손바닥으로 훑었다.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죽어간 악마가 많을지도. 요모는 그 사이의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았서, 도발적으로 우타의 입술을 탐했다.

 

***

 

이렇게 미묘하게 끝나는 이유는

뒷 부분의 수위를 어디까지 정해야할지 아직 고민중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나올 폭우 (2)를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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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리x우리에  #For 덥제님

 

 

Y A G I

For. 덥제님

 

 

   그는 내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개가 되겠다고 말했다.

 

권력이란 말은 아주 많은 말로 대체할 수 있었다. 힘이나 가능성, 그것이 아니라면 수많은 죽음. 그중에서 우리에가 선택했던 것은 개였다. 충성심, 애정,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와슈 마츠리의 개.

우리에 쿠키라는 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는 아니었다. 그는 애완용으로 개량된 강아지가 아니었다. 언제든 제 주인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그 위로 올라서려고 하는 투견이었다.

우리에는 투견으로 태어나진 않았지만 세계의 흐름은 점점 그를 그런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우리에는 짖으라 말하면 짖을 것이고 구르라 말하면 구를 것이었다. 인간은 항상 개들의 그런 행위를 주인에 대한 복종이라고 생각했다. 웃기는 일이었다. 그 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행위를 취하는 지엔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으면서, 그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다니.

아니, 그들은 즐거워해야 했다.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단순히 자신의 개가 그들을 보고 웃는 낯을 취하고 있다는 그 사실밖에 없었다. 그 안에 숨겨진 날카롭게 벼려진 송곳니 같은 것을 볼 필요는 없었다.

물론 우리에는 그렇게 웃음이 많은 개는 아니었다. 와슈 마츠리는 그것이 썩 좋았다.

마츠리는 이제 자신의 감정을 어느 정도 다스릴 수 있었고, 그렇게까지 발전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우리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때 그를 집어삼킨 혼란이 얼마나 깊고 어두운 것이었는가. 하지만 어떤 어둠에도 그 끝엔 빛이 있는 법이었다.

와슈 마츠리는 우리에 쿠키에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개가 되라고, 말했다. 우리에는 그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뒷짐을 서고 반듯하게 서 있는 우리에의 모습을 보며 마츠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에는 그 한숨의 의미 같은 것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것은 개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었다. 개는 주인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이유를 알 필요가 없었다. 그저 그럴 때, 그를 위로할 수 있다면 되었다.

그래서 우리에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였다.

 

*

 

우리에 너는 여전히 나의 개가 될 생각이 있나?”

물론입니다.”

언젠가 마츠리가 창밖을 내다보며 한 말이었다. 우리에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즉시 대답을 뱉었다. 물론 그의 머릿속에는 영 다른 생각이 들어있었다. 와슈 마츠리, 어쩌면 무너져가고 있는 이 인간을 어떻게 이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지. 어떻게 주인의 목을 물어뜯고, 또 다른 주인을 찾게 될 것인지.

마츠리는 창문에 비친 우리에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이 차갑게 단정했다. 마츠리는 그런 우리에의 눈빛이 좋았다.

네가 원하는 건 뭐지? 권력? ? 재력?”

지금보다 많은 구울을,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마츠리는 짧게 웃었다. 우리에는 자기 속마음을 잘 숨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방금 그 말은 너무 노골적인 거짓말이 아니었던가. 마츠리 자신이 알고 있는 우리에가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츠리는 그 말이 좋았다.

우리에 쿠키.”

그 말을 하며 마츠리는 몸을 돌려 우리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에는 마츠리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는 알까?”

무슨 개소리야, 하고 우리에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잘 모르겠군요.”

나는 너와 사랑을 하고 싶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하는 것을 마츠리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우리에는 아주 정직하게 입을 꾹 다물었다. 아마 자신도 모르고 있겠지만, 그의 미간이 희미하게 접혀있었다.

그냥 듣고만 있어.”

마츠리는 그 말을 하곤 깊은숨을 내쉬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히 나는 알 수 없어.”

당연하지. 우리에의 생각이었다. 그가 자신의 계획을 눈치챌 가능성도 없었을뿐더러 눈치챈다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와슈 마츠리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체스 말을, 그것도 폰이 아닌 퀸에 가까운 체스 말을 쉽게 버릴 남자는 아니었다.

우리에는 가볍게 자신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도 왜 자신을 하필이면 퀸의 자리에 두었는지 알 수 없었다. 우리에는 자신의 무의식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이런 상황은, 자신에게 적절하지 않았다.

우리에.”

.”

너는 내 개가 될 것인가, 내 연인이 될 것인가?”

저는 개가 되겠습니다.”

우리에는 이번에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하지만 마츠리는 그의 눈동자가 드물게 떨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를 사랑하기에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미미한 정보였다.

우리에는 왜 자신의 감정이 적절하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자신이 투견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주인을 죽이고 그 위치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는 우리에 자신이 투견으로 태어나지는 않은 걸 알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 스스로를 투견으로 만들어갔을 뿐이었다.

개의 충성심과, 주인에 대한 애정.”

그 말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 같지 않았다. 우리에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파고들어 손바닥이 얼얼해지기 시작했지만 우리에는 힘을 풀지 않았다.

우리에는 와슈 마츠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의 연인이 될 수 없는 것을, 연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완견이 된다는 것은. 와슈 마츠리에게 길들여진 단 하나의 투견이 된다는 것은.

드리겠습니다. 원하는 만큼.”

우리에는 그 정도는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에.”

.”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제가 언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까?”

   우리에의 다소 도발적인 발언에 마츠리는 엷게 웃었다. 왜 모든 흥분에는 욕정이 따라붙는가. 그것은 자신이 우리에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자신의 눈앞에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고, 자신이 우리에를 항상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그래서 네가 좋아.”

   그 말을 하며 마츠리는 손을 뻗어 우리에의 뺨을 만졌다. 우리에는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손에 자신의 뺨을 아주 가볍게 비볐다. 마치 자신의 착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희미한 감촉이었지만 마츠리는 그것이 우리에의 의지라고 생각했다.

   “우리에 쿠키. 너는 나의 개다.”

   “.”

 

   그는 나에게 개가 되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개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모든 투견은 주인을 물지 않도록 교육되는 법이었다. 그는 나를 교육할, 나의 주인이었다.

 

 

 

------

 

  아무도 제가 마츠우리를 쓸 줄 몰랐을 것입니다. 왜냐면 저도 몰랐거든요. 급하게 짠 시놉이고 딱히 내용이 없이 분위기만 존재하는 글인데... 일단 무언가 썼다는 것에 의미를 둡시다. 사실 마츠리도, 우리에도 아직은 캐해석이 약한 친구들이라.... 뭐랄까 음 캐해석이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놀라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마츠우리가....... 재밌네요........

  그래서 일단 이런 글을 써봤습니다. 뭔가......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이전의 손풀기 같은 느낌의.... .. 그러니까. .. 마츠우리를 파게 될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문득......

  이 글을 읽으신 다른 분들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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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요모 동거물

 

 

 

Coffee House

 

Y A G I

 

 

요모는 아침에 먼저 일어나면 항상 잠든 우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세상 편한 얼굴이군. 우타의 얼굴을 보면서 요모가 종종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요모는 우타를 깨우지 않았다. 이렇게 평온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우타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그는 퍽 좋아했다.

이러고 있자면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모는 어떤 신화에 나오는, 평생 잠들어버린 소년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던 여신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마치 자신의 기분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요모는 손을 뻗어 우타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우타는 살포시 눈을 뜨고 요모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깨어있었으면서 자는 척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좋은 아침, 렌지.”

좋은 아침.”

일찍 일어났네.”

요모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두툼한 것치고는 크게 무겁지도 않은 이불이 그의 가슴에서 배로 말리듯 내려갔다. 우타는 요모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방법이었다.

 

요모가 느끼기에, 치약의 맛은 항상 미묘했다. 맛이 아예 없는 치약을 쓰고 있지만 양치를 할 때마다 자꾸 무슨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기분 탓인가. 요모는 칫솔로 어금니를 닦으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다.

우타는 조금 뒤늦게 칫솔에 치약을 짰다. 요모의 것과 색만 다른 치약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거울을 보며 이를 닦았다. 우타는 요모가 거품을 뱉는 타이밍에 맞춰 장난스럽게 그의 엉덩이를 툭 건드렸다. 미간을 찡그린 요모가 고개를 가볍게 돌려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양치를 하고 있었다.

양치하는 동안에는 건들지 마.”

내가 뭘 했다고 그러시나.”

하여튼, 뻔뻔하긴.”

그게 내 매력이지.”

그 말에 요모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어서, 뭐라 반박하기가 힘들었다. 요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우타가 자신을 더 건드리기 전에 빨리 양치를 마치는 수밖에 없었다.

미지근한 물을 받아 입을 헹구는 요모를 바라보며 우타는 슬쩍 웃었다. 우타는 일부러 칫솔질의 속도를 늦췄다. 우타는 거울을 통해 요모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제법 즐거운 일이었다. 요모가 마지막으로 입을 헹굴 때, 두 사람의 시선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맞았다. 우타는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항상 그런 아침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시답잖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 그런 평범함, 또는 평화로움. 요모 외에 지루하지 않은 평화로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우타는 입을 헹구며 자신의 질문을 스스로 부정했다.

나 커피 내려줘.”

안 그래도 하던 중이야.”

우타는 요모의 뒤에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침부터 맡는 커피 향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우타는 요모의 넓은 등에 제 얼굴을 비볐다. 어쩐지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같이 사니까 좋다. 진작에 같이 살 걸 그랬나 봐.”

뭐가 제일 좋은데?”

렌지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주는 거. 렌지 커피 맛있잖아.”

그게 제일 좋은 거야?”

설마.”

요모의 말에 우타가 짓궂게 웃었다. 요모는 더 물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두 사람 분량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뜨거운 물로 둥글게 원을 한 번 더 그렸을 뿐이었다. 우타는 발뒤꿈치를 들어 요모가 나긋하면서도 섬세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을 보았다.

요모의 커피는 요모이기에 낼 수 있는 맛을 냈다. 우타는 그래서 요모의 커피를 좋아했다. 마치 요모를 마시는 느낌이어서, 그랬다. 자신이 알고 있는 요모의 삶과 자신이 알 수 없었던 요모의 삶은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그랬다.

렌지는 나랑 같이 사는 게 좋아?”

. ?”

그냥 궁금하잖아. 왜 같이 사는 게 좋아?”

우타 너를 매일 볼 수 있잖아.”

되게 훅 들어오네.”

우타는 요모의 허리를 껴안은 손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불편할 법도 한데 요모는 우타를 내치지 않았다.

잠꼬대도 들을 수 있고.”

나 잠꼬대해?”

가끔씩, 하고 우타의 말에 답하며 요모는 팔을 뻗어 커피잔을 두 개 꺼냈다. 요모다운 취향의,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잔이었다. 요모는 천천히 커피를 잔에 따랐다. 김과 함께 커피의 향이 천천히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꿈에서도 나를 찾더라.”

잔과 받힘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덜그럭, 하고 났다. 요모가 몸을 돌리기에 우타는 요모이 허리를 껴안고 있던 손을 놓쳤다. 요모의 양손에는 커피잔 두 개가 나란히 들려 있었다.

없어지지 말라고.”

그 말을 하고 요모는 먼저 식탁으로 향했다. 우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없어지지 말라니. 왜 그런 말을. 우타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나무도 아니면서 나무인 척 하고 있는 바닥재에는 알 수 없는 옹이구멍 같은 것이 그려져 있었다.

요모는 먼저 식탁에 앉았다. 우타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다. 우타의 시선이 천천히 요모에게 향했다. 요모는 작게 한숨을 쉬고 우타에게 향했다. 우타는 멀뚱히 요모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 너를 두고 어디 안 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줘야지.”

요모는 우타를 껴안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우타는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보았다. 다시 고개가 아래로 내려왔을 때, 그의 입술에는 엷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 믿음직스럽네.”

커피 마셔. 식기 전에.”

고마워.”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식탁에 앉아 거의 동시에 제 입술에 컵을 가져다 대었다.

 

**

 

  오늘은 저 노래를 들으며 계속 썼기 때문에 이미지를 유튜브 영상으로 대신했습니다.

  더불어 아 사람이 시놉시를 쓸 때는 쫌 많은 분량을 써둬야 만족스러운 분량이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사실 분량 짧은 글을 쓰면 항상 그런 생각을 하는데, 사람은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네요. 앞으로는 조금 더 열심히 시놉시스를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우타요모에 허덕이던 저에게 주제를 던져주신 으흐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타가 요모 엉덩이 툭 치고 지나가는 거 너무 귀여워서 글에도 한 번 넣어봤습니다.

 

  오늘의 TMI : 구울들은 치약의 민트맛도 역겨워할까? 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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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 우타X인간 요모  #식인 소재가 사용되었음 (아주 직접적인 묘사는 X)  #진단메이커

 

 

 

공범

 

 

Y A G I

 

 

그 때 우타는 요모를 보고 선배, 하고 말했다.

세상에는 보지 않아도 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이 존재했다. 요모 렌지는 그것을 아주 잘 아는 인간이었고, 덕분에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간혹 요모의 의지로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곤 했다. 예를 들면, 지금 요모의 눈앞에 서 있는 우타와 같은 일들이었다. 그에게선 피 냄새가 나고 있었다. 요모는 지금껏 한 번도 피 냄새를 적나라하게 맡아본 적이 없었지만, 이것이 피 냄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혁안을 보았다.

선배.”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

그때 요모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요모는 그의 피 냄새를 못 본 척 했다. 우타의 뒤에 누워 신체의 일부분이 이미 사라진, 인간이었던 것도 못 본 척 했다. 요모는 그저 우타가 자신을 선배가 아닌 이름으로 불러주기만을 바랐다.

렌지.”

그리고 우타는 요모를 선배도, 요모도 아닌, 렌지, 라고 불렀다.

우타는 혀로 그의 붉은 입술을 핥았다. 요모는 우타에게서 도망쳐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요모의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죽는다. 이러다가는 죽는다.

하지만 요모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우타를 바라보았다. 요모보다 약간 키가 작은 우타는 요모를 가볍게 올려보았다. 요모의 머릿속을 탐색하는 듯한 그의 시선에 요모는 아주 살짝 몸을 떨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태연해? 렌지는 구울도 아닌 것 같은데.”

요모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타는 아하, 하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한 감탄사를 뱉었다. 우타는 렌지, 하고 요모를 불렀고 요모는 입을 여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 렌지는 살고 싶어, 아니면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정답을 골라버렸네.”

요모는 지금껏 우타에게 품어왔던 자신의 감정을 고백했다. 사실 고백이라고 말하기도 미묘한 상황이었다. 우타 역시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고백이라기보다는, 어떤 사실의 단순 기술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했다.

우타는 몸을 옆으로 비켜 요모가 시체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요모는 가볍게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뿐이었다. 우타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렌지는 뭔가 마음에 들어.”

그날로 요모는 우타와 함께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인간을 우타에게 데려가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요모는 솔깃한 꼬드김을 인간의 귓가에 속삭이기만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우타의 몫이었다. 요모는 우타가 식사를 하는 동안, 근처 골목에 서서 멍하니 가로등이 불빛을 흘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올까 봐 감시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타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오직 그뿐이었다.

요모는 대부분 식사를 하고 있는 우타를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가끔씩 요모가 마지막까지 그를 기다리면 그는 요모에게 키스를 했다. 우타와의 키스는 항상 비렸다. 요모는 의외로 그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요모는 우타와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그럴 때마다 요모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요모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생존 욕구일 수도 있었지만, 요모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타는 결코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요모는 조금 초조했지만, 그저 그를 사랑하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런 일까지 하는 거니까. 이런 식으로라도 우타와 함께 존재 하고 싶었지만.

요모는 그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을 자연히 깨닫게 되었다. 인간과 구울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타와 요모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요모의 욕심 때문이었다. 요모는 우타와의 키스가 더 이상 비리지 않았으면 했다. 우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비로 그 시선이 식욕이더라도, 그랬다.

 

그래서 언젠가 요모는 다른 사람 대신 우타가 기다리고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던 우타가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의 표정 변화는 미미했다. 그때 요모는 자신이 우타에게 그가 먹어치운 인간들 이하의 무언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나야. 우타, 네 손으로 나를 죽여줘.”

그때 렌지는, 살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

우타는 우둘투둘한 시멘트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요모 쪽으로 다가왔다. 요모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품 안으로 달려들고 싶었다. 하지만 요모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그저 우타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그러면 이제, 나를 사랑하지 마. 그게 맞는 거야.”

그게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없잖아.”

나를 사랑하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될 거야.”

우타는 주머니에서 몇 개인가의 신분증을 꺼내 요모에게 건넸다. 요모는 그것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익숙하고 싶지 않지만, 익숙해져 버린 얼굴들이었다. 자신이 죽인 얼굴들은 신분증 안에서 다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 이 중 누군가는 이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했을 것이었다.

우타.”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하고 싶어.”

그건, 사랑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까운 거야.”

우타는 요모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타의 양손이 요모의 목덜미에 닿았다. 그 손끝이 예상보다 차가워서, 요모는 몸을 움찔 떨었다.

습관. 잊어야 할 나쁜 습관.”

우타는 요모의 목을 아주 가볍게 졸랐다. 숨은 쉴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갑갑함이 없는 건 아닌, 딱 그런 애매한 정도의 압박감이었다. 우타는 곧 그 손을 풀었다. 그리고 대신에 그는 축축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그는 요모에게 키스했다.

애초에 렌지와 나는 엮이면 안 됐을지도 몰라.”

비리지 않은 키스는 처음이었다. 우타의 키스는,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나는 이제, 렌지의 인생에서 없어질 거야.”

우타.”

렌지는, 선배는 이제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

요모는 우타를 잡을 수 없었다. 요모는 자신의 손에 담긴 신분증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요모는 그것들을 모두 그 골목에 버렸다. 죽은 이들의 흔적이 엉망으로 흩어졌다.

그것 역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요모는 우타를 떠올렸다. 그를 이 골목에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자신은, 살고 싶다고 대답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우타는 요모의 대답이 정답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오답투성이의 길이었을지도 몰랐다. 요모는 구울도 아니면서 구울의 길에 이미 접어 들어버렸다.

이제 와서 되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요모는 별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우타를 생각했다. 우타 역시, 인간의 길로는 접어들 수 없는 존재였다.

 

 

***

 

 

  쓰고 난 직후에 했던 생각 : 나 역시 ..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게 아닐까.... 이 진단이 아니라.. 다른 진단을 했어야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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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썼던 <My Sweety> (http://hereisyagi.tistory.com/66?category=719922) 의 이후 내용

# 케이크버스  # 어느정도 적나라한 섹스 묘사 있음

 

 

 

Time Bomb

 

Y A G I

 

 

요모는 목을 뒤로 젖히며 달뜬 숨을 뱉었다. 지금 이 상황에도 이성의 끈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요모에게는 상당히 기적적인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타의 손끝이 요모의 허리와 골반을 쓸었다. 그 예민한 감각보다 요모를 자극하는 것은 우타의 체취였다.

그는 냄새는 유독 독특했다. 다른 케이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각이 있었다.

우타, 그만.”

싫은데.”

우타…….”

이제 와서 그만두면 재미없잖아.”

우타는 혀끝으로 요모의 아랫배를 핥았다. 포크의 맛은, 우타도 잘 몰랐다. 그저 케이크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우타는 요모의 아랫배에 입을 맞추고, 가볍게 깨물며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우타의 손 아래에 잡힌 요모의 손목이 움찔 흔들렸다. 우타는 숨을 내쉬었다. 요모의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그는 생생히 느끼고 있었다.

이런 장난은, 더 이상 싫어.”

장난 같은 거 아니야.”

우타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진지했다. 우타가 불쑥 몸을 위로 올려 요모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요모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나는 렌지를 그 정도로 좋아하고 있어.”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마.”

요모는 우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요모가 긴 숨을 뱉는 소리가 우타의 귓가에 스쳤다. 우타는 요모의 귓바퀴를 앞니로 가볍게 깨물었다. 이런 작은 자극에도 요모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우타는 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런 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잖아?”

우타.”

우타의 이름을 부르는 요모의 목소리엔 물기가 축축하게 묻어 있었다. 이렇게 나오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는데. 요모는 우타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미끈한 체온이 우타에게 옮겨붙었다.

렌지한테라면 먹혀도 좋아. 물론 그 전에, 내가 렌지를 먹어버릴 거지만.”

우타는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요모는 우타를 밀어내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아래에서 간간이 몸을 움찔거리며 우타를 받아내고 있었다. 요모의 목울대가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우타는 그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요모의 축축한 신음이 방안을 조용히 채웠다. 요모는 손톱을 세워 우타의 등을 긁었지만, 우타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우타는 요모가 제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무는 것을 보았다.

필시 식욕을 참고 있는 것이겠지.

울지 마.”

우타는 요모의 눈 밑을 엄지로 쓸었다. 요모는 우타의 손 대신 자신의 손을 깨무는 것으로 식욕을, 그리고 식욕과 아주 가까이 닿아있는 성욕을 참았다. 그럴수록 우타는 몸을 강하게 움직였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모의 신음에 섞여 흩어졌다.

우타는 요모의 손을 잡아 깍지를 껴 침대에 푹 눌렀다. 정제되지 않은 소리들이 흘러넘쳤고, 그럴수록 요모는 자신의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우타의 목덜미가 신경 쓰였다. 요모는 충동적으로 우타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그의 잇자국을 따라 엷은 핏자국이 배어 나왔다.

옳지.”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웃었다. 그는 정말로, 이대로 요모에게 먹혀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요모는 우타를 깨무는 대신에 강하게 끌어안으며, 그의 모든 것을 받아내었다.

 

결국 안 먹었네.”

후회할 것 같아서.”

다음에 또 해줄 거야?”

아니.”

요모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우타가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의 격렬함이 지나가고 난 후에는 파도처럼 잔잔한 감정과 온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우타는 그 감각을 즐기고 있었다.

별로 마음에 안 들었나 봐.”

그 반대라서, 문제라는 거야.”

그러면 다음에 또 해주라.”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스릴있잖아.”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웃었다. 요모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우타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우타는 여전히, 공들인 세공품처럼 아름다웠고,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요모는 또다시 제 입술을 깨물었다.

항상 렌지랑 같이 있으면 재미있었어.”

우타는 요모의 입술을 매만졌다. 더 이상 요모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피를 흘려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어야만 했다. 우타는 요모라면 자신의 생을, 쾌락을 모두 맡길 수 있었다.

섹스도 마찬가지야. 이런 섹스를 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랑은 못한단 말이야.”

우타는 그 말을 하며 요모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요모의 이마에는 엷게 땀이 배어 나와 있었다.

  “그러니까 렌지가 책임져야지. 안 그래?”

  “우타.”

  “싫어?”

  아니, 하고 요모가 주저하며 말했다. 요모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질문에는 항상 솔직하게 답했다. 그것이 우타가 요모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좋아해, 렌지.”

  그 말에 요모는 반응하지 않았다. 우타는 요모의 허리를 껴안았다. 복잡한 관계였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그들은 연인이 아니었고, 상대를 먹거나 상대에게 먹히고 싶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관계. 우타는 요모와 자신의 관계를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것들이 요모와의 관계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우타는 요모가 좋았다. 자신을 먹지 않는 요모가,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을 먹어버릴 요모가, 우타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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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요모  #어쩌다 우타는 10대 요모를 만나고 어쩌다 요모는 10대 우타를 만나는 그런 시리즈

 

 

신드롬

 

Y A G I

 

 

 

요모 렌지는 잠에서 깨었음에도 바로 눈을 뜨지 않았다. 자신이 아주 잘 아는 냄새가 났다. 요모는 누군가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것을 느끼곤 눈을 떴다. 좋은 아침. 우타가 요모를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눈앞에 있는 우타는, 더 이상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요모는 우타가 제 얼굴을 만지는 것을 가만히 두었다. 우타의 손이 요모의 눈 밑을, 광대를, 그리고 귓불까지 아주 부드럽게 스쳤다. 그의 손길은 마냥 나긋했다. 요모는 가볍게 눈을 감고 그 손길을 느꼈다.

돌아와서 다행이다.”

.”

어린애랑은 이런 거 못 하잖아.”

그런 것치고 같은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맹세할게. 아무 짓도 안 했어.”

우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래서 요모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게 단호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요모는 우타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과는, 확실히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겠지. 모든 것이 불안정한 그때에 비해서 지금은, 최소한 하나의 확신은 갖고 있으니까.

우타가. 그러니까 어린 네가 나한테 뭘 하려 했는지 알아?”

키스나 하려고 했겠지.”

사람 진짜 잘 안 바뀌는구나.”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는대.”

그 뒤로 시간이 꽤 흘렀잖아.”

, 그건 그렇지만.”

요모는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평생 익숙해질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천장이, 이렇게 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이제는 당연해 보였다.

키스했어?”

아니.”

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옆에서 우타가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눈동자만 움직여 그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요모를 따라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두 사람은 잠시 나란히 누워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어쩐지 노곤한 시간이었다.

우타.”

?”

그때 나랑 키스한 게, 혹시 첫 키스였어?”

요모의 질문에 우타가 재밌다는 듯 웃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고개를 돌려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부스스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첫 키스였다면 어떨 것 같아?”

지금 키스하고 싶을 것 같아.”

만약 첫 키스가 아니었다면?”

그래도.”

하고 싶어. 요모는 우타에게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요모가 우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요모의 손바닥이 매끈한 우타의 뺨을 타고 내렸다. 요모는 숨이 많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중요한 거, 아니잖아.”

그렇지.”

우타의 입술은 따뜻했다. 요모는 그의 목덜미를 껴안았다. 우타가 슬금슬금 요모의 몸 위로 올라왔다. 아침 햇살이 그의 입술을 촉촉하게 비추고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아래에서, 그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우타의 입술이 요모의 이마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우리 둘 다 이상한 꿈이라도 꾼 걸까.”

나는 별로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

?”

그냥, 좋았어. 간만에 어린 렌지를 만나서.”

우타의 목소리는 나긋했다. 그새 우타는 요모의 목덜미를 깨물고 있었다. 요모는 우타의 귓가에 달아오른 숨을 뱉었다.

그래도 난 지금의 렌이 더 좋아.”

마찬가지야.”

어린 렌지랑은 이런 거, 못하니까.”

우타의 말에 요모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의 섬세하면서도 굳은살이 박혀있는 긴 손이 요모의 옷 안을 쓸었다. 요모는 눈을 감고 약간은 차가운 그의 손길을 느꼈다. 그렇지. 어린 우타랑은, 이런 거 못 하지.

요모는 한 번 더 우타의 입술을 찾았다. 우타는 물론 그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

 

 

*

 

 

우타.”

, ? 렌지?”

어른이 된 너를 보고 왔어.”

어라, 우연이네. 나도 다 큰 렌지를 봤는데.”

우타는 요모를 보고 웃었다. 다시 작아졌네. 우타는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 것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우타는 자신의 몫에 제법 만족하고 있었다.

어땠어?”

수염 기르고 있던데.”

거짓말.”

진짜야.”

요모는 가볍게 미간을 좁히며 제 턱을 문질렀다. 어른이 되면 수염이 어울리는 것일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요모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잘 어울렸어.”

요모는 우타의 그 말이, 그저 한번 해 본 빈말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어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 우타는 요모의 허벅지 위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요모는 그다지 표정 변화 없이 눈앞의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요모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 요모한테 키스하려고 했다.”

했어?”

글쎄. 어떨 것 같아?”

우타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요모는 가볍게 침을 삼켰다. 아직도 우타가 이렇게 나올 때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어른이 된 자신은 조금 더 우타를 잘 대할 수 있을까. 요모는 눈동자를 돌려 우타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렌지는 어땠으면 좋겠어?”

안 했으면 좋겠어.”

다행이네. 안 했어.”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요모 쪽으로 조금 더 몸을 기울였다. 요모는 이번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요모의 귓가에 우타의 나긋한 목소리가 그의 숨소리와 함께 섞여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 거야.”

요모는 우타의 허리를 안았다. 우타와의 첫 키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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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우타X요모  #어쩌다 우타는 10대 요모를 만나고 어쩌다 요모는 10대 우타를 만나는 그런 시리즈

 

 

 

신드롬

 

Y A G I

 

 

  요모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묘한 기시감이 드는 장소였다. 완전히 낯설지는 않은데, 동시에 자신이 완전히 속해있지도 않은 그런 공간. 요모는 자신이 왜 갑자기 이곳에 서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요모의 뒤편에서 마찬가지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요모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몸을 돌렸다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곤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그곳엔 우타가 서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자신 앞에 있는 우타가 과거의 우타라는 점이었다.

  청소년 시절의,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우타.

  “익숙한 냄새가 나네.”

  “우타…….”

  “어라,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우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고개를 몇 번 갸웃거렸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가를 반복했다.

  “이상하게 익숙하네. 우리 오늘 처음 보는 거 맞지?”

  “아마.”

  “이름이 뭐야? 나는, . 이미 알고 있구나.”

  “렌지.”

  요모의 대답에 우타는 재미있다는 듯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렌지, . 설마 내가 아는 렌지인 거야? 하는 우타의 질문에 요모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렌지가 이렇게 자라다니.”

  그래서 불만이야?”

  그쪽이었나. 요모는 우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우타는 자신의 기억보다 훨씬 더 작아 보였다. 그때는 왜 그렇게 우타가 커 보였는지.

  아니.”

  우타의 대답에 요모는 희미하게 웃었다. 요모는 익숙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우타는 그 모습을 보고 소리 없이 웃었다.

  렌지, 내 생각보다 많이 컸구나. 이제는 수염도 기르고.”

  , 사실 너보다도 더 커졌어.”

  거짓말!”

  정말인데.”

  으음, 하고 우타가 미간을 좁혔다. 그게 그렇게 싫은가. 잠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타가 뭔가를 결심한 듯 혼자 고개를 끄덕이기에, 요모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부터 노력하면 렌보다 크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안 될걸.”

  우타가 쳇,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요모는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그 당시엔 이때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도, 평안하지도 않았던 때 같았는데, 막상 돌아와 보니 그런 것도 아니다 싶었다.

  아니면 자신이 그만큼 자라버린 걸지도. 요모는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우타가 슬쩍 요모를 바라본 채 요모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의 의중을 바로 알 수가 없어서, 요모는 한쪽 눈썹을 움찔 움직이며 우타를 바라보았다.

  저기, 렌지. 나 렌지한테 키스해봐도 돼?”

  우타의 얼굴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것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요모는 가만히 그 얼굴을 보고 있었다. 우타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우타가 속삭이듯 요모에게 말을 건넸다.

  사실 나 이거 첫 키스다.”

  그럼 안 돼.”

  요모는 왼손으로 우타의 입술을 밀어냈다. 우타의 표정이 금세 불만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 첫 키스란 게 무슨 대수야?”

  “이왕이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과거의 나랑 해주면 좋겠어.”

  요모의 말에 우타가 흠, 하고 그의 말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우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요모의 허벅지 위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요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요모는 그런 우타를 굳이 밀어내지는 않았다. 애초에 밀어낸다고 밀릴 성격도 아니었고.

  “있잖아. 첫 키스라는 말 믿었어?”

  우타의 목소리는 나긋했다. 그의 체온이 요모의 온몸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요모는 슬쩍 그런 우타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우타가 키득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내가 키스 한 번 안 해봤을 것 같아?”

  “아니.”

  “하지만 렌지가 한 말엔 공감했어.”

  “만약에 돌아오면키스할 거야?”

  “그건 렌지가 더욱 잘 알지 않아? 렌지는 그 시간들을 겪어 왔으니까.”

  요모는 입을 다물었다. 했었지, 우리. 새삼스러운 자신의 첫 키스였다. 그리고 아마 우타도 그럴지도 몰랐다. 아니라고 얘기하곤 있지만, 요모는 아까 그의 얼굴을 순식간에 스치고 지나간 긴장의 기운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기억보다 10대의 그는 조금 더 알기 쉬운 사람이었다. 요모는 그런 우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요모는 힘을 주어 우타의 허리를 안았다. 우타는 요모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우타 특유의 냄새가 났다.

  “있잖아, 렌지.”

  우타가 부르기에 요모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우타의 커다란 눈동자가 오롯이 요모를 향하고 있었다.

  “나와의 키스는 어땠어?”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가 아니라 좋았어, 면 안 되는 거야?”

  우타의 말에 요모는 그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우타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정말로, 이때의 우타는 알기 쉬웠다.

  “좋았어. 엄청.”

  “나도 아마, 그랬을 거야.”

  그 말을 하며 우타가 웃었다. 웃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요모는 생각했다. 우리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그가 웃는 모습은 그대로라는 사실이 요모의 기분을 편하게 만들었다.

  “갈 곳 없지?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 .”

  그 말을 하며 우타는 그제야 요모의 허벅지에서 내려갔다. 요모는 자신의 허벅지를 누르고 있던 무게가 없어지자 괜히 헛헛한 기분이 들어 손바닥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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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X10대 요모   #어쩌다 우타는 10대 요모를 만나고 어쩌다 요모는 10대 우타를 만나는 그런 시리즈

 

 

 

신드롬

 

Y A G I

 

 

우타는 누군가 작업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꽤 조심스러운 소리였다. 우타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일정을 정리했지만 오늘 이곳을 찾아오기로 약속된 사람은 없었다.

뭐 어때.

우타는 작업물을 그대로 작업대 위에 올려놓곤 손님을 맞이하러 발을 옮겼다. 재미있는 일들은 항상,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만남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었다. 우타는 오늘의 이 만남도 그런 것이길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우타는 조금은 무거운 가게의 문을 열었고, 자신 앞에 서 있는 어린 남자아이를 보았다.

이런.

우타는 속으로 짧게 혀를 찼다. 우타의 눈앞에는 십 대쯤으로 보이는 어린아이 하나가 서 있었다. 아이는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우타를 올려다보았다. 우타는 그 눈빛을, 얼굴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여기는 어쩐 일이야?”

눈을 떠보니 여기였어.”

일단 들어올래?”

우타는 몸을 옆으로 비켜 그가 들어올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천천히 가게 안쪽으로 들어왔다. 우타는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작은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요모 렌지의 얼굴이었다.

우타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야 들여야 할지 몰라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봐도 저 아이는 자신이 렌지를 처음 만났을 때 봤던 그 얼굴과 그 분위기였다. 지금보다 조금 더 신경을 날카롭게 벼려놓은 아이.

이 낯선 상황에 아이는 온몸으로 긴장을 뿜어대고 있었다. 우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의 렌지를 다시 보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우타와 요모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요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우타와는 달리, 요모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먼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깬 것은 우타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였다.

이름이 뭐야?”

렌지.”

돼지?”

렌지!”

그 말에 우타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역시 내가 아는 그 렌지가 맞구나. 우타는 조금 마음이 놓이는 것도 같았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이 상황에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너는 이름이 뭔데.”

우타.”

정말로?”

요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타를 바라보았다. 우타는 희마하게 웃었다. 이때의 요모도 제법 알기 쉬운 편이었다. 우타는 그래서 요모를 좋아했다. 자신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존재. 우타가 아는 모든 요모는 그런 사람이었다.

. 내 이름이랑 똑같은 친구가 있어?”

요모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긴 것도 비슷해서, 더 놀랐는데.”

나도 너랑 이름이 똑같은 친구가 있어.”

나랑 닮았어?”

글세. 내가 아는 렌은 키가 이만큼 큰데. 너는 아니잖아.”

우타는 요모의 한참 위쪽으로 손을 뻗어 공중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듯 손을 움직였다. 우타는 그것을 보고 요모가 가볍게 발끈한 것을 느꼈다. 역시 어리구나. 우타는 손을 내리고 요모를 향해 소리 없이 웃어 보였다.

지낼 곳 없지?”

요모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 없이 고개만을 끄덕이는 게 요모답다고, 우타는 생각했다.

당분간은 여기 있어도 돼.”

고마워.”

이 정도 가지고 뭘.”

그 대화를 끝으로 우타는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가게를 한 바퀴 돌며 자신이 만든 가면을 살펴보던 요모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우타가 가면을 만드는 것을 구경했다. 우타는 그의 시선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할 일을 이어갔다.

손재주가 더 좋아졌네.”

나는 더 이상 10대가 아니어서.”

그 말을 하고 우타는 곁눈질로 요모를 슬쩍 바라보았다. 자존심이 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는 고개를 한쪽으로 살짝 기울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뭘 고민하는 걸까. 우타는 방금 서로가 나눈 대화를 복기해봤지만 그중에서 저 정도로 신경 쓸만한 말은 딱히 없다고 느꼈다. 우타는 들고 있던 가위를 놓고 요모를 바라보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뭔데? 답해줄 수 있는 거라면 말해줄게.”

요모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꺼내기를 조금 주저하고 있었다. 우타는 빙긋 웃으며 요모가 말을 꺼내기를 침착하게 기다렸다.

아니, 기다리지 않아도 요모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우타는 선수를 치는 대신 요모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그 말을 하길 기다렸다.

너는렌지를. 아니, 그러니까. 이 세계의 어른이 된 렌지를 좋아해?”

뭐야, . 나를 좋아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렌지, 어렸을 땐 역시 조금 더 귀여운 구석이 있었나. 우타는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말 안 해줄래.”

심술부리긴.”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그렇게 묻는 건 뭔가 반칙 같잖아.”

너는 반칙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틀린 말은 아닌데. 연애 문제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 말에 동의라도 한 듯, 요모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하는 답을 했다. 그 이후로 요모가 먼저 우타에게 말을 꺼내는 법은 없었지만 우타는 그것이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과 요모의 관계는 항상 그랬으니까.

우타는 괜히 기분이 들떠 예상보다 일찍 작업을 마감했다.

 

  “렌지. ?”

  “아니.”

  “아까 물었던 거 말이야.”

  “.”

  두 사람은 우타의 침대에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누워있었다. 어느 누구도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 우타는 몸을 돌려 요모를 바라보았다. 우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답은 아니라도 힌트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요모의 의문스러운 시선이 우타에게 닿았다. 우타는 그 자그맣고 보드러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요모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우타는 나긋하게 그쪽으로 몸을 옮겨 요모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요모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져서, 우타는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어둠 속에서도 요모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는 것을 우타는 느낄 수 있었다.

  “잘 자. 렌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이 얼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 말을 하며 우타는 요모에게서 등을 돌려 누웠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편하게 잠에 들기는 힘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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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우이  #후루타는 봐도 봐도 모르겠다 미스테리  #정하님 리퀘스트

 

 

비밀

 

Y A G I

For. 정하님

 

 

 

그는 매우 단단하게 곧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기 쉽다고 말할 수 있나. 후루타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쩌면 알기 쉬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속이기 쉬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적당할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후루타는 그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낯선 감각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의 감각. 아주 약간의 불안과, 초조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모순적인 기대감. 후루타는 우이 코오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우이 코오리는 자신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그 생각을 하면 후루타는 웃음부터 나왔다.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 곧을 수 있을까. 후루타로서는 그다지 공감을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인간의 슬픔이나 반항 따위를 그런 것으로 터트리다니. 어쩌면 우이 코오리의 무의식은 CCG의 멸망을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

정말로 그 멸망이 찾아온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즐거워할까, 아니면 괴로워할까.

너무 곧은 사람은 부러지기 쉬웠다. 후루타는 우이 코오리를 손바닥 위에 두고 손끝으로 그 끄트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부러트릴까. 아니면 이대로 둘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느 쪽이 더 재밌을까. 우이 코오리 정도 되는 사람이 자신을 후원해주면 CCG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일이 훨씬 편해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후루타는 그를 자꾸 망쳐버리고 싶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결국 그것을 파괴하는 것과 같았다.

후루타 니무라는 어쩌면 자신이 우이 코오리를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직까지 미처 정의내리지 못한 감정이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쿄의 거리에 가로등의 불빛이 천천히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도 어떤 사람은 죽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다. 살아남는다는 것. 아무런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게 되는 것.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우이 코오리는 무얼 위해 살고 있을까.

후루타는 우이의 그 모든 것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 엉성하게 깎아내린 절벽에서 내려오는 단 하나의 가느다란 밧줄. 후루타는 우이의 밧줄이 되고 싶었다. 표면이 거칠고 너무 가늘어서 제 몸을 맡기기 어려워 보이는 그런 밧줄이지만, 결국에는 온 힘을 다해서 붙잡게 되는 그런 것이. 그리고 그가 절벽의 끝을 바라보았을 때 끊어져 버려 결국에는 또다시 그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그런 밧줄이.

그것도 아니라면 그의 곁에 끝까지 남아 그의 목을 조르게 될 밧줄이 되고 싶었다.

 

후루타.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을까.

우이 코오리의 말에 후루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 이에게선 항상 희미한 연기 냄새가 났다. 후루타는 담배 냄새를 그렇게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일단 항상 단정한 그에게서 담배 냄새 따위가 나는 그 갭을 후루타는 퍽 좋아하고 있었다. 우이 코오리라는 단단한 인간의 자잘한 흠집 같은 것일까. 후루타는 머릿속으로 그 흠집들을 손끝으로 쓰다듬는 상상을 했다.

예민한 감각 아래에서 흐르는 잔물결 같은 느낌. 아마 옷 아래의 맨살을 쓰다듬을 때도 느껴질 그 섬세하고 희미한 촉감. 후루타는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서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꾸 눈앞에 그의 맨살이 어른거리는 탓이었다.

우이 씨.

.

후루타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짤막하게 답을 하는 우이 코오리의 입술이 가볍게 터있는 것을 발견했다. 후루타는 잘못 뜯어내면 선명한 붉은빛의 피가 배어 나올지도 모르는 그 연약하고 얇은 아랫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

뭐라도 묻었어?

아뇨. 그냥요.

후루타의 말에 우이 코오리는 눈동자만을 움직여 후루타를 바라보았다. 후루타는 그의 시선에 빙긋 웃어 보였다.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를 조금 더 모를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오래오래 볼 수 있으니까. 물론 그가 모든 사실을 알아버려도 우이 코오리를 잡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에게 두고 있던 시선을 곧 거두었다. 우이 코오리의 검은 머리카락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우이 씨, 하고 후루타는 또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

   음, 그런 것 같네요.

   그제야 우이 코오리는 고개를 들어 후루타를 바라보았다.

   있잖아요, 우이 씨.

   응.

   우이 씨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이의 손바닥 아래에서 가볍게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이 코오리는 한쪽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너무 충동적이었나. 후루타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가볍게 기울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우이 코오리의 시선은 조금 복잡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은 그렇게 단단하던 우이 코오리가 조금은 물러져 있는 상황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후루타는 또 웃었다.

   함께 일하면 편해요.

   ….

   무슨 생각을 했나요?

   아무것도.

   우이 씨는 제가 우이 씨를, 사적인 감정으로 좋아하면 좋겠나요?

   후루타의 말에 우이 코오리는 답하지 않고 다시 서류로 고개를 돌렸다. 대답할 가치도 없기 때문일까. 후루타는 그런 그의 속마음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어차피 우이 코오리는 후루타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커피 어때요? 수사관 표 특제 커피.

   나는 그냥 커피로 줘.

   재미없게. 수사관 표 특제 커피에는 제 사랑이 잔뜩 들어간다구요.

  우이 코오리는 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후루타는 그냥 조용히 웃었다.

 

 

***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쓰다보면 제목을 대충 정하게 됩니다

후루우이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완결나도 평생 제 캐해석 좀 이상한 것 같다고 얘기할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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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요모우타  #뱀 우타X인간 요모X나비 우타 #우타 본명 타우 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

 

 

나의 죽음에게

 

Y A G I

 

0

 

태초에 죽음의 신과 쾌락의 신은 한 몸이었다. 그것에 이유는 없었다. 그저 세상이 처음 구성되었을 때 삶과 함께 태어난 죽음의 품에 쾌락이 안겨져 있을 뿐이었다. 이 세상 어느 때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알고 싶은 만큼 죽음을 알지 못했지만, 그들은 죽음을 결코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죽음은 그들에게 약속된 순수한 쾌락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죽음의 신의 몸이 둘로 갈라지며 두 쌍둥이가 태어났다. 그들의 몸에 각각 죽음과 쾌락이 깃들지 않은 것은 누군가의 실수라고도 볼 수 있는, 하나의 우연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 세상에는 죽음과 쾌락의 신이 두 명이 되었다.

세상에 죽음이, 그리고 쾌락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1

 

   요모가 그를 만난 것은 요모 자신이 만들어 낸 시체들의 산 위에서였다. 요모는 자신의 것이 아닌 피를 뱉으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세상의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사위가 조용했다. 요모는 고개를 꺾어 뻐근한 몸을 풀었다.

   “이런, 이미 신의 곁으로 가버렸네.”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요모가 그 장소를 떠나려 했을 때였다. 그는 발소리조차 없이 요모의 곁에 다가와 있었다. 요모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는 요모가 죽인,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손목을 들었다가 툭 놓았다. 그의 몸을 잡아먹을 듯 휘감고 있는 문신과는 대조적으로 남자는 계절과 맞지 않게 헐렁한 차림이었다.

   마르고 키도 자신보다 작은 남자에게 요모는 어째서 두려움을 느꼈는가. 요모는 뒤로 한 걸음 발을 물리다 질퍽한 피 웅덩이를 밟고는 가볍게 인상을 구겼다.

   “걱정하지 마. 오늘 내가 데리러 온 건 네가 아니야.”

   남자의 미묘하게 높은 톤의 목소리가 겨울 공기를 울렸다. 요모는 의문을 알 수 없는 남자의 말에, 여전히 몸의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지 마. 아무리 그래도 너는 나를 죽이지 못할 것이야.”

   “무슨.”

   “그리고.”

   그리고, 하는 말로 남자는 요모의 입을 막았다. 그는 요모를 향해 느리게 다가왔다. 요모는 그런 그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다. 어쩌면 피할 수 없었다는 말이 더욱 가까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보다 압도적인 존재를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두려움. 요모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바로 그 두려움이었다.

   “다음에 봐, 렌지.”

   남자는 그 말과 함께 요모의 이마에 가벼운 키스를 남기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요모는 그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그가 어째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다음에 만나자는 말은 무엇인지, 왜 자신에게 키스를 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요모는 그가 입술을 남기고 간 곳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그의 몸에서는 희미한 단 냄새가 난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어떻게 그 냄새를 맡았는지는, 역시 요모가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요모는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 냄새는 마치 운명처럼 자신을 지긋지긋할 정도로 따라다니고 있던 냄새였다.

 

 

2

 

요모는 그의 생각보다 이른 시일에 남자를 다시 만났다. 그곳은 요모가 제 손바닥의 금을 내려다보듯 볼 수 있는, 도쿄의 어느 변두리에 얽혀있는 골목이었다. 그곳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깨진 술병의 조각들이 아주 천천히 바람에 의해 깎여갔고, 살아있는 생물의 내장처럼 꼬여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파이프에서 후끈한 열기가 주위를 데우고 있었다.

그 남자를 보고 털 사이사이에 까맣게 먼지가 내려앉은 길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둥글게 말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남자는 그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남자는 키스를 하고 있었다. 요모가 잘 알지 못하는 두 명의 남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진득하게 입을 맞췄다. 간간히 신음소리를 닮은 희미한 숨소리가 들렸다. 요모 렌지는 어째서인지 그들에게서 눈을 떼어내지 못했다. 이런 것을 보는 게 처음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뒤늦게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어쨌든 요모 렌지는 그들의 키스를 끝까지 바라보았다. 남자는 평생 떨어지지 않을 것 같던 입술을 떼어내며, 눈동자만을 돌려 요모를 바라보았다.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시선. 요모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두려움 따위가 아니었다. 두려움보다 조금 더 안쪽에 있는 것. 자신이 탐하면 안 되는 에덴동산의 사과 같은 것.

그 감정이 쾌락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요모 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남자와 입을 맞췄던 사람은 아주 느리게 다리가 풀려 무릎을 꿇었고, 남자는 방금까지 입을 맞추고 있던 그에게 더 이상의 관심을 주지 않았다. 요모는 본능처럼 그의 죽음을 깨닫고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너는정체가 뭐지?”

진짜 알고 싶어? 알면 후회할 텐데.”

남자는 자신의 앞에 떨어지듯 놓인 죽은 이의 손을 가뿐하게 건너 요모에게 다가왔다. 요모는 그의 또렷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해야 했다. 남자는 부드럽게 요모의 양 뺨을 붙잡고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마치 곧 키스라도 할 것처럼. 요모는 몸을 뒤로 약간 뺐지만 그렇다고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는 키스를 하는 대신, 요모의 귓가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속삭였다.

나는 죽음과 쾌락의 신이야.”

?”

, 신을 진짜로 보는 건 처음이라서, 안 믿어지는 거야?”

정말로 신이 있다면, 그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남자의 모습에게서 경건함은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라면 아주 커다란 불길함, 또는 그것과 비슷한 크기의 농밀함이었다. 죽음이란 그런 것인가, 하고 요모는 생각했다.

죽음의 신이어서 사람들을 죽이는 건가?”

, 그렇지.”

사람을 죽이는 기준은 뭐지?”

내 마음.”

그의 말에 요모는 가볍게 표정을 구겼다. 남자는 태연하게 웃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그래? 너도 네 마음에 따라서 사람들을 죽이곤 하잖아.”

요모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와의 첫 만남이 그가 만들어낸 시체의 산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죽음의 신이기 때문에, 요모는 그에게 있어서 죽음과 관련된 거짓말이 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느꼈다.

그 감각은 본능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에게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와의 죽음이라면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동시에 요모의 머릿속을 채웠다.

볼래?”

그 말을 하며 남자는 아, 하고 입을 벌렸다. 퍼뜩 정신이 돌아온 요모는 무심코 그의 입속을 바라보았다. 아주 단정하고 흰 그의 치아가 가장 먼저 요모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한 마리의 뱀처럼 남자의 입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 붉고 부드러운 혀.

아니, 실제로 그곳에는 뱀이 있었다. 남자의 목구멍을 타고 올라 차가운 비늘을 빛내는, 새까만 비늘과 붉은 눈동자를 가진 뱀 한 마리가. 남자는 곧 입을 다물고는 눈을 지그시 감고 뱀을 다시 삼켰다.

다시 뜬 그의 눈동자도, 붉은색이었다. 아까의 그 뱀과 똑같은 온도의 붉은빛.

나랑 키스하면, 이 뱀이 너의 몸으로 들어가서 너를 안쪽에서부터 잡아먹는 거야.”

하지만 저 사람은.”

그걸 알면서도 아무도 내 키스를 피하지 않는 거지.”

그 정도의 쾌감이니까. 그 말을 하며 남자는 죽은 이를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는 어떠한 유감이나 애도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생물을 보는 그 정도의, 별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그런 시선. 남자는 다시 요모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 내가 너를 죽일까 봐 겁나?”

요모는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렇다는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런 거짓말은 바로 간파되어 버리니까.

유감스럽게도 나, 지금 너한테는 별로 키스하고 싶지 않아.”

남자는 이번에도 또, 다음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요모는 멀어져가는 그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뒷모습이 아주 작아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남자가 남기고 간 달큰한 향기가 요모의 코끝을 스쳤다.

요모는 몸을 숙여 남자가 죽인 사람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의 얼굴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그의 죽음이 정말로 그렇게 행복한 것이었는지까지는 요모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요모는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그는 언젠가는 분명 만날 것이 분명한 죽음의 신의 얼굴을 다시 한번 더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에게 선사하지 않은 쾌락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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